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르의 작은 운하인 프티트 베니스에서 시작된 구시가는 그 주변을 둘러둘러 어여쁘고 고풍스러운 정경을 펼쳐준다.
등을 돌리고 고개를 돌리면 500년 전 역사 속 거리가 현재로 이어지는 마법을 보여주는 곳이다.
어느 골목 끝에서 만난 자연사 박물관, 인구가 7만명도 안 되는 소도시에 자연사박물관이라니 신기하고 놀랍다.
예쁘다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거리를 정처없이 가볍게 걷는다.
여행 전, 콜마르에선 뭘하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우리의 답변은 단출했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무계획으로 다니기, 그리고 여건 되면 리크위르 마을 가기.
일부러 색을 만들어 칠해놓은 듯한 파란 하늘, 그 하늘 아래서 그야말로 발 가는 대로 눈에 보이는 대로 천천히 쏘다닌다.
오가다 계속 만나는 작은 물길인 프티트 베니스를 끼고 있는 시장은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개장 시각을 확인한 후 시장 구경은 내일로 기약한다.
프랑스 대표 마켓인 모노프리가 이쯤 어디 있을 듯한데...
'Monoprix'라 쓰인 건물로 들어갔을 때 처음엔 생활용품만 판매하는 특화된 모노프리인 줄 알았는데, 오스트리아의
인터스파처럼 갖가지 종류의 물품이 진열된 매장이었다. 재미나게 둘러보다가 물과 1664 맥주캔과 간식을 집어들었다.
모노프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출현한 바르톨디 박물관은 마르샹 거리(Rue des Marchands)에 자리해 있다.
이곳에서 조각가 프레데릭 오귀스트 바르톨디(1834~1904)가 태어나고 작품 활동을 했는데, 그는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을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마르샹 거리(Rue des Marchands, 상인들의 거리)의 가장 유명한 건축물은 '메종 피스테르(Maison Pfister)'다.'
메종 피스테르'는 1537년 모자 상인에 의해 건립되었는데, '메종 피스테르'라는 이름은 19세기 이 집을 소유했던 사람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 건축물은 '메종 데 테트'와 함께 16세기 콜마르의 건축 문화를 가장 잘 보여준다.
건물 1층은 여러 개의 아치형 입구가 회랑을 이루고 있고 위층은 나무로 만들어진 탑과 테라스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다.
콜마르를 배경으로 삼은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도 메종 피스테르가 등장한다.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마녀의 저주로 인해 할머니가 된 소녀 ‘소피’.
절망 속에서 길을 걷다가 거대한 마법의 성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자신과 마법사 하울의 계약을 깨주면 저주를 풀어주겠다는 불꽃악마 ‘캘시퍼’의 제안을 받고
청소부가 되어 ‘움직이는 성’에 머물게 되는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티브이자 영화 속 실제 배경이 되었던 곳은 바로 독일, 프랑스 국경에 접해있는 프랑스의 작은 도시 ‘콜마르’. 콜마르는 알자스 지역의 옛 모습을 가장 잘 보존한 도시로 돌 조각이 촘촘히 박힌 좁은 골목, 아름다운 간판이 걸린 파스텔톤 건물, 운하를 따라 늘어선 카페 등 독특한 분위기가 16세기 유럽의 풍경을 재현해 내기에 적당했다. 하울이 소피를 안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장면에 등장한 반 목조건물은 구시가 가옥을 그대로 옮겨 그린 것. 알록달록 선명한 색들의 집이 마치 동화 속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 해 감탄을 자아낸다. <출처 : 다음 영화>
이 도시가 배경이니 당연한 얘기지만 건물이나 거리나 진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랑 똑같다.
스트라스부르보다 더 아기자기하고 화사해서 어디를 봐도 그림 같고 동화 같은 정경의 연속이다.
콜마르가 너무나 좋다는 남편. 나 역시 마찬가지, 여기 정말로 좋다.
탁 트인 Ancienne Douane 광장의 야외 레스토랑에 앉았다.
3년 전, 아들과 함께 했던 스트라스부르에서처럼 오늘도 알자스 전통 음식인 플랑베를 주문했다.
환한 저녁 하늘 아래, 달콤함과 치즈가 어우러지는 알자스의 맛이다.
며칠 전 느닷없이 등에 물집이 생기더니 오늘은 그 왼편에 발진이 났다.
이번 여행이 힘들었나, 이렇게 쉬엄쉬엄하는 여행인데, 이제 그럴 나이가 됐나, 대상포진인가, 근데 전혀 아프진 않은데.
이러쿵저러쿵 서로 두런거리다가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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