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표류/2016 두브로브닉·프라하·빈

8. 1 (월) 후 : 10년 만의 프라하

두브로브니크를 떠난 스마트윙은 4시30분, 프라하 공항에 안착했다. 프라하엔 정확히 10년 만이다.

오스트리아에 살던 2005년에 2번, 2006년에 3번 프라하엘 방문한 후, 2009년 1월에 빈을 떠날 때까지 2년 넘게 프라하엘

들르지 못했다. 빈에서 차로 4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는 곳인데 말이다.

 

대한한공이 체코항공의 최대주주라던가. 영어, 체코어와 함께 한글이 장식처럼 병기된 프라하공항을 나선다.

'출구' 방향으로 나가니, 남편 이름이 쓰인 커다란 푯말을 들고 서있는 공항택시 기사가 우리를 반긴다.

 

프라하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방법 중 가장 흔한 교통수단은 공항버스다.

공항버스는 제1터미널을 출발하여 중앙역까지 운행하는데, 우리가 도착한 2터미널에 이미 거의 만원인 상태로 오는 버스를

타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버스의 종착지가 중앙역이니 그곳에서 우리가 예약한 호텔까지는 또 이동을 해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교통수단이 프라하 공항택시다.

홈페이지 예약을 통해 부담스럽지 않은 비용으로 공항에서 시내 목적지까지 편안하고 안전한 이동이 가능한 것이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30여분, 친절한 택시기사는 물과 지도를 제공해주었고 택시 내부 역시 매우 쾌적했다.

 

프라하 공항
공항 택시
공항택시

카를교 부근의 호텔 객실은 꽤 넓었다.

'10년 만의 프라하 방문'이라는 주제의 이메일을 보냈더니 호텔 직원은 우리에게 더블룸 아닌 패밀리룸을 내주었다.

객실 요금은 온라인여행사 홈페이지에서 미리 결제했지만, 호텔 측에서는 디파짓을 요구했고 남편은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호텔 직원이 내 캐리어를  번쩍 들어 엘리베이터 없는 5층의 패밀리룸까지 옮겨다준다. 데꾸유~

 

Hotel U Zlateho Stromu
Hotel U Zlateho Stromu
Hotel U Zlateho Stromu

객실은 세월이 느껴지는 고풍스러움이 있고, 게다가 패밀리룸이라 공간이 여유롭다.

다만, 엘리베이터 없는 호텔의 5층이라 휴식을 위해 수시로 객실을 들락거리는 우리에겐 계단 오르내리기가 힘들었을 뿐이다.

벌써 6시. 배가 몹시 고팠고 구시가 광장의 식당을 선택하는 대신 호텔 레스토랑의 야외 자리에 앉기로 했다.

 

U Zlateho Stromu 호텔 레스토랑
호텔 레스토랑

U Zlateho Stromu 호텔 레스토랑은 이미 맛을 인정 받은 식당이라 한다.

주저없이 생맥주를 먼저 주문하니 맥주와 빵이 탁자 위에 나란히 세팅된다. 오, 둘 다 굿이야~

 

프라하 햇살이 뜨겁지 않게 내려앉는 노천 식당 옆으로 여행객들이 차분히 오가고 있다.

이런 공간과 이런 분위기가 익숙해서일까. 10년 만에 찾아온 도시인데, 몇 달 전에 오고 또 온 기분이다.

이 레스토랑이 참 낯익다 싶었는데, 예전 사진을 찾아보니 한두 번쯤 식사를 했던 반가운 곳이다.

식사 메뉴로 주문한 체코식 굴라쉬와 연어 라비올리도 맥주만큼 아주 맛있다.

 

굴라쉬(체코식)
라비올리

호텔에서 몇 발자국만 움직이면 카를교 초입의 전망대가 10년 전과 같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내일 저기 올라가볼까. 높은 곳에서 수많은 생명체들의 동선을 살펴볼까나.

저녁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구름은 카를교 건너 멀리 보이는 프라하성을 물결처럼 연기처럼 감싸고 있다.

 

카를교
블타바강과 프라하성

카를교 거닐기는 내일로 미루고, 우리의 추억과 프라하의 연인이 있는 구시가 광장으로 발끝을 돌린다.

구시가 광장은 2006년 빈을 찾아온 친구와의 추억이 있고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이 숨쉬고 있는 곳이다.

친구와 친구여동생, 친구딸과 또 우리아들과 모두 함께 이곳을 거닐었고 이곳의 레스토랑에 앉아 즐겁게 식사를 했었다.

또 프라하의 연인 속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난 곳이기도 하고 서로의 아픈 소원을 붙인 곳이기도 하다.

그대로구나, 여전해, 그때랑 똑같이 모두 다 제자리에 있구나.

 

구시가
구시가 천문시계탑
구시가

구시가의 작은 마트에서 판매하는 물값은 식당에서의 음료값만큼 터무니없이 비쌌다.

소화도 시킬겸 다른 마트로 찾을겸 광장에서 살짝 떨어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만난 김쌤~

아침에, 김쌤과 함께 여행하고 있는 정쌤이랑 연락을 했었는데, 김쌤을 딱 만나다니 세상, 아니 프라하 참 좁다.

 

아직 환한 저녁 9시, 정상적인 마트는 끝내 찾지 못한 채 숙소로 돌아왔다.

남편 휴대폰의 앱에선 이번 여행이 날마다 5km 이상 걷고 있는 건강한 여행임을 알려준다.

프라하의 첫날,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