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5일 동안 머물게 될 아파트는 U1, 즉, 지하철 1호선인 Vorgartenstrasse역에서 도보 1-2분 거리다.
빈의 지하철 1호선은 구시가 최중심인슈테판플라츠는 물론, 국립오페라하우스가 있는 칼스플라츠, 도나우 운하를 볼 수 있는
슈베덴플라츠역, 교통의 중심인 중앙역, 프라터공원을 갈수 있는 프라터슈턴역도 있으니 그 편리함은 두말하면 입아프다.
특히 슈테판까진 4정거장으로, 4분이면 도착한다.
아파트엔 세탁기, 청소기, 선풍기, 다리미, 토스터, 전기포트, 커피머신, 커피메이커 등 전자제품부터 식기류, 세제, 랩과
호일 등 뭐하나 빠진 것 없이 다 잘 갖춰져있었는데, 특히 커피머신과 커피캡슐은 감동적이었다.
2014년에 7박 동안 머물렀던 빈 19구 초입의 깔끔한 아파트에도 치보커피머신과 커피캡슐이 있어서 그 커피 맛과 배려에
감동을 했었는데, 그때와 같은 세심한 배려에 우린 기쁘고 뭉클했다.
치보와 야콥, 둘 다 맛있고 향 좋은 캡슐커피인데, 내 입맛엔 치보가 좀 더 맛있다.
5시, 빈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중 하나인 '마트에서 장보기'를 하기 위해 빈의 실속마트인 PENNY로 출동한다.
이 아파트의 장점이 구시가에서 가까우면서도 주택가라 마트가 많다는 점인데, EUROSPAR는 내일을 기약하고 오늘은 페니다.
1년 만의 빈 마트 순례는 역시나 재미나고 즐겁다. 페니의 진열대엔 저렴하고 품질 좋은 물품들이 가득가득했으니까.
미네랄워터를 비롯하여 10년 전과 가격 같은 우유와 버터, 치즈와 요거트, 체리와 복숭아 그리고 계란과 셈멜과 감자와 맥주까지,
요 많은 식품들로 냉장고를 채워놓으니 아주 뿌듯하다.
빵빵한 와이파이로 한국에서 펼쳐지는 KBO리그의 하이라이트를 열심히 시청하고 이삼일간 못 먹은 쌀-된장찌개와 카레-도
맛있게 먹어주시고 난 후에야 우린 천천히 구시가로 향한다.
저녁 8시, 숙소 근처의 학교 건물도, 거리의 차들과 자전거들도 저녁빛 속에서 생동감이 살아있다.
빈의 구시가는 빈 시민들과 여행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곳이다.
빈에 살 땐 주말마다 찾아왔던 곳이고 빈을 여행할 땐 매일 지나고 들르고 즐기는 곳이다.
6년 만에 빈을 찾은 남편은 슈테판을 바라보고 그라벤 거리와 콜마크트 거리를 걸으며 감회에 젖는다.
봐, 여긴 여전하지, 난 재작년과 작년에도 왔었고 아저씬 6년 만인데 차이가 없네, 늘 같으니까, 여전하니까.
빈 시청사 앞 광장에선 해마다 여름이면 2개월간 매일 밤 필름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해질 무렵부터 시청사 앞에 설치된 대형화면을 통해 클래식, 오페라, 연극, 발레 등의 공연 실황을 상영해 준다.
음악과 공연을 사랑하는 빈 시민들은 해가 지기 전부터 광장에 마련된 좌석에 앉아 공연의 상영을 기다린다.
큰길에서 가까운 시청사 앞 광장 초입 쪽엔 먹거리들이 마련되어있어 그곳에서 음식과 맥주를 마시며 이 축제를 즐겨도 된다.
우리가 도착했을 땐 필름 상영이 시작된 지 시간이 꽤 지나서 빈 좌석은 하나도 없었고, 대신 서서라도 공연을 보려고 마땅한
자리를 살피는데, 오늘 밤 정말 여기저기서 한국어가 많이 들려온다.
좌석만 있었으면 오랫동안 관람했을 공연이었는데, 많이 아쉽다.
오래된 빈의 트램을 타고 또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오니 10시가 한참 넘었다.
아까 사다놓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오스트리아 맥주도 못 마시고 잠든 고단한 하루.
그래도 빈에 오니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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