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에서 내게 시차 적응은 사치인가보다.
무려 3시에 눈을 떴고 이후 잠을 이루지 못했으니 말이다.
물론 남편은 7시간 차이 나는 유럽 시차에 완벽하게 적응하여 쿨쿨 잘도 주무신다.
이른 새벽, 재건축조합에선 문자가 날아오고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아들녀석은 취침 중인지 연락이 되지 않는다.
그냥 미리 제출한 서류대로 하는 걸로 문자를 남기고 또 통화를 하여 일처리를 마무리했다.
5시가 되어 밝아오는 하늘빛은 맑지 않고 흐릿하다.
어제에 이어 우리가 또 첫번째로 식사를 하나 싶었는데, 7시, 우리보다 먼저 온 동양남자가 혼자 조식당에 앉아있다.
오늘도 커피 맛은 어제처럼 엉망이다. 다른 건 다 맛있는데, 참 이상도 하지.
식사 후, 마지막으로 카를교를 만나러 다시 호텔을 나선다.
블타바강엔 백조 무리가 향연을 벌이고 있고,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한 하늘에선 기다렸다는듯 빗방울이 떨어진다.
카를교를 좀 걷고 싶었기에 빗방울쯤이야 하며 산책하는데, 20분도 안 되어 빗방울은 빗줄기로 바뀌어버린다.
아쉽지만 카를교를 두고 호텔로 다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
프라하에서 빈으로 가는 기차는 10시 52분 출발이다.
지하철 A선에서 B선으로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지만 호텔 근처 Staromestska역에서 중앙역까진 3정거장밖에
안 되니 9시 30분에 호텔 체크아웃을 해도 충분할 터. 그런데 다시 밖으로 나가기도 시간이 애매하고 또 짐까지 다 챙기고
나니 할 일이 없어 바로 중앙역으로 가기로 했다.
다행히 비 멎은 프라하의 하늘, 역시 기차역엔 예정대로 아주 빨리 도착했다.
체코 코루나를 다 해결하기 위해 버거킹에서 왕따시만한 햄버거도 포장구입하고 남은 동전으론 브리오슈도레에서 커피도 샀다.
그래도 시간이 남았는데, 출발 플랫폼이라도 일찍 알려주면 좋으련만 출발 20분 전에야 화면에 플랫폼이 표시된다.
출발 10분 전에 오른 기차는 오스트리아 빈을 거쳐 그라츠까지 운행하는 기차다.
그런데 승차하고 보니 우리 자리가 좌우로 나란히 붙어있는 것이 아니고 앞뒤 창가 자리다.
오스트리아 철도청인 ÖBB에서 예약시 자동 배정되었고, 승차 후 티켓을 보니 'FENSTER 041 042' 즉, 창가라고 이미 써있다.
자동 배정시 미리 설정되어있는 조건을 변경하지 않았거나 실수로 무언가를 눌렀거나 아니면 말 그대로 그저 자동배정이거나.
일단 처음엔 좌석대로 앉았다가 좌석주인 나타나면 비켜주기로 하고 출발 후엔 나란히 앉았다.
우리 뒷자리엔 30대 한국인 남녀가 앉아있었는데, 남자는 캐리어를 올리다가 그 뒷자리 승객을 가격하여 안절부절이었고,
우리 대각선 방향의 50대 백인 남녀 4명이 어찌나 크게 떠드는지, 또 왼편의 아랍계 부부의 여자 아기는 얼마나 울어대는지
엄청 졸린데도 주위 소음에 잠을 잘 수도 없으니, 귀마개와 이어폰의 필요성을 진지하게 깨달은 시간이었다.
졸다가 자다가 왕따시만한 버거킹 햄버거를 먹고 또 잠을 청하는 사이, 남편은 기차 와이파이를 잡아 한국 야구를 시청한다.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기 직전인 오후 2시 20분, 친숙한(?) 독일어 방송이 흘러나오니 오스트리아에 온 실감이 난다.
2014년과 2015년 여름에 이어 3년 연속 빈에 들르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2010년 여름 이후 6년 만에 빈을 찾았다.
3시 10분, 약속시간-3시반-보다 20분쯤 늦는다는 아파트 주인의 문자 메시지가 들어왔다.
다행히 맑고 밝은 하늘, 기차는 도착 예정시각인 오후 2시 51분을 넘겨 3시 15분에 우리를 중앙역에 내려놓았다.
우리가 5일 동안 지낼 빈 아파트는 U1 Vorgartenstrasse역 근처에 있어서 중앙역에서 같은 U1로 10분밖에 안 걸리는 곳이다.
아파트에 먼저 도착한 집 주인이 숙소 앞에서 기차 연착 때문에 늦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머물 아파트는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미리 인지-의 3층-우리식으론 4층-에 위치해 있다.
아파트 주인의 설명을 듣고 숙박료를 지불한 후, 아담한 실내를 살펴본다.
식기류와 세탁기, 선풍기는 물론 랩이나 위생비닐, 캡슐커피까지 잘 갖추어진 깔끔한 아파트다.
이틀동안 못 먹은 한식을 섭취하려 재빨리 라면을 끓이는 남편, 아주 시원하고 얼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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