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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9 뮌헨·인스브루크·빈

대한항공 프레스티지클래스

4월에 Air France와 KLM의 성수기 비즈니스 특가항공권이 나왔다.

올해 8,9월의 분주함이 이미 예견되었기에 여름 여행을 반납하기로 하였지만,

여러 이유와 핑계-직장스트레스-를 끌어모아 무조건 발권 완료.  

 

 Air France로 서울에서 파리까지 가는 노선은 주중엔 2편, 주말엔 3편이다.

오전 9시 5분 출발 AF261편은 대낮에 도착할 수 있는 이점이 있으나

1시 20분발 AF5093편은 그이름도 찬란한 공동운항이라 대한항공(KE901)으로 움직인다.

시간 활용엔 에어프랑스가 낫지만 좌석이나 서비스는 대한항공이 우위로 판단하여

서울에서 뮌헨까지 대한항공+에어프랑스의 조합으로 발권했다.

귀국편인 비엔나에서 서울까지는 KLM을 선택했다.

 

스카이팀에 속한 항공사들은 인천공항 제2터미널을 이용한다.

그러고 보니 제2터미널은 처음.

대한항공은 A카운터 별도공간에서 퍼스트클래스와 프레스티지클래스 수속을 한다.

신속하고 친절하게 수속을 하고 나면 출국심사 후 KAL라운지에 입장할 수 있다.

음식의 종류는 적은 편이고 사람들은 많은 편.

잠시의 휴식 공간으론 괜찮다.

 

파리 노선인 A380-800 항공기는 1층엔 퍼스트 12석, 이코노미 301석이 있고

2층은 전부 프레스티지클래스로 무려 94석이 배치되어 있다.

위의 배치도처럼 프레스티지석 공간은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고,

오픈된 풀플랫 프레스티지 슬리퍼 좌석이다.

 

우린 22열에 앉았는데, 이 구역은 20~23열만 자리해 있어서 아늑한 느낌이었고

구역 너머 맨 뒤엔 바가 마련되어 있어 원하는 음료를 승무원이 직접 챙겨준다.

바엔 외국인들이 많았는데, 우리 자리까지 그들의 소음이 들리진 않았다.

 

웰컴드링크는 오렌지주스를 골랐고 

밋밋한 파우치 속엔 핸드크림, 바디로션, 립밤, 안대 등이 들어 있었으며 

이후 추가로 여성승객들에겐 미스트를 나눠 주었다.

 

프레스티지에선 이륙 전 사무장이 좌석 사이를 다니며 승객들에게 인사를 했고

담당 승무원은 두 차례의 식사 메뉴 주문을 한번에 미리 받았다.

첫번째 식사의 음료는 맥주를 선택했고

전채로 토마토를 곁들인 모짜렐라가 제공되었다. 괜찮은 맛.

 

우리가 아는 그 비빔밥을 먹은 후 치즈, 포도, 하겐다즈-남편은 초코, 난 바닐라- 및 커피를 취했다.

기내 엔터테이먼트로 한국영화는 4편이 있었는데, 난 그중 '성난 황소'를 관람.

기대를 하면 형편 없는 영화일 수도 있겠지만

생각을 줄이고 보기 시작하면 생각을 생산해 낼 수도 있는 영화다.

 

인천에서 파리까진 12시간이 소요된다.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실화를 소재로 한 '호텔 뭄바이'를 보면서 라면을 주문했다.

 

근데, 어, 내가 아는 끓인 라면이 아니다.

컵라면에 콩나물, 파, 고추 넣어 뜨거운 물 부어 익힌 후 그릇에 옮긴 느낌.

그래도 공중에서 먹는 라면은 맛있다. 열심히 자던 남편도 일어나 라면을 요청했다.

난 라면 먹은 후 취침 모드. 푹 자면 좋으련만 여러 차례 뒤척였다.

 

파리 도착 두 시간 전 샐러드와 안심스테이크, 과일로 이른 저녁을 들었다.

남편은 다 먹었지만 난 안심과 감자를 반 넘게 남겼다. 음, 배가 불러서.

 

식사 직후 남편의 말, 우리 바로 뒤-맨뒤 23열-에 배우 조ㅇ성 앉아 있어... 

헉, 그걸 왜 이제야 말하냐 했더니 긴가민가 했다나.

난 늘상 대체로 사람 얼굴을 안 보고 다니기에

좌석에 혼자 앉아 있는 남자 얼굴은 당연히 쳐다보지도 않았다.

미리 알았어도 무슨 액션을 취하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조배우가 뒤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내 즐겁지 않았을까.

 

착륙 전, 승무원들이 '편안하셨습니까'라며 웃는 얼굴로 일일이 인사를 한다.

이런 건 안해도 될 듯. 과잉 친절에 쓸데없는 감정 노동이니까.

 

그것보다는 94석-최성수기에도 만석이 안 되는-이나 되는 비즈니스클래스에

이코노미석보다 약간 많은 승무원만 배치되다 보니 그들은 계속 바쁘고 어수선했는데

이렇듯 편안하지 않은 분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 대한 개선이 필요할 듯하다.

비즈니스클래스는 좌석 수가 적을수록 서비스와 분위기가 평안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