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인지 새벽인지 두세 번 눈을 떴다가 새벽 3시반, 정신이 말짱해졌다. 시차 적응의 수순이 시작된 것.
영후배도 일찍 기상했고 그 덕에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여전히 너무너무 춥다. 어젯밤 실내가 16.5도였는데 몇 시간이 흐른 새벽에도 기온이 거의 그대로다.
패딩 점퍼를 입고 잔 언니도 있을 정도니 관리인에게 연락을 해야 하나.
일단 아침을 한식-여행 내내 우리의 아침은 한식-으로 챙겨먹고 9시반, 리알토다리 쪽으로 움직인다.
리알토 다리까지 천천히 걸으며 맑고 푸른 하늘을 만끽하다가 만난 DFS 면세점의 전망대.
작년 2월엔 예약할 필요-우린 물론 인터넷 예약-없이 한산했기에, 이번에도 오르려 시도했으나 의외로 줄이 길어 예약자
아니면 안 된다는 직원 말에 포기. 오늘이 토요일이라서인가.
오전이라 비교적 한적한 리알토 다리를 오른다.
리알토 다리는 대운하 폭이 가장 좁은 곳에 놓여진 다리로, 처음엔 목조로 지어졌지만 16세기말 대리석으로 현재의 다리를
건립했다고 한다. 작년 2월엔 15년 만에 온 베니스라, 베니스의 모든 것에 감동을 했었는데 이번엔 일상처럼 친근하다.
100개가 넘는 섬과 400여 개의 다리로 이루어진 베니스의 역사는 6세기경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민족의 침입을 피해 이곳에 온 초기 정착민들은 토르첼로섬 등에 살기 시작했고, 인구 유입이 점차 많아지면서 리알토섬이
중심이 되어 진흙으로 이루어진 섬들에 수없이 많은 나무 말뚝을 박은 후 나무로 기단을 얹은 다음 그 위에 돌을 쌓아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의도 3배 크기인 베네치아는 일반적인 섬과는 달리 지반이 매우 약하고 퇴적층은 바다 위로 살짝만
올라와 있는 형태라서 이러한 독특한 방법으로 준설되었다.
http://blog.daum.net/stelala/15920242
리알토다리 선착장에서 바포레토 3일권(72시간권)을 구입한 후 1번 수상버스를 타고 아카데미아 다리로 간다.
아카데미아 다리는 1854년에 철재로 완공되었으나, 1933년에 목재로 다시 지었으며 1985년엔 안정성 유지를 위해
같은 디자인으로 재건축했고 최근에도 보수 공사를 했다고 한다.
베네치아 르네상스 미술작이 전시되어 있는 아카데미아 미술관 앞을 지나고, 다리 건너 광장을 거닐어본다.
광장과 골목을 밟아 다시 돌아온 바포레토 아카데미아 선착장.
그곳에서 만난 현지인 여성이 유창한 한국말을 쏟아낸다. 서울에서 4년을 살았단다.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는 그녀를 뒤로하고 내린 살루테 선착장엔 산타마리아 델라살루테 성당이 자리해 있다.
'살루테'란 건강과 구원을 의미하는데, 1630년경 흑사병이 발생했을 때 도시를 떠나는 주민들을 달래기 위해 성모 마리아에게
바친 성당으로, 그 자리에 115만 개의 나무 기둥으로 기초를 세워 성당을 건립했다.
그런데, 내부는 굳게 잠김. 오픈 시각을 살짝 피했으니 다음을 기약한다.
바로레토 1번을 타고, 늘 인파로 붐비는 베네치아의 상징인 산마르코 광장으로 간다.
시계탑 쪽 골목길을 걸어 우리가 안착한 식당은 coperto(자리값)가 없고 점심 메뉴도 다양했으며 대체로 맛도 괜찮았다.
1시간 20분 간의 점심식사를 마치고 산마르코 종탑에 오르려 했으나 1월 25일까지 공사.
비둘기와 갈매기가 공존하는 산마르코 광장을 가로지르고, 여행객들 그득한 탄식의 다리 앞을 스쳐 지난다.
베네치아 곳곳에서 자주 만나는 날개 달린 사자는 베네치아의 수호 성인인 마르코를 상징한다고 한다.
여기저기 흩어진 산마르코 선착장에서 오락가락하다 마조레 섬으로 가는 2번 바포레토에 올랐다.
마조레 섬은 산마르코 광장 앞 대운하 건너 곤돌라 너머 보이는 작은 섬으로, 그곳엔 16세기에 건립된 산조르조 마조레 성당이 있다.
2번 바포레토는 푸른 대운하를 출렁이며 가로지른다.
크지 않은 마조레 성당에 들어 베네치아 출신 화가 틴토레토의 '최후의 만찬'을 작년에 이어 또 만났다.
공간적 통일성 없이 강렬한 명암 대비를 통해 산만하면서도 역동성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산마르코 종탑과는 달리 산조르조 종탑은 다행히 온전하다.
티켓을 끊고 엘리베이터에 오르니 '차오'하며 인사를 건네는 이탈리아 아저씨.
노을을 전망할 수 있는 시각이라 그런지 전망대마다 만석이다. 잠시의 기다림 필요.
2번 바포레토를 타고 산마르코에서 1번으로 갈아탄 후 숙소로 향한다.
Despar Theatro엘 들러 물과 맥주를 사고 또 근처 피자가게에 들러 피자를 잔뜩 집어왔다.
다행히 아파트 실내는 기온이 올라 따뜻해지고, 우린 최대한 늦게 자야 시차를 물리칠 수 있다.
자정 넘어서야 베네치아는 잔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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