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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7 런던

10. 3 (화) 전 : 테이트모던과의 동행

그제와 어제, 그리도 고단한 일들의 연속이었건만 나의 눈은 어김없이 새벽 4시에 떠진다.

서울에서 유럽으로 날아오면 계절 관계없이 최소한 3-4일은 시차 때문에 이른 기상이 시달린다(?), 적어도 나는.

그런데, 나와는 달리 시차 적응의 최강자인 남편이, 오늘은 어찌된 연유인지 일찍 일어났다.

이번 여행의 시작이 강하디강했다는 증거일 터. 

 

6시반, 바깥 하늘이 밝아오고 7시반에 아침식사를 하러 조식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어젠 정신없어 먹지 않았던, 아니 먹을 수 없었던 영국식 식사를, 오늘은 추가금을 지불하기로 하고 요청했다.

영국식 메뉴는 기본 메뉴 옆에 뷔페식으로 세팅되어 있는데, 에그스크램블, 해시포테이토, 양송이, 소시지, 토마토 등이 있다.

소시지는 향이 강했고 나머지 음식은 다 맛있었으나 기본 조식 메뉴만으로도 나쁘지 않았기에 영국식 조식은 오늘만으로 끝. 

 

런던대화재 추모비
스카이가든 빌딩

9시 10분, 길을 나선다.

어제보다 더 맑은 하늘을 선사해 주는 런던.오늘의 첫 일정은 Monument역 근처에 있는 스카이가든으로, 런던의 전망을

360도로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근사한 공간이다.

입장은 무료지만 인터넷 예약과 출력물 지참은 필수, 원하는 입장 시각이 주말이나 저녁이라면 지나친 부지런함 역시 필수다.

 

Monument역 앞에서 처음 마주한 것은 런던 대화재 추모비였다.

이 조형물이 세워진 바로 이곳이 1666년에 런던의 2/3 이상을 불태운 런던 대화재가 시작된 곳이라 한다.

그곳에서 고개를 들면 멀지 않은 곳에 스카이가든 빌딩-정확한 빌딩명은 아님-이 보인다.

우린 예약한 10시보다 약간 늦게 도착했는데, 빌딩 앞엔 이미 긴 줄이 늘어서 있었고 우리도 얼른 그 대열에 합류했다.

담당직원은 줄 선 여행객들의 예약 확인서를 꼼꼼히 확인한 후 그들을 건물 내부로 안내했다.

 

스카이가든
스카이가든
스카이가든 전망

실내 입구에 마련된 1층 검색대를 통과한 후 엘리베이터를 타면 35층에 스카이가든이 있다.

3개층에 해당되는 층고를 지닌 스카이가든은 천장을 비롯하여 눈에 보이는 모든 면이 유리로 되어있어서 시원한 개방감을 준다.

2006년에 런던여행을 할 땐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는 이 공간에 서 있다니... 

전통과 현대가 묘한 조화를 이루는 런던이 내 눈 아래서 저마다의 색감을 드러내며 파노라마로 펼쳐져 있다.

 

테이트모던 미술관
테이트모던 미술관

스카이가든을 떠나 다시 튜브를 타고 Blackfriars역에 내렸다.

런던 지하철 승차시엔 한 플랫폼에 두 개 이상의 노선이 운행되는 경우가 꽤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전광판 확인 요망.Blackfriars역에 내려 Blackfriars Bridge를 건너 우리가 다다른 곳은 테이트모던 미술관이다.

 

테이트모던은 2000년 5월에 개관한 현대 미술관이다.

1981년 화력 발전소인 뱅크사이드 발전소를 미술관으로 개조하여 문을 열었고, 건물 중앙엔 발전소에서 사용하던 99m의 굴뚝을

그대로 남겨두었다.

7층으로 이루어진 테이크모던은 역사, 신체, 풍경, 정물의 주제에 따라 주로 20세기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피카소
앤디워홀

테이트모던의 첫 인상은 완전한 자유와 파격이었다.

1층에 펼쳐져있는 놀이공간 같은 설치미술, 조형물 사이로 자유롭고 편하게 앉아있고 누워있어 설치미술의 일부가 된 관람객들.

각 전시실마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아서 쓰고 그리는 체험학습 나온 아이들, 마냥 경건하고 고요하지만은 않은 전시실들.

 

테이트모던의 백남준

피카소를 만나고 입체적 드가를 마주하고 또 달리와 앤디워홀을 스치며 백남준 곁도 지난다.

경제적 논리-당시 런던엔 다른 데 돈을 쏟아붓느라 미술관을 새로 건립할 자금이 없었다고 한다-에 의해 발전소에서

미술관이 된 태생이 말해주듯 이곳이 다른 미술관과는 차별화된 전시물들의 집합지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전시 방식과 관람 방식이 차이점을 보이는 것 역시 당연할 터. 

 

무채색 구름 가득 덮힌 하늘을 쳐다보며 테이트모던 바로 옆 Millennium Bridge를 건넌다.

밀레니엄교 가운데 이르자, 반대편에선 볼 수 없었던 테이트모던의 전체 외관이 온전히 눈에 들어온다.

미술관 같진 않지만 미술관이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변신과 발상의 전환-이유야 어찌됐든-이 부럽기만 하다.

 

밀레니엄교
밀레니엄교
밀레니엄교

밀레니엄교 위에서 템즈강 저편으로 세인트폴 성당이 보인다.

찰스 황태자와 고 다이애너 비의 결혼식이 거행된 곳이라 왠지 애잔한 마음-쓰잘데기 없는-이 드는데,

명도 높은 하늘이 기꺼이 반짝 하고 나타나 준다.

세인트폴 앞에서 이제 2층 버스에 올라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