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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7 스페인

7. 온통 하얀 미하스 : 1. 13 (금)

점심식사 후 1시 40분, 미하스를 향해 버스는 움직이고 노곤한 몸은 오수에 돌입했다.

세비야에서 미하스까지는 2시간반 넘게 걸리는 거리, 차창 밖으론 어느 새 지중해가 보인다.

 

동굴 성당
동굴 성당

미하스는 지중해를 따라 이어지는 해안지역인 코스타 델 솔 지역의 내륙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네르하, 프리힐리아나, 마르베야 등과 더불어 많이 알려진 하얀 마을 중 하나로, 하얀 벽의 집들이 지중해를 내려다보고 있다.

가이드씨 안내에 따르면 미하스의 볼거리와 즐길거리는 성녀가 발견된 동굴성당과 지중해가 보이는 전망대, 당나귀와 마차다.

 

미하스
미하스
미하스 전망대에서 보이는 마을과 지중해

휴양지인 미하스에 겨울 바람이 불고, 마을 어귀에선 당나귀 조형물이 여행객을 맞고 있다.

당나귀와 하얀 집이라면 그리스의 화산섬인 산토리니와도 비슷한 설정이라, 혹시 그 분위기가 나는 마을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약간 했었는데, 역시 미하스는 산토리니 같은 화산섬이 아니기에 느낌과 정취가 많이 다르다.

 

미하스 초입
미하스 초입

미하스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30여분.

마차를 타고 동네 한 바퀴 쭉 돌면 그것만으로 끝이 나버릴 시간, 그래서 우린 마차 대신 걸으며 마을 내음을 맡기로 했다.

걷고 뛰고 웃으며 셀카봉 앞에 얼굴을 들이대고, 또 디카와 폰카로 여행의 즐거움을, 함께 있음의 즐거움을 촬영했다.

그러다가 우리 팀 중 마차로 마을을 둘러보는 두 무리-4명의 여인, 3명의 가족과 한 청년-를 향해 신나게 손 흔드는 우리~

 

미하스
미하스
미하스

하얀 마을이란 별칭처럼 정말 마을 벽면이 모두 다 하얗다.

스페인 국기 내걸린 관청도 하얗고, 주택과 호텔도, 큰 집과 작은 집 가리지 않고 전부 하얗다.

흰색은 세비야나 그라나다처럼 뜨거운 여름 햇살을 피해 햇볕을 필사적으로 반사시키기 위해서 선택된 색감이었을까.

 

미하스
미하스
미하스

5시 15분, 미하스에서의 짧은 시간은 금세 끝나버리고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그라나다로 이동한다.

오른쪽엔 지중해가 펼쳐지고, 버스 스피커에선 가이드씨가 젊은 시절에 즐겨들었을법한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기약도 할 수 없는 이별의 '밤에 떠난 여인', 그대 모습 낙엽 속에 있고 내 모습은 찻잔 속에 잠긴 '비와 찻잔 사이'.....

한겨울, 낯선 스페인에서 낯선 기사가 운전하는 버스에 몸을 싣고 낯선 가이드씨가 들려주는 우리나라 옛 노래를 듣는 지금,

이 시간은 노래로 인해 옛 기억과 이어지고, 또 우리가 함께 버스에 앉아있는 이 시간은 어느 날 떠올릴 옛 기억이 되겠지.

창 밖에 보이는 또다른 하얀 마을엔 공동묘지의 묘비들도 온통 하얗다.

 

알바이신에서 바라본 알함브라 궁전

그라나다에선 밤을 먼저 만난다. 일명 그라나다 야간투어.

알함브라 궁전 조망권이 가장 뛰어난 알바이신을 중심으로 야간투어가 진행되는데, 알바이신 지구는 그라나다에서 3박을 했던

2008년 6월엔 치안과 취향을 이유로 들르지 않은 곳이다.

 

그라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이곳은 아랍인들이 거주했던 지역으로, 흰 벽의 집들이 늘어서 있고 좁다란 길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우리는 가이드씨가 이끄는 대로, 좁고 구불거리는 길을 걷고 걸어 알함브라 야경의 최고 조망지에서 알함브라궁전을 바라본 후,

알함브라가 가장 잘 보이는 카페에 앉았다.

시원한 그라나다 맥주를 마시고 달콤한 가지튀김을 곁들이며 수다 삼매경.

 

그라나다 알바이신의 아랍상인 거리
그라나다 알바이신 아랍상인 거리
알바이신의 아랍상인 거리

알바이신 끄트머리의 좁은 거리에 100m 가량 늘어선 아랍 상인 거리는 중동이나 북아프리카에 온 듯한 착각을 던져준다.

아랍식 물품을 둘러보고, 아랍식 카페의 실내 장식과 물담배도 창 너머로 구경한다.

신기함을 느끼는 동안 잠시 주어진 시간, 우리 중 몇몇은 아랍 상인과 흥정을 하며 스카프를 구입했다.

 

그라나다 대성당
왕실예배당

가이드씨의 대열을 따라가면서 영후배와 대성당 주변 구시가를 함께 걸으며, 아들들에 대한 이야기와 두고온 남의 나라-

대만과 오스트리아- 이야기, 은퇴 후의 이야기를 마음 부풀어 풀어놓는다.

일정이 끝나고 호텔에서의 매우 늦은 저녁식사 후, 숙선배 방에 갑작스레 선사된 와인과 과일!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인 우리 의지가 시간을 지배하는 밤에, 멋진 선물까지 있으니 어찌 더 즐겁지 아니할까.

 

스페인에서의 4일째 밤, 놀러온 세월은 빨리도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