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뜬 시각, 새벽 2시.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의 시차 적응은 거꾸로 간다.
무려 6시에 햇반과 즉석미역국, 김치, 짜장. 김, 메추리알까지 한식으로 제대로 아침식사를 했다.
서울을 잘 지키고 있는 아들녀석과 톡을 한 후, 7시반에 일찌감치 구시가를 향해 마음을 꾸린다.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에도 다른 도시나 마을처럼 성당도 있고 궁전도 있고 또 광장도 있다.
그런데 사실, 두브로브니크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러한 유적들에 이상하리만큼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저 플라차대로를 거닐고 싶었고, 아드리아해를 바라보고 싶었고, 성벽과 바다의 조화를 느끼고 싶을 뿐이었다.
구시가 오래된 돌바닥 위에 이른 아침부터 고양이 두 녀석이 평온한 휴식 중이다.
이 도시의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길고양이들은 서울의 길고양이와는 달리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서도 고개를 돌리거나 멀리 달아나지 않고 사람 곁에서 사람처럼, 또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
.
이른 아침의 구시가는 어제처럼 식품을 실어날으는 차량들만 분주할 뿐 인적은 흔하지 않다.
오전에 장이 서는 군둘리체바 광장에만 상인들의 움직임만이, 그 곁을 지나는 여행객의 눈길만이 바쁠 뿐이다.
플라차대로의 이런 한가로움, 정말 좋다.
오늘 아침식사는 아주 완벽했으나 매듭짓지 못한 하나가 있었으니 바로 커피다.
어제는 달디단 콘줌표 아이스커피를 마셨지만, 오늘은 제대로 된 두브로브니크표 커피를 마셔보자고 결의했기에 대성당에서
멀지 않은 꽤 근사한 레스토랑의 야외 좌석에 앉아 커피를 주문했다.
그러나 레스토랑 분위기가 괜찮아보이니 커피도 맛있으리란 우리의 기대는 완전히 박살나버렸다.
이거 왜 이래, 향도 없고, 맛은 또 뭐야. 이거 커피 맞아?
아침 햇살 뜨거운 구시가 성벽을 나와 숙소에서 멀지 않은 스르지산 전망대 케이블카 탑승장소로 향했다.
9시부터 운행하는 케이블카 탑승장 앞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이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도 왕복 티켓(1인 120쿠나)을 구입하고 그 대열에 가만 합류했다.
아니아니... 우린 다음 케이블카를 탈 거야.
여행객들이 너무 많아서 케이블카 앞쪽, 그러니까 바다를 보면서 올라가는 전망을 볼 수 없었기에 우린 다음 차례를 기약했다.
잠시 기다려 다음 케이블카의 첫 순서로 들어간 후, 바다 전망 위치에서 바라본 구시가와 바다는 환상적이었다.
점차 시야가 넓어지고 공간이 멀어지면서 눈에 잡히는 경관은 표현할 수 없는 장관이었다.
스르지산 전망대 정상에서 디카를 누르고 셀카봉을 열심히 두드린 후 주변을 둘러본다.
스르지산에서 볼 수 있는 전망은 구시가 쪽이 다는 아니다.
다른 편 바다도 보이고 이탈리아의 어느 나즈막한 시골 산에 있을법한 윤기 없는 경사로도 보인다.
여전히 아침 햇살은 뜨겁다. 아니 아까보다 더 타오르고 있다.
구시가와 바다의 조망권인 야외레스토랑 말고 우린 에어컨이 활동하고 있는 실내레스토랑으로 들었다.
물론 이곳도 뛰어난 조망권이고 아마도 '꽃보다 누나'에도 등장했던 곳일 거다.
아침 10시도 안 된 시각, 이 어마어마한 경관을 발치에 두고 우린 0.3L짜리 시원한 생맥주잔을 부딪쳤다.
아까 마신 모닝커피와는 달리 파노라마레스토랑에선 생맥주도, 감자튀김도 아주 일품이다.
언제 또 이런 정경을 눈 앞에 둘까하며 오래도록 바라보고 또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돌린다.
여행객들이 분산되었는지 내려가는 케이블카 안은 아주 한가롭고 여유롭다.
올라오던 케이블카에서는 동영상을 찍었는데, 내려가면서는 차분히 사진을 선택했다.
멀리 있던 경관이 점차 가까워지는 움직임도 아주 멋지고 재미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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