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자마자 부스스한 얼굴로 BILLA에 들러 내일 아침까지 필요한 물과 맥주, 치즈소시지를 구입했다.
그리고 8시, 가장 중요한 일인 항공 온라인체크인을 위해 루프트한자 앱을 열었더니 아직 오픈 전이다.
그런데 2-3분 후 혹시나하고 수언니가 접속한 루프트한자 앱이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원래 웹체크인은 출발 23시간 전부터지만 늘 그랬듯 23시간도 훨씬 더 남은 시각임에도 웹체크인이 가능한 것이다.
우린 프랑크푸르트에서 인천까지 가는 712편의 44AC와 43DEF, 이렇게 맨 앞 최고의 5좌석을 확정했다.
어제보다는 훨씬 서늘해진 아침, 카페 Sacher에서 분위기 있고 우아하게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다.
1832년 오픈한 카페 사허엔 황제가 즐겨 먹었다는 초코케이크인 사허토르테가 아주 유명하다.
이른 아침, 아마도 이날의 첫 손님이었던 우린 멜랑쉬와 사허토르테를 주문했다.
카페 첸트랄의 멜랑쉬엔 우유 거품만이 그 풍미를 더했는데, 카페 사허의 멜랑쉬는 우유 거품과 생크림이 그 맛을 돋운다.
커피를 좋아하긴 하지만 커피 맛에 민감하지도 예리하지도 않은 터라 두 카페 모두의 커피 맛이 내겐 특별하진 않았다.
빈의 오래된 카페에선 커피 맛보다 그곳의 전통과 정취를 담뿍 느껴보는 게 묘미일 거다.
카페 사허와 오페라하우스 뒤편에 위치한 알베르티나 미술관에 오르면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근사한 정경이 펼쳐진다.
오래 전에 가 보았던 카페 모차르트도 정면에 자리하고, 오페라하우스가 보이는 알베르티나 난간은 영화 '비포선라이즈'의
촬영 장소이기도 하다.
각종 상점들이 즐비한 캐른트너 거리에서 이번 여행의 마지막이 될 로드샵 쇼핑에 나선다.
각자 취향이 다르니 자유로이 쇼핑을 한 후 정해진 시각에 약속된 장소에서 모이기로 했다.
난 2층까지 있는 클림트샵은 구경만 하고, 흔한 기념품점에서는 비엔나란 글자가 쓰인 머그를, Tschibo에선 지난 번에
다 사지 못한 원두 커피를 구입했다.
캐른트너에서 다시 모여 38번 트램을 타고 빈숲으로 간다.
빈숲의 그린칭은 그해 담근 백포도주로 유명한 호이리게들이 모여 있는 곳인데, 오전이라 문을 연 곳은 별로 없다.
다시 그린칭에서 38A 버스를 타고 도착한 빈숲의 칼렌베르크에서는 빈 시내를 가득 조망할 수 있다.
칼렌베르크 야외카페에서 포도밭과 빈을 조망하며 시원한 맥주를 마실까도 했지만, 그보다는 프라터에서 식사와 맥주를
한번에 해결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칼렌베르크에서 38A 버스로 U4 하일리겐슈타트역에 도착했으나 이 역엔 지하철 운행 중지-아까 안내문을 본 듯-란다.
쿤스트하우스빈 트램도 그렇고 국회의사당 전면공사도 마찬가지고, 전과 다르게 여행 성수기에 유난히 공사가 잦은 빈이다.
다행히 하일리겐슈타트역에서 출발하는 5B 버스가 있으니 프라터공원까지는 갈아타는 불편함 없이 이동할 수 있다.
지하철보다는 시간이야 더 걸리지만, 빈 시민들을 마주하며 차창 밖으로 여행지 아닌 빈을 만나는 언니들의 낯이 밝다.
프라터 공원 입구에서 오스트리아 족발 슈텔체로 유명한 '슈바이처하우스'까진 꽤 걸어야 했다.
예전엔 가까웠던 것 같은데, 식사 때가 지나니 마음이 급해서 그렇게 느껴졌나.
학센과는 조금 다른 슈텔체를 그 이름도 멋진 슈바이처하우스에서 부드바이저 맥주와 함께 즐긴다.
숙소 근처 HOFER는 이번 여행 최고의 쇼핑 장소가 되었다.
어느 덧 뿌듯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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