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경험하는 패키지 여행의 장점을 꼽으면 우선 기동력이다.
전용버스로 목적지까지 이동하고 그곳 관광이 끝나면 그자리에서 다시 전용버스로 다음 목적지까지 정확하게 이동한다.
자유여행시 일상적으로 겪는, 즉 버스나 지하철, 트램을 타느라 기다리고 갈아타고 또 걸어 움직여 허비(?)하는 시간이 없다.
패키지 여행의 장점을 하나 더 언급하면 안내자인 가이드 덕분에 절대로 길을 잃거나 헤맬 일이 없다는 점이다.
이 점 역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음은 물론 여행자의 체력와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아낄 수 있는 요인이 된다.
가장 중요한 패키지 여행의 장점은 여행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아도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행 상품만 고르면 된다. 항공권이나 호텔, 기차를 예약할 필요가 없고 일정을 짤 필요가 없다.
유적이나 미술관, 박물관, 도시와 문화에 대해 공부할 필요도, 식당이나 카페에 대해 알아볼 필요도 없다.
모든 걸 여행사에서, 또 인솔자와 가이드가 다 해결해 준다.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코르도바의 구시가로 들어섰다.
8세기부터 11세기까지 이슬람교 왕국의 수도로 크게 번성했던 코르도바에는 현재 남아있는 메스키타를 비롯하여
당시 수많은 모스크가 있었다고 한다. 8세기 인구가 50만, 10세기엔 100만명에 이를 정도였다고 하니 그 융성함은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코르도바의 메스키타에 입장하기 전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 바로 로컬가이드인 살바도르.
우린 가이드씨의 안내대로 '올라, 살바도르'를 외치며 그가 건네주는 수신기를 받아들었다.
오호라, 요 작은 기계를 통해 가이드씨의 음성을 전달 받는단 말이지.
얼른 기억을 되돌려보니 수신기를 목에 걸고 다니는 단체여행객들을 본 적이 있다.
코르도바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렌지나무는 메스키타의 정원-중정-에서도 그 아름다움을 발하고 있다.
2008년 여름 세비야 거리에서 처음 접한 오렌지나무는 정말 신기했다. 세상에, 오렌지나무가 가로수라니, 경이로웠다.
가이드씨에 의하면, 거리 오렌지나무의 오렌지는 식용은 아니라고 한다. 그저 관상용일 뿐.
메스키타는 8세기 교회터에 이슬람사원을 건립한 것을 시작으로, 증축을 계속하여 10세기에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그러나, 1236년 카톨릭 세력은 이슬람으로부터 도시를 탈환하였고 그후 사원 중앙부분의 원형 기둥을 헐어내고 예배당을 건립하여
이슬람과 카톨릭이 공존하는 건축물이 되었다고 한다.
가이드씨의 설명은 계속되지만 내 마음은 귀를 막고 있고 내 눈은 거대한 메스키타 내부로만 향하고 있다.
모스크와 성당의 공존이라, 참 신비하고 재미난 조화 아닌가.
종교로 인한 갈등은 고금을 막론하고 비일비재한데, 이슬람과 카톨릭이 같은 공간에서 몇 백년을 함께 버텨왔으니 포상감이다.
메스키타 내부엔 처음 건립할 때보다 150개 적은 850개의 기둥이 남아있다고 하는데, 편자형 아치는 그라나다의 알함브라나
말라가의 알카사바처럼 이슬람 건축 양식의 표본을 그대로 보여준다. 빛이 차단된 모스크에 비해, 파이프오르간 및 조형물과
성화가 있는 카톨릭 예배당쪽은 자연스럽게 빛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말 그대로 유대인의 거주지였던 유대인 거리는 안달루시아 지방의 하얀 마을들처럼 집집의 외벽이 온통 하얗다.
메스키타의 종탑이 보이는 이 좁은 골목이 포토존이라며 얼른 사진을 찍으라며 자리를 만들어주는 가이드씨, 찍사를 자청한다.
유대인 거리 근처에서 기념품을 고르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우린 자유를 만끽하지만, 역시나 자유의 끝은 짧다.
안달루시아의 꽃인 세비야가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세비야까진 1시간 50분이 필요했고 7시부터 공연이 시작되는 세비야 변두리의 플라멩코 극장 옆에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도
볼 수 있는 마트 'LIDL'이 자리해 있었다. 6시, 우리에게 마트 쇼핑을 위한 30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우리는 열심히 빨리 그리고 아주 신중하게 마트를 털었다.
선택관광인 플라멩코 쇼는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었다.
전체 출연진은 20-30명이었고, 계속 스토리를 지니고 이어지는 공연이 아닌, 10-15분씩의 짤막한 공연이 여럿 이어졌다.
관람객은 대부분 한국과 중국 단체였고, 늦게 입장한 여행객에게 직원이 음료를 서빙하느라 공연 무대를 가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 공연, 감동이 없다. 어떤 공연에선 왈츠가 나오고 또 어떤 코너에선 클래식이 흐른다.
재미(?)있는 공연도 한둘 있었지만, 이건 단연코 플라멩코가 아니다. 정체 불명의 버라이어티쇼일 뿐.
https://stelala.tistory.com/15677692
2008년 6월 26일 세비야 여행기 중 일부다.
플라멩코는 5세기초에 안달루시아에 들어온 집시의 춤과 노래가 안달루시아의 전통 춤과 어우러져 형성되었다고 한다.
춤과 기타 반주, 노래와 손뼉으로 이루어지는 플라멩코에는 삶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애수와 정열이 담겨있다.
공연 시작이 30분이나 남아 있었지만 저택 파티오에 무대가 설치된 플라멩코 공연장의 좌석은 이미 반 이상 채워져 있다.
흐느끼는 듯한 애수 어린 가수의 목소리와 기타 연주로 시작한 플라멩코는 잘 생긴 두 남녀 춤꾼의 열정적인 몸짓으로 1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렸다. 그 애수 띤 무용수들의 깊은 눈빛, 끊임없는 박수 소리가 말해주는 말할 수 없이 깊은 감동....
저녁 9시, 시설 좋고 분위기 좋은 세비야 호텔에서 먹는 저녁식사가 근사하다.
물론 함께 모여서 웃고 떠드는 오늘 저녁 우리 6명의 마음과 표정은 더 많이 아주 근사하다.
스페인에서 세 번째 밤, 어느 새 시간은 성큼성큼 우리 앞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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