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에서 내린 우리는 11시 조금 넘은 시각이지만,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구시가 성벽 안으로 들어가 다시 렉터궁전 쪽 작은 문으로 나가면 성벽을 끼고 있는 페리선착장이 있다.
그 항구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는, 아주 널리 알려진 레스토랑인 '로칸다 페슈카리아'의 야외테이블에 앉았다.
항구가 보이고 성벽이 그 곁에 있고 멀리 스르지산에 시야가 닿는 '로칸다 페슈카리아'엔 한글메뉴판이 있다.
물론 한글메뉴판만 특별히는 아니고, 이곳을 찾는 다양한 국적의 여행객을 위해 다양한 언어의 메뉴판이 준비되어있다,
이미 숙지하여 메모해 온 것-작년 가격-보다 음식의 가격은 조금 오른 듯했다.
크로아티아 최고의 여행지인 두브로브니크는 성벽투어 입장료나 케이블카 탑승료는 물론 레스토랑 음식 가격도 크로아티아
소득수준이나 일반물가에 비해 상당히 비싼 편이다.
햇볕을 차단하는 큰 파라솔이 우리를 보호하고 있었지만, 햇살은 기세를 멈추지 않는다. 정말 덥다.
정오도 훨씬 전이라 주문한 새우그릴구이와 오징어튀김이 탁자 위에 놓여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호, 둘 다 아주 맛있고 양도 마음에 썩 든다. 맥주랑 빵도 역시 무난한, 괜찮은 맛이다.
항구엔 보트투어에 나서는 여행객도 많았고 단체 여행객들이 흘리는 한국어도 심심찮게 들렸다.
식사를 마치고 플로체게이트로 향하다 어제 구입한 모형보다 훨씬 크고 정교한 두로브니크 구시가 모형 기념품을 만났다.
아주 멋진 걸, 여행지마다 모형 기념품에 목숨(?)을 거는 남편이 흡족한 듯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12시 반, 겪을수록 그 위치가 정말 최고인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이른 아침부터 햇살 맞이와 계속된 음주 덕에 한없이 노곤하고 나른하다.
지구 저편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야구를 보다가 나른함을 못 이겨 시원한 잠 속에 빠져들었다.
서너시간은 눈을 붙였나, 이제 저녁 먹으러 다시 구시가로 나가볼까.
아침에 장이 섰던 군둘리체바 광장 바로 옆에 위치한 '카메니체'로 향한다.
정확히 어디지, 카메니체의 야외탁자가 군둘리체바 광장에 펼쳐져있는 걸 보니 여긴가.
광장을 슬쩍 훑어보고는 그 위쪽 계단을 올라가니 익숙한 이정표가 나타나고, 그걸 따라가니 바로 부자카페다.
부자카페는 성벽에 난 작은 문을 통해 성벽 밖 아드리아해를, 탁 트인 망망대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작은 탁자와 자연 바위에선 레몬맥주와 바다와 젊음이 싱싱하게 어우러지고 있다.
우리에게 허락될 자리는 없었고 잠시 거칠 것 없는 넓은 바다를 바라보다가 군둘리체바 광장으로 돌아왔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맛집인 카메니체는 만석이었고 대기줄엔 3-4팀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손님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각은 비껴간 때라 금세 자리가 났고, 홍합파스타와 홍합리조또를 서빙한 여자직원은 정말 친절했다.
리조또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홍합리조또 맛은 정말 최고였다. 남들이 추천하는 메뉴가 진리일 때도 많다.
게다가 이 지역의 대표맥주인 오주스코 아닌, 다른 이름의 맥주는 도수가 제대로라 맥주 맛도 제대로 맥주다웠다.
밤을 맞은 플라차 대로엔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다.
프란체스코 수도원은 일단 내일 아침으로 연기~
구시가에서 플로체게이트 가는 스폰자궁전 앞 무대 왼쪽과 오른쪽을 어제처럼 통째로 막아놓았다.
뭐지, 어제에 이어 무슨 준비라도 하는 건가. 대성당 앞으로 돌아서 항구쪽으로 둘러 플로체게이트로 가는수밖에.
숙소로 돌아온 우린 내일의 아름다운 출발을 위해, 금 간 내 캐리어에 테이핑을 한다.
두브로브니크의 마지막 밤, 길지 않은 여정에 아쉬움은 길고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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