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샘'의 뜻을 지닌 쉔브룬 궁전은 1569년에 건축하기 시작하여 현재 1,441개의 방을 지닌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궁전으로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다.
빈을 여행하는 모든 이들이 빼놓지 않는 곳, 우리도 빼먹지 않기로 했다.
쉔브룬 내부는 물론 그냥 통과다.
다른 성(城)과 궁(宮)을 이번 여행에서 꽤나 입장하기도 했고 또 대부분 쉔브룬 내부 관람 경험이 있으니까.
쉔브룬 중 오늘 들를 곳은 쉔브룬 정원 끝 언덕에 솟아있는 전승기념비인 글로리에테다.
글로리에테까지 이 여름 볕 아래 당연히 걸어 올라갈 순 없으니 선택은 파노라마트레인이다.
그러나 꼬마기차인 파노라마트레인에 오르자 내부가 너무 덥다.
기차 안에 당연히(?) 에어컨이 없고, 게다가 창의 크기마저 아주 작으니 불어오는 바람마저 들어올 틈이 없다.
일단 글로리에테 카페엘 들어가기로 했다.
시원함을 기대할 순 없었지만, 서늘한 아이스커피-아이스크림과 생크림 올린-라도 마시니 더위가 좀 가시는 것 같다.
그즈음 근처 테이블에 앉아있는 유명한 부부 뮤지컬배우-가족이 함께 여행 중인 듯-에게 눈 인사를 건네는 쉬리언니.
게다가 옆 테이블 남자가 자리를 뜨면서 보여준 아슬아슬한 퍼포먼스-예상치 못한-에 다들 까르르 넘어간다.
파노라마 트레인은 내려갈 때도 탈 수 있었지만, 무풍 지대인 기차 내부를 다시 겪고 싶진 않았다.
그늘로 그늘로, 때론 길 아닌 곳으로 볕을 등지며 내려오다 보면 포세이돈 분수와 정원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는다.
정원을 가로지르는 쉔브룬 뒤편도 정말 예쁜데, 고온엔 장사가 없다.
쉔브룬을 떠나 지하철과 트램을 차례로 타고 벨베데레 미술관으로 움직인다.
18세기에 건립된 오이겐공의 여름 궁전인 벨베데레엔 오스트리아 대표 화가인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의 유명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상하궁 중 상궁만 관람하는 티켓을 구입한 후 정원을 둘러보려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옛날 초등전과의 표지였던 나폴레옹도 만나고 다양한 회화와 조각들을 감상하며 적당량의 예술품에 새삼 감사한 마음.
미술사 박물관을 관람할 때보다 몸도 마음도 훨씬 가볍다.
그러던 중 어느 전시실 앞에서부터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긴 줄을 만들고 있는 관람객들.
굳이 묻지 않아도 누구나 이곳이 클림트 전시실 앞임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예전-11년 전인가-엔 이런 시스템이 아니었는데 벨베데레 역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나보다.
황금빛을 사랑한 구스타프 클림트와 강렬함 속 애잔함을 발현한 에곤 실레, 그리고 깊은 선의 화가 코코슈카...
빈의 첫날 저녁에 들른 슈트란트카페에 반해 버린 언니들이 한번 더 이곳을 청했다.
쉔브룬과 벨베데레 두 곳을 들르다보니 점심식사가 매우 늦어버렸으니 이름하여 '점저'다.
4시가 조금 넘은 한가한 시각, 우린 믹스샐러드와 슈페어립들과 코동블루-치즈와 햄이 든 슈니첼-를 힘차게 주문했다.
거칠 것 없이 트인 도나우강과 맛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부드바이저 맥주, 슈페어립, 슈니첼 그리고 좋은 사람들까지.
이런 멋진 그림은 인위적으로는 결코 그려낼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린 이 시간들을 멋지게 즐겼고 그래서 정말 즐겁고 신나고 행복했으니까.
숙소에서 휴식 후 어둠을 틈 타 시청사 앞-천천히 걸어 15분쯤-을 향해 걸어간다.
대형 화면을 비껴 볼 수 있는 스탠드석의 가장자리에 잠시 앉아 화면을 응시한다.
클래식이나 오페라면 더 나았을 텐데, 1970년대 즈음의 음악 콘서트인가, 아주 생소하다.
얼마 남지 않은 여행을 아쉬워하며 아파트 식탁 위엔 맥주 캔들이 춤을 추고 있다.
잠깐 뿌렸던 낮 소나기 덕인지 오늘 밤 기온은 어제보다 낮아진 듯하다.
낮아진 밤 기온 따라 들떴던 우리 마음도 볼륨 낮출 준비를 해야겠다. 여행의 끝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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