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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0 베네치아·피렌체·로마

1. 12 (일) : 부라노와 무라노

부라노행 12번 바포레토 선착장인 F.te.Nove

6시반에 눈을 떴으니 벌써 완벽 시차 적응인가, 너무 훌륭한 걸.

어제처럼 오늘도 매우 맑음, 숙소에서 가까운 F.te.Nove 선착장까지 산만함을 안고 슬슬 걸어간다.

F.te.Nove는 부라노섬과 무라노섬으로 향하는 12번 바포레토의 출발점이다.

 

10시 10분에 출발하는 12번 수상버스는 10시 50분, 부라노에 우릴 하선시켰다.

이 섬의 찬란한 빛깔의 유래는 다들 알다시피, 안개 잦은 이 마을에 어업을 생계로 했던 마을 남자들이 바다에서 마을로 돌아올

자신의 집을 잘 찾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집집마다 칠해진 화려한 색채는 이제 부라노의 상징이 되었다.

 

 

부라노행 바포레토엔 사람들이 많은 듯했는데, 예상보다 마을은 한적하다.

늘 그랬듯 우린 여기저기 배경을 바꿔가며 단체(?)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원색의 화사함이 사진 찍기엔 최적이지만, 사실 난 이런 인위적인 색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작년 2월에 남편과 베니스를 찾았을 때도 부라노의 원색보다 무라노의 소박함이 더 좋았으니까.

 

spritz

운하와 골목을 즐기면서 식사할 곳을 찾아보았지만 마땅한 곳이 없다.

일요일이라 작년에 들렀던 식당은 물론 쓸만한 음식점은 몽땅 휴무다.

마침 운하 옆에 오픈한 식당에 들어갔고, 얼마 안돼 바글바글 완전 만석이 되었다.

 

오른쪽 : 베네치아 주민만을 위한 입구

Spritz-오스트리아 군인들이 이탈리아 와인을 가지고 주조-를 처음 곁들인 식사를 한 후 선착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작년 2월엔 못 본 Priority 베네치아 어쩌고 하는 입구가 생겼다.

얼마 전에 영상자료에서 본 바로는 여행객 때문에 베네치아 주민들이 바포레토를 바로바로 못 타는 일이 생기자

작년 언젠가부터 여행객이 많은 곳에선 베네치아 거주민 우선 탑승을 실시한다고 한다.

부라노에서 승선한 지 28분 후, 꾸미지 않은 무라노다.

 

본섬에서 2km 떨어진 무라노는 13세기 이후 베네치아 유리 제조의 중심지다.

170여 개의 유리 공방이 있다고 하는데, 무료였던 유리 공예 제작 시연이 2019년 2~3월부터는 유료-3유로정도-로 전환되었다.

일요일에 문 연 공방이 있을까 싶었는데, 오픈한 공방이 쉽게 눈에 띄었고 30~40명이 함께 잠시 구경.

 

짧은 겨울 해는 어느 새 서향이다.

늦은 오후, 12번 바포레토에서 잔 파도 위에 넘실거리는 서늘한 바닷바람을 마주했고, Despar 대신 오늘은 Coop에서

어제 남은 피자에 올릴 가격 착한 어린잎야채를 품에 가득 안았다.

레몬주와 맥주가 무르익는 식탁 위로 즐거운 여행담도 무르익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