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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6 두브로브닉·프라하·빈

8. 4 (목) 전 : 쉔브룬 정원에서

2016년 빈에서의 첫 아침식사

내게 있어서 빈은 서울과 같다.

서울과 빈은 한 나라의 수도라는 점을 제외하면 비슷한 점 없이 너무나 다른 도시지만, 빈은 내가 자란 서울 못지 않게 편하다.

아니 도시가 주는 객관적 평화와 주관적 안온함은 서울을 훨씬 능가한다. 

 

맑고 푸르른 아침, 우리의 밥에 해당되는 오스트리아 빵인 쎔멜을 첫 아침식사의 메인으로 삼고 버터, 치즈, 계란은 물론 체리,

복숭아와 캡슐에서 뽑아낸 커피까지 곁들이니 깔끔하고 맛있는 아침식사가 차려졌다.

전에 빈에 살 땐 쎔멜 먹을 일이 1년에 서너 번밖에 없었는데, 이후 빈을 여행할 땐 장보기 1순위가 쎔멜이 되었다.

 

EUROSPAR
EUROSPAR
EUROSPAR

이 아파트의 좋은 점은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도 있지만 인구가 밀집된 주택가라서 주변에 오스트리아 최강마트인

EUROSPAR와 PENNY가 있다는 것이다. 어제는 페니엘 갔으니 오늘은 유로스파로 날아가볼까.

 

빈의 마트들은 일반적으로 아침 7시반이나 8시면 문을 열고 평일엔 7시쯤, 토요일엔 5시쯤 문을 닫는다.

물론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점이다. 빵집은 마트보다 더 일찍 열고 더 빨리 영업을 종료하는 편이다.

 

유로스파에서 우린 우리가 사랑해마지않는 감자샐러드를 1+1으로 사고-이걸 어떻게 다 먹으려고- 미네랄워터를 또 사고

맥주도 또 사고, 공수할 원두커피를 마구마구 많이 샀다. 이런 뿌듯함이라니!

10시, 유로스파에 다녀와서는 마트 가기 전에 돌리기 시작했던 세탁기의 빨래를 탈탈 털어 시원하게 널어두고는 밖으로 향한다.

오호, 오늘 정말 아침부터 많은 일을 했다니까.

 

U1 Vorgartenstrasse역

습도가 높진 않지만 여름은 여름인지라 햇살이 너무도 뜨겁다.

오늘의 첫 행선지는 빈 14구에 위치한 쉔브룬 궁전이다.

U1 Vorgartenstrasse역에서 쉔브룬 궁전이 있는 쉔브룬역까지 가려면 슈베덴플라츠나 칼스플라츠에서 U4로 갈아타야 한다.

빈의 지하철은 대체로 환승 거리와 배차 시간이 짧아서 아주 편리하지만, 칼스플라츠역은 다른 역에 비해 환승 거리가 길다.

 

쉔브룬 궁전
쉔브룬 궁전
쉔브룬 궁전

18세기 초반 건립된 합스부르크왕가 여름 궁전인 쉔브룬엔 이미 셀 수 없이 아주 많이 왔었다.

빈에 살 때는 물론, 난 작년과 재작년에도 왔었고 남편은 2010년 이후로 6년 만에 만나는 반가운 쉔브룬 되시겠다.

쉔브룬은 궁전 내부 관람에는 입장료를 내지만, 베르사유 궁전과는 달리 정원만 보는데는 완전 무료다.

우린 쉔브룬 정원 산책이 목적이기에 궁전 외관은 대충 보고는 바로 궁전 뒤편의 정원으로 씩씩하게 걸어간다.

 

쉔브룬 궁전 정원
쉔브룬 궁전 정원
쉔브룬 정원과 글로리에테

아, 그런데, 정원에서 나무그늘 없는 곳은 너무나 뜨겁다.

글로리에테가 있는 저편 언덕까지 올라가서 시원한 맥주나 커피 한 잔 하려 했는데, 날씨가 도와주질 않는구나.

그러면 궁전 외관 뒤쪽 계단을 밟아올라가 그나마 시야 조금 높은 곳에서 정원과 글로리에테에게 눈인사나 하고 가자고.

 

쉔브룬 정원
쉔브룬 정원
쉔브룬 정원

정원 한켠, 인적 없는 곳의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쉔브룬의 대기를 마음껏 느껴본다.

여름 한낮, 오늘 같이 맑은 날, 몇 시간이고 음악을 들으며 이 한적한 벤치에 누워 있어도 좋을 것 같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울 수 있는 나라니까.

한낮인 정오, 우리의 위장에게 자유를 부여하기 위하여 우린 왔던 길을 다시 되짚어 프라터슈턴역으로 움직인다.

 

U4 쉔브룬역
프라터 러닝스시

프라터슈턴역에 온 이유는 프라터공원에 가기 위함이 아닌 점심식사를 하기 위함이다.

프라터공원으로 가는 지하철역 출입문에 인접한 러닝스시뷔페은 빈에 살 때 가끔 들렀고 그러기에 빈에 올 때 꼬박꼬박

들르는 습관 같은 곳이다. 별맛 아닌데 빠뜨릴 수 없는 곳, 들러야만 숙제를 끝낼 수 있는 곳이다.

 

내가 먹는 건 늘 뻔하다.

날짐승을 싫어하기에 닭이나 오리는 거들떠도 안보고, 거의 연어초밥과 새우구이만 열심히 먹는다. 후식으론 과일만 약간.

이곳 연어초밥은 서울에서 먹는 연어초밥보다 항상 맛있게 느껴져 그 이유가 늘 궁금했는데, 드디어 궁금증을 풀었다.

연어의 흰 줄 문양으로 짐작컨대 이 식당의 연어는 양식이 아닌 것이다. 흰 선의 폭이 가늘면 자연산이란다.

 

빈에 살 때 실제로 3kg 넘는 자연산 노르웨이 냉동연어를 30-40유로에 구입하는 걸 본 적이 있으니 자연산이란 근거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자연산이라고 가격이 아주 비싸진 않다는 거다.

위장 운동을 열심히 해 주면서 오후 일정으로 벨베데레를 언급하다가 '다음에가든가, 아예 가지말든가' 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아주 피곤했기에 휴식을 위해 일단 프라터에서 지하철 1정거장 거리인 숙소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