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반, 전날 챙겨둔 캐리어에 몇 가지를 더 보태고 운짱을 자처한 남편과 함께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12월 초에 이전 집 근처로 이사를 한 터라, 이사 전에 늘 타던 공항버스 정류장까진 거리가 있어서-도보 10분- 차라리
인천공항까지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는 다른 노선의 공항버스를 타기로 한 것이다.
정류장에 도착해 남편에게 손을 흔든 후 예상보다 승객 많은 버스에 올랐고, 몇 정거장 후 같은 버스에 올라온 영후배를 만나
도란거리며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먼저 도착한 우리는 미리 주문한 유심을 수령했고, 6명이 다 모인 후엔 여유있게 출국 수속을 했다.
1월, 여행 성수기는 아닌 듯한데 검색대는 바글바글하다.
흐린 하늘, 요 며칠 신통치 않던 허리와 다리가 탑승 전부터 부실함을 드러낸다.
10시 출발 베네치아 직항인 아시아나 항공기는 만석이다.
그런데 또 '아시아나 똥차'를 만났다. 2018년 여름의 파리발 항공기에 이어 두번째.
http://blog.daum.net/stelala/15920195
어느 항공기에서도 볼 수 없는 화면의 품질과 크기는 물론이고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 때문에 무언가를 보고 듣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아직도 이런 항공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유럽행 아시아나 항공기 중 새 기종이 투입되는 노선은 런던과 프랑크푸르트 뿐이고 나머지 노선은 복불복이다.
똥차를 만날 수도 있고 운이 괜찮으면 좀 나은 것에 오를 수도 있다.
두 번의 식사는 나쁘지 않았으나 자동으로 제공되는 간식이 없고, 요청하면 과자류는 받을 수 있으나 컵라면은 없다.
긴 비행이 끝은 오후 2시, 아시아나 똥차는 베네치아 마르코폴로 공항에 착륙했다.
긴 입국심사를 마친 후 우린 5번 공항버스를 타고 로마 광장으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숙소가 있는 Ca d'Oro 선착장-3정거장-까지는
1번 바포레토로 움직였다.
로마 광장의 바포레토 매표소 직원은 우릴 보더니 '얼마나, 1번, 45유로' 등의 한국어를 재빨리 쏟아낸다. 오호~
Ca d'Oro 선착장에서 숙소까진 5개의 다리를 건너야 했기에 캐리어를 들고 우린 젖먹던 힘까지 쏟아야 했다.
이번 여행에서 베네치아 담당-예약은 대체로 내가 했지만 이전과는 달리 도시를 나눠 맡아 여행 준비-인 나는 무슨 자신감인지
약도만 보고 이동했고 숙소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드디어 길을 잃었다.
그 사이 아파트 관리인이 내게 연락을 했고 곧 도착한다는 답장을 보낸 다음, 함께 어느 다리 위에서 유심을 꽂으며 미리 유심을
바꾸지 않았다는 후회를 하면서 연구하는 중, 얼른 베네치아 주민에게 길을 묻는 수선배.
그 주민은 주소를 확인하더니 친절하게도 숙소 앞까지 데려다 준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그라찌에~
관리인은 숙소 출입문 앞 도로에서 우릴 애타게-약속시간보다 우리가 좀 늦음- 기다리고 있었다.
2층에 위치한 베네치아스러운 아파트를 둘러본 후, 침실 배정을 한 다음 짐을 풀었다.
근처 Despar Theatro로 장 보러 가는 길이 해 짧은 겨울이라 이미 어둡다.
근데, 이 아파트 너무너무 추운데, 미리 히터 켜 놨다더니 아닌가봐...
운하 위로 물안개가 피어나는 베네치아의 첫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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