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맞는 첫 아침, 아니 새벽 2시반에 눈이 떠졌으니 첫 새벽이다.
서울에 남은 자들과 톡을 하고 스페인 책자를 뒤적이다 7시에 조식당으로 향했다.
나뿐만 아니라 함께 방을 쓴 수선배도, 다른 선배와 후배들도 모두 서너 시에 눈을 떴다고 한다.
서울보다 8시간 늦게 가는 곳에서의 첫 아침이니 시차 적응이 단번에 될 리는 만무할 터.
오늘의 일정은 마드리드에서 멀지 않은 톨레도와 세고비아.
8시 20분, 우리를 포함하여 16명의 여행객을 실은 버스는 톨레도를 향해 달린다.
예상과는 달리 도로엔 차량들이 정체되고 있는데, 알고 보니 터널 내에서 승용차 2대가 충돌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본넷이 박살나고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진 현장은 시내에서 일어난 사고치고는 꽤나 심각해보였다.
마드리드의 남쪽 약 70km지점에 위치한 톨레도는 16세기에 마드리드로 수도가 옮겨질 때까지 스페인의 중심지였다.
1,500년 넘는 역사를 간직한 도시 전체가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좁은 길과 이슬람의 흔적들로
중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좁은 도로들을 지나고 자그마한 광장들을 지나 우리가 다다른 곳은 산토 토메 교회다.
10시 오픈에 맞춰 스페인 로컬가이드도 함께 입장한 산토 토메 교회의 진수는 엘 그레코의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이다.
'오르가스 백장의 매장'은 1586년에 완성된 걸작으로, 이 그림은 천국과 현세를 상하 2단으로 표현했는데, 천상에서는
마리아와 예수가 백작의 영혼을 맞이하고 지상에서는 톨레도의 수호성인이 백작을 매장하는 모습을 그렸다.
여러 사제들 중 정면을 응시하고 관람객을 바라보는 인물은 엘 그레코 자신이라고 한다.
내부 촬영불가라서 직접 찍은 사진은 없고 어느 건물 외벽에서, 또 기념품점에서 오르가스 백작을 만날 수 있었다.
잠시, 패키지여행이 처음인 내겐 생소한 로컬가이드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한다.
이번 여행에서 성당과 미술관, 유적지에 들어갈 때 우리 한국인(?) 가이드는 물론 로컬가이드도 항상 함께 입장했는데,
패키지 단체여행을 많이 다녀본 선배에게 물으니, 유럽 다른 나라 역시 단체 입장시 로컬가이드가 함께 한다고 한다.
아마도 한국어를 구사하는 가이드가 그 나라-여기선 스페인- 정부에서 주는 정식 가이드 자격증이 없기 때문일 거다.
빈에 살 때, 그 나라 가이드자격증을 가진 사람에게 들은 바로는 당시 오스트리아 정부나 도시에서 주는 공인가이드자격증을
가진 한국인은 단 5명뿐이었다.
중세를 걷는 듯한 좁은 골목길을 걷고 또 걸으면 구시가 한복판에 톨레도 대성당이 나타난다.
대성당 보물관에 있는, 18kg의 순금이 사용된 호화로운 조형물과 이슬람 양식의 천장 장식에 대한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졌다.
화려한 천장화와 고야, 엘그레코의 성화들을 보고 느끼며 우리는 대성당의 규모와 역사를 마주한다.
구시가 야외카페에서 향 좋은 커피나 시원한 맥주를 마셔도 좋으련만 시간 제약 많은 단체여행에선 그림의 떡이다.
시간 제약이 있건말건 우리 6명은 셀카봉을 들고 디카와 폰카를 들고 틈새를 노려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하며 즐거워한다.
게다가 날씨마저 정말 최고로 좋으니 더이상 무엇을 바라리.
톨레도 꼬마기차는 옵션, 즉 선택관광이다.
우리 단체여행팀은 우리를 포함하여 16명밖에 안 되고, 또 인솔자 없이 현지가이드로만 진행되는 여행이었기에 선택관광은
전체가 하느냐 마느냐의 선택이었다. 꼬마기차는 이미 미리 전체가 선택. 느리게 덜컹거리며 움직이는 꼬마기차-온통 한국인-는
골목길 곳곳을 누비며 톨레도의 속살을 보여준다. 디카를 들고 동영상을 만드는 내내 기차를 향해 따스한 햇살이 분사되고 있다.
톨레도엘 왔으니 톨레도 기념품이 필요했고 그래서 우린 단 5분이라는 시간을 가이드에게 요구했다.
세고비아에 가서 사라며 단칼에 거절당한 우린 그래도 기념품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버스를 향해 도보 이동 중 기념품점에서
재빨리 마그넷 6개를 쟁취-2명이서-했는데, 오지 않는 우리 둘을 기다리던 가이드가 소태 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물론 우리가 잘한 건 아니지만 다른 10명에겐 아주 미안했지만, 5분이란 시간을 줄 수도 없을만큼 그는 그리도 바빠야 했을까.
톨레도를 떠나 도착한 식당에서 점심식사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일이 있었다.
식당 한 구석에 마련된 공간에서 올리브오일과 아르간오일 쇼핑 시간이 20분 넘게 주어졌던 것이다.
한국어를 구사하는 점원이 터무니없는 가격의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것 때문에 아까 5분을 거절한 걸까.
거의 한국단체여행객만이 이용하는 식당에서의 메뉴는 샐러드와 샹그리아, 슈니첼을 닮은 돼지고기 튀김이다.
이제 우리는 백설공주가 기다리는 그곳, 마드리아 북쪽의 세고비아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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