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표류/2017 스페인

1. 마드리드 가는 먼 길 : 1. 10 (화)

공항버스 안에서

감기 기운이 느껴지는 새벽, 우리 막내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짐을 챙겨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갑자기 낮아진 기온에도 이미 정류장에 나와있는 수선배, 곧이어 은후배도 합류했다.

시간 맞춰 도착한 공항버스 안에는 이미 쉬리선배가 자리하고 있었고 10분 후엔 영후배가, 다시 10분 후엔 숙선배가 차례로

버스에 올라 우리는 여행의 설렘과 즐거움을 함께 안고 공항으로 향했다. 만석인 버스는 출근시간과 맞물린 올림픽대로에서

조금씩 정체되었고 도착 예정시각을 넘긴 8시30분에야 공항에 도착했다. 

 

인천공항
인천공항
인천공항

A 카운터 근처의 L 여행사에서 탑승권을 받고보니 우리 6명의 좌석이 모두 완벽하게 떨어져 있다.

이거 어쩌지. 좌석 변경을 요청하려다 포기하고는 수화물을 부친 뒤 출국장 검색대에 들어서려니 긴 줄이 늘어서있다.

 

겨울인데, 여름 성수기 못지 않은 인파라니.

2년 전 겨울, 남편과 홍콩으로 떠날 때도 인천공항은 이렇듯 인파로 붐볐었다.

검색대에선 30분 이상이 필요했고, 새벽에 집을 나서느라 미처 하지 못한 아침식사를 한 다음, 각자 면세점 순례 시작.

온몸에 나른함이 퍼지고 있던 나는 면세점 순례를 재빨리 마치고 대한항공 마드리드행 탑승구 앞에 자리를 잡았다.

 

유럽을 오가는 국적기 탑승은 8년 만이던가. 빈에서 귀국한 2009년 1월에 탄 게 마지막이었으니.

여름 성수기엔 국적기 항공권의 가격이 어마어마해서 국적기 직항보다는 경유하는 외국항공사를 이용했다.

2010년부터 작년까지 에미레이트와 오스트리안 1번씩, 핀에어가 2차례에 걸쳐 우릴 유럽으로 날아가게 해주었다.

 

대한항공 기내
대한항공 기내
대한항공 기내

흐린 듯 맑은 하늘, 항공기는 1시가 넘어 이륙했고 바로 음료서비스가 시작되었다.

기내엔 개인용 물과 치약 칫솔은 물론 슬리퍼까지 비치되어있어, 서비스는 국적기가 최고라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한다.

한국영화도 몇 편 있었고, 모든 영화나 다큐 프로그램이 한국어지원이 되니 외항사 항공기에 비해 참 많이 편리하긴 하다.

 

기내식
기내 간식
두번째 기내식

서울 점심시간에 맞춘 첫번째 식사 후 정신없이 자다가 화장실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남자승무원이 창의 블라인드를

올리며 아래에 보이는 설원이 몽골이라며 그 신기함을 이야기한다. 그래, 멋있네, 저 끝없는 눈밭을 한없이 걸어도 근사할 듯.

 

영화 '굿바이 싱글'과 파리여행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고, 또 주는 간식과 기내식을 먹으며 유럽으로 가는 긴 13시간.

다른 유럽 도시들보다 서울에서 마드리드는 정말 멀다. 이코노미석의 불편함은 2-3시간 더 가는 비행에선 한계에 이른다.

 

마드리드 공항

오후 6시, 드디어 마드리드 공항이다.

출구 밖에선 인솔자 없이 떠나온 우리를 맞이할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이 지긋한 가이드와 우리 6명을 포함한 16명이 함께 지낼 스페인에서의 7박.

객실 냉장고가 잠겨있는 이유와 호텔 근처 마트 위치에 대한 가이드-최악-의 답변은 결코 친절하지 않았다.

지구 반대편으로 오래도록 날아온 긴 하루, 공항에서 멀지 않은 어딘가에 위치한 호텔에서 스페인의 첫 밤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