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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7 프푸·하이델·콜마·파리

8. 9 (목) 전 : 파리 가는 TGV

콜마르 호텔 앞 공원

콜마르를 떠나는 오늘, 맑디맑다.

호텔 체크아웃은 정오까지고, 파리행 TGV 출발 시각은 12시 45분.

어제 비 때문에 포기한, 알자스 와인가도의 중심 마을인 리크위르를 잠시 떠올렸지만 분주한 여행은 거부하련다. 

다음-여길 또 오겠다고?-을 기약하는 걸로.

 

콜마르에서 리크위르까지는 운행하는 기차는 없고 버스로 30분 소요된다.

한여름엔 방학 기간이라 버스 운행 횟수가 줄어서 하루 6차례 정도밖에 운행하지 않으니 버스 시각 확인은 필수다.

7시가 지나자 복도에서 소음이 이어지고 8시 넘은 조식당이 시끌벅적하다.소란의 주인공들은 중국인.

그들은 식사 후 럭셔리 미니버스에 캐리어를 올리고 있었다.

 

콜마르 프티트 베니스 주변
프티트 베니스 주변
프티트 베니스 주변

작년 2016년 여름에도 이번처럼 11일 일정으로 남편과 여행을 했는데, 남편 왈, 작년보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단다.

처음 계획으론 프랑크푸르트 IN,OUT에 하이델베르크,뉘른베르크 등 독일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는데, 파리를 여행한 지 10년 넘은

남편의 뜻에 따라 파리를 포함시키면서 프랑크푸르트 IN, 파리 OUT으로 변경되었다.

숙박 도시도 4곳-프랑크푸르트,하이델베르크,콜마르-파리-이 되어 3번 이동하니 아무래도 3도시-프라하,두브로브닉,빈- 여행에

2차례 이동했던 작년보다는 편한 일정은 아닌 거다.

그래도 우리 늘 그랬듯 천천히 여유 있게 움직이는 여행인 건데, 힘든 이유를 한 살 더 먹은 나이 탓으로 돌려버리련다.

 

콜마르를 떠나기 전 마지막 산책에 나선다.

쁘띠 베니스-올바른 외래어표기인 프티트 베니스보다 정감 있음-로 가서는 우리가 이틀 동안 그곳에 뿌린 눈빛을 거둬들이고,

어부의 거리에선 아기자기하고 예쁜 집들을 마음에 아로새긴다.

어제도 가고 그제도 갔던 그 길을 그리고 그 거리를 오늘도 보고 또 오늘도 걷는다.

콜마르. 부엌 딸린 작은 아파트 하나 잡고 1주일을 머물러도 내내 좋고 또 좋을 곳이다.

 

어제 저녁식사를 한 Le fer rouge

여행지에선 그 동네 길을 익히면 딱 떠날 때가 된다.

11시 반, 호텔 체크아웃 후 기차역으로 향한다. 역까진 도보 5분, 짧은 길 위의 햇살이 따갑다.

콜마르 역 앞은 온통 공사 중이어서 근사한 외관의 역사(驛舍)를 감상할 수가 없었다.

밖에서 봐선 규모가 작지 않아보이는 역이고 무려 TGV가 운행되는 역인데 예상과는 달리 편의시설이 없다.

 

파리 도착시각이 오후 3시가 넘으니 점심거리가 필요했고, 역에 맥도널드나 버거킹 정도는 있을 거라 여겼던 것이 오산이었다.

햄과 치즈가 든 바게트-조식과 비슷-는 점심으로 도저히 먹고 싶지 않은데, 역 안에 먹거리 샵은 브리오슈도레 하나밖에 없다.

 

콜마르 역
콜마르 역
콜마르 역

콜마르 역사 안에 원하는 게 없으면 역 밖에서 찾는 방법도 있다.

남편에게 캐리어를 맡기고 역 앞으로 나가 재빨리 건너편을 건물들을 스캔한다.

맥도널드나 버거킹은 보이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그 비스무레한 게 희미하게 보였다.

케밥 가게에 치즈버거가 있었고, 치즈버거세트-감자튀김과 콜라 포함-하나와 단품 치즈버거 하나를 구입했다.

 

TGV 1등석

12시 45분에 출발하는 파리 행 TGV의 1등석에 앉았다.

여행 4개월 전, 프랑스철도청 홈페이지에서 구입한 1등석 할인요금은 2등석 할인요금과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2014년에 파리에서 스트라스부르로 이동할 때는 TGV 2등석을 탔는데, 그 자리보다 좌석의 폭과 간격이 넓고 쾌적하다.

1인석 두 자리가 탁자를 가운데 두고 마주보고 있어서 대화하기도 좋고, 좌석마다 콘센트가 있어 아주 편리하다.

 

TGV
TGV

콜마르를 출발한 지 30분 후 스트라스부르를 지나고 곧 검표원이 티켓 검사를 한다.

치즈버거를 꺼내먹고, 시속 300km가 넘는 열차 속도에 놀라고, 잠시 졸다보니 3시 5분, 파리 동역이다.

까르네-10개짜리 티켓-를 구입한 후 지하철 4번선을 타고 Waytostay에서 예약한 아파트가 있는 Les Halles역에 도착했다.

 

지하철 4번선 Les Halles역 부근
숙소 베란다

아파트 앞에서 집 주인에게 전화를 하니 30분이나 기다리라고 한다.

이거 어쩌지 하는 사이, 다행히 5분 후 관리인-남부아시아인-이 아파트 앞에 나타났다.

며칠 전 문자메시지-결론적으로 스미싱은 아니었음-를 보낸 사람이 바로 이 사람-알리-이었다. 

알리와 집 주인과의 통화를 통해 우리 요청대로 아파트 파손보증금은 내지 않기로 했고, 잔금을 지불하려하니 알리는 잔돈이 없다며

거스름돈은 자신의 팁으로 달라고 한다. 그래, 그러자고.

 

아파트로 들어오자마자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했던 비는 아직도 그치지 않고 있었다.

맞은편 고딕 성당에선 4시에도, 5시에도 종소리를 울려대는데, 비는 멎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