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는 달리 시장 건물을 에워싼 모든 것들이 흐릿한 걸 보니 역시 여행에서 날씨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오픈 시각을 미리 인지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다행히 출입문이 활짝 열려있는 화요일의 콜마르 시장.
그 입구에 들어서면 우리가 흔히 아는 시장의 모습이, 소박한 시장 풍경이 펼쳐진다.
실내에 들어서니 길이도 길지만 특히나 내부의 폭이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붕 덮은 우리나라 시장이나 유럽의 일반 재래시장과는 달리 길 트임이 여럿이다보니 그 생김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직 하루가 무르익지 않은 오전이라 그런가. 상인 수보다 크게 많아보이지 않는 손님 수, 시장은 한산했다.
와인, 채소, 과일, 쿠키와 빵, 케이크, 절인 올리브, 절인 해산물, 육류와 소시지, 치즈를 비롯한 유제품 등 먹거리들이
진열대에 놓여있고 우산이나 그릇 등의 생활용품도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나 빵과 케이크의 모양과 색감은 완전 예술, 그 중 우린 초코 에클레어를 골랐다.
번개의 뜻을 지닌 에클레어는 마카롱, 밀푀유 등과 함께 프랑스 대표 디저트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
오락가락 하던 비는 거의 힘을 잃었고 우리도 쉬는 비처럼 휴식이 필요한 시각이다.
호텔로 돌아와 창가의 작은 테이블 위 컵라면에 뜨거운 온수-객실에 전기포트 비치-를 부었다.
어제 낮부터 오늘 아침까지 빵과 프랑스 음식을 먹었고 또 오늘 저녁에도 프랑스식 식사를 해야 할 터이니
점심엔 한식으로 속을 달래두어야 했다. 후식으로 마들렌과 1664 맥주에 땅콩까지 곁들이니 완벽한 코스 요리다.
식사는 완벽했는데, 휴식은 잠시 온전치 못했다.
메이드가 체크아웃한 방으로 착각하고 들어오기도 했고 방을 잘못 찾은 할아버지가 초인종을 누르기도 했다.
밖엔 비가 완전히 그치고, 우린 '하울의 움직이는 성' 영상 일부를 시청한 후 '트립어드바이저'를 통해 콜마르 맛집을 검색했다.
좀더 쉬고 또 쉰 후 셀카봉-남편 담당-을 들고 5시반, 화사하게 갠 콜마르의 오후를 만나러 호텔을 나선다.
눈 여겨둔 레스토랑 'Le fer rouge'는 마침 브레이크 타임이라 야외테이블좌석으로 예약한 후 30분 뒤 다시 오기로 했다.
비 내린 흔적 없이 뽀송뽀송해진 콜마르 구시가엔 기분 좋은 활력이 넘친다.
야외 좌석과 건물 1~3층으로 이루어진 Le fer rouge는 트립어드바이저의 상위에 랭크된 평판 좋은 레스토랑이다.
다시 돌아온 레스토랑의 야외 좌석은 순식간에 만석이 돼버렸고 옆 테이블의 노부부는 긴 정담을 주고 받고 있다.
노부부를 보면서 그들의 여유로운 삶이 부럽다는 남편, 우리도 저 나이쯤이면 지금보다는 여유를 누리고 있겠지.
난 와인을 즐기지 않지만, 뤼데스하임에서도 리즐링 와인을 패스했기에 이곳에서 한 번 마셔주기로 했다.
작은 브레첼과 함께 나와준 리즐링 와인은 내겐 그저 와인 맛일 뿐. 역시 나에겐 맥주가 최고다.
사우어크라우트를 펼친 연어 요리와 베이컨을 덮은 치즈 슈패츨(짧은 면)이 깔끔하고 맛있다.
맥주를 한 잔 추가하는 남편에게 흑인서버가 기분 좋은 친절함으로 답한다. 이 동네 서버들, 정말 최고로 친절하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Ancienne Douane 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작은 행사와 마주했다.
알자스 전통 복장을 한 사람들이 연주 음악에 맞춰 몸짓을 만들고 한쪽에선 머그와 마그넷, CD를 판매하고 있다.
이상하게도 오늘 하루가 참 길었다.
빗방울 떨어지는 생마르탱 성당 앞 카페에 앉아있던 오전의 기억이 어제인 듯 아득하다.
눈 앞에서 하나둘씩 점등되는 콜마르 구시가의 불빛도, 지금이 아닌 듯 현실이 아닌 듯 아련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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