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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7 런던

10. 2 (월) 후 : 코벤트가든 거닐기

내셔널 갤러리가 있는 Charing Cross역에서 Oxford Circus역까진 Bakerloo라인으로 두 정거장만 가면 된다.

우리가 Oxford Circus역으로 향하는 이유는 한식으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서다.

이 지하철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우리에게 익숙한 그 이름, '비비고' 한식당이 있다.

 

비비고
비비고

Oxford Circus역에서 살짝 헤매긴 했지만-구글맵 없이 발길 닿는 대로 다니는 아날로그- 2시 즈음, 비비고에 안착했다.

식당 내부는 피크를 비껴간 시각이라 붐비진 않았고, 우리를 비롯한 몇몇만 한국인일 뿐 대부분은 현지인들이 자리하고 있다.

유럽 많은 도시의 식당들이 낮시간 동안 '점심 메뉴' 또는 '오늘의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데, 비비고 역시 3코스 런치의 가격이

착하게도 £9였다. 물론 낮시간인 12시부터 16시까지만.

 

물이 무료-드물게도-로 나왔고 우린 메뉴판을 뒤적이며 샐러드 2개와 깔라마리, 만두와 비빔밥 2개를 주문했다.

비빔밥 중 우린 일반비빔밥 아닌 돌솥비빔밥을 주문했는데 돌솥은 2파운드가 추가된다.

아마 추가금에 관한 내용이 메뉴판 어딘가에 명시되어있긴 할 텐데 직원이 주문 받을 때 직접 알려주진 않았다.

 

오래지 않아 나온 한식은 깔끔하고 맛도 괜찮았다.

음식이 현지화 되다 보니 비빔밥의 고추장소스가 좀 더 달고 덜 매운 느낌이라 할까.

하루반 만에 보는 한식인데도 왜 이리 반가운지, 밥돌이인 남편도 그렇지만 빵순이인 나도 여행하며 만나는 한식은 반갑다.

런던의 식당에선 음식 가격의 12.5%가 서비스요금으로 자동 추가된다고 하는데, 계산서를 받아보니 정말 그렇다.

 

유럽 대부분의 도시에선 서비스요금 즉, 팁은 수요자의 만족도에 따라 그 금액을 수요자가 자율 결정한다.

그런데 런던처럼 팁의 비율을 일률적으로 정하여 음식값에 포함시키면, 식당 종업원이 불친절하거나 정말 맛없는 음식을

먹었을때도 팁을 세금처럼 지불해야 하는 것일까. 그건 몹시 불합리하다.

아니면 혹, 팁을 주고 싶지 않은 경우 팁을 제외한 계산서로 바꿔달라고 당당히 요구해도 되는 것일까.

이번 여행에서 다행히도 불친절한 식당 종업원이나 맛없는 음식을 만나지 않아서 생긴 서비스요금에 관한 궁금증이다.

 

피카딜리서커스

점심식사를 마치고 코벤트가든으로 가기 위해선 피카딜리서커스역에서 환승해야 하는데, 이왕 갈아타는 김에-게다가 역마다

환승 거리가 얼마나 멀고 먼지- 잠시 바깥 구경을 하기로 했다.

피카딜리 서커스는 런던 관광과 쇼핑의 중심지니까.

구름 몰리는 하늘, 그 아래 광장엔 그리스 신화 속 사랑의 신인 '에로스상'이 1892년부터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코벤트가든
코벤트가든

피카딜리서커스역에서 코벤트가든역까진 딱 한 정거장으로, 코벤트가든역 출입구에선 노란 라이온킹이 여행객을 반겨준다.

코벤트가든은 중세에는 웨스트민스터사원 소유의 정원과 채소밭이 있었고 17세기부터는 청과시장이 있었던 곳이라 한다.

현재 이곳과 그 주변은 Market을 중심으로 샵들이 즐비한 인기 절정의 쇼핑센터가 되었다.

 

코벤트가든
코벤트가든

코벤트가든은 11년 전, 런던 첫 여행 땐 찾지 않았던 곳이다.

그땐 코벤트가든의 존재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또 알았다한들 성탄절 연휴기간이었기에 둘러보긴 어려웠을 것이다.

단순히 멋지고 예쁘다는 표현만으론 부족한, 오래 머물고 싶고 자주 찾고 싶은 아주 근사한 공간이다.

이곳엔 위타드, 무민샵 등의 예쁜 가게들은 물론 다양하고 분위기 있는 공연들이 이어져 다채로운 흥미거리를 선사해 주고 있다.

 

빅벤
국회의사당

맑았던 아침 하늘은 오후 들면서 잿빛 구름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코벤트가든엘 다시 올 기약을 하며 87번 버스를 타고 템즈강변의 국회의사당으로 향한다.

짧은 거리임에도 교통 정체는 엄청나고, 11년 전에 탔던 버스보다 2층에서 보이는 시야가 훨씬 넓어졌다.

 

런던아이
템즈강

국회의사당의 시계탑인 빅벤은 온통 공사 중이다.

흐린 하늘에선 이따금 빗방울이 떨어지고, 런던아이를 품은 템즈강변엔 거친 바람이 펄럭인다

몸도 마음도 고단했던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 오늘 일정은 이쯤에서 마무리해야겠다.

웨스터민스터역에서 서클라인을 타고 숙소로 오는 중 어제의 불면 때문인지 정신없이 졸았나 보다.

 

베이스워터역 앞 테스코에서 물과 맥주, 땅콩을 구입한 후 들어온 호텔 객실이 환하고 깨끗하다.

콩나물뚝배기면과 큰 진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 한식을 섭취하고 이어 기네스맥주에 몸을 맡겼다.

급작스럽고 고단한 사건(?)을 잘 이겨내고 15,000보 넘게 걸으며 런던을 즐긴 하루.

이젠 편안한 꿈을 즐길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