어제보다 1시간 늦은 새벽 3시에 눈을 떴으니 어제보다 시차 적응이 돼가는 건가.
그다지 예민한 편이 아닌 내가 이리도 서울과 두브로브니크를 분별하지 못하다니 나이가 들긴 드나 보다.
어디서나 잘 자는 남편은 두브로브니크의 새벽에도 푹 숙면 중이다.
오늘도 어제처럼 6시에 숟가락을 들었다. 메뉴는 어제와 차별화된 컵라면, 아주 꿀맛이다.
오늘은 두브로브니크를 떠나 프라하행 항공기를 타는 날이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캐리어에 짐을 챙겨넣어 떠날 준비를 대략 마치고는 다시 두브로브니크의 아침 햇살을 만나러 간다.
어제도 버스시각 확인차 들렀던 케이블카 탑승장 앞 버스티켓판매소에서 공항버스 티켓을 구입하고, 또 출발 시각을 확인한 후
마침 그곳에서 판매하는 커피까지 손에 넣었다. 아, 이를 어쩌나, 여기 커피, 커피마다 정말 맛없다.
그제도, 어제도 만난 두브로브니크 구시가를 우린 오늘 아침에도 만난다.
어젯밤 대면하지 못했던 프란체스코 수도원의 높은 벽면을 마주하고, 그 벽면에 애절하게 기대어있는 '피에타'와도 눈을 맞춘다.
이 벽면의 색깔,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흔한 외벽의 빛깔, 역사가 스며있는 이 빛깔이 참 은은하게 예쁘다.
두브로브니크의 아침엔 한국어가 익숙하다.
일본어도, 중국어도 들리지 않는 구시가에 유난히 한국어의 물결이 계속 이어진다.
아, 여기 참 좋다. 다음에 꼭 다시 오자. 그땐 바다보이는 곳에 숙소 잡고 한 1주일쯤 널브러져 있자.
구시가의 오래된 돌바닥도, 항구로 통하는 문이 새겨진 성벽도 우리의 마음과 소리를 들었을까.
구시가로 드는 필레게이트를 통과하면 눈에 띄는 16각형의 오노프리오스 분수는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438년
스르지산의 물을 끌어 만든 시설로, 현재도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어제 저녁식사를 했던 군둘리체바 광장에선
노천시장을 열 준비를 하고 있고, 광장에서 부자카페로 가는 긴 계단엔 중년남녀가 광장을 향해 눈과 마음을 열고 있다.
플라차 대로를 한번 더 거닐고 아드리아해에 한번 더 눈길을 준 후, 성벽을 따라 플로체게이트를 빠져나왔다.
콘줌에서 크루아상과 바게트를 구입하여 남은 쿠나를 다 털어버리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남은 식빵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오늘이 우리 강아지 생일이네, 아들과 톡을 하며 우리막내의 6번째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10시 45분, 짐을 모두 챙겨 숙소 근처의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계단을 오르는데, 누군가 한국어로 불러 돌아보니 무슨 할인권을 내민다. 우리 지금 여기 떠나거든.
예정보다 늦게 도착한 버스와 승합차 중 승합차에 오르려는데, 승합차는 버스회사와는 다른 회사라 우리가 가진 티켓으로는
승차할 수 없다며 다른 티켓을 내밀어 우리 티켓과 교환해 준다.
단출하지만 더운 승합차는 오른편으로 절경이 끝없이 펼쳐지는 해안도로를 아찔하게 달려간다.
오후 2시 40분에 출발하는 스마트윙의 체크인데스크는 아직 오픈 전이다.
우린 분명 체코항공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했고 편명도 체코항공인데, 공동운항이라 스마트윙을 타야 한단다.
나중에 알고보니 예약은 체코항공이라도 실제탑승이 스마트윙이면 제휴항공사-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불가다.
성수기라 여행객은 많은데, 두브로브니크 공항은 규모가 작을 뿐 아니라 앉아있을 의자도 턱없이 부족했다.
스마트윙 체크인데스크가 열리는가 하는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무지하게 길어진 줄.
캐리어 무게를 재고 탑승권을 받아 공항으로 들어간다.
검색대를 통과하고 출국심사를 한 후, 3시가 돼서야 스마트윙은 하늘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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