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르코 대성당 앞은 인산인해다.
성당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 광장을 오가는 사람들, 대운하를 향하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산마르코 대성당 입장 대기줄에서 20분 이상 기다려 성당으로 들어가니, 입구 앞에 입장료를 받는 창구가 있다.
예전엔 이곳이 계속 내부 공사 중이었고 성당 중 아주 적은 공간만 공개해서인지 그땐 입장료를 징수하지 않았다.
산마르코 대성당은 이집트에서 모셔온 마르코 성인의 유해를 안치하기 위해 836년 건립되었는데, 베네치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날개 달린 사자상은 현재의 베네치아 수호성인인 산마르코를 상징한다.
5개 돔으로 이루어진 비잔틴 양식의 대성당은 구약성서의 내용, 예수의 생애와 승천, 카톨릭 성인들 등으로 내부를 장식했으며,
성당 전면 위쪽의 네 마리 청동말은 13세기 베네치아 십자군이 콘스탄티노플에서 가져온 것으로, 진품은 성당 내부 2층에 있다.
베네치아는 서로마제국 멸망 후 동로마제국-비잔틴제국-의 영향 아래 있었기에 외관도 내부도 비잔틴이다.
성상이 있기는 하나 극히 일부일 뿐이고 성당 안은 온통 금빛 모자이크 투성이다.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은 물론 이탈리아 다른 도시의 흔한 성당과도 많이 다르다.
대성당 천장과 벽면의 금박 모자이크는 화려함의 끝판왕이다.
나는 성서에 대한 배경지식-무교. 그리스신화 좋아함-이 없기에 K가 천장화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게다가 디카도 마찬가지겠지만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은 눈의 기억을 절대 따르지 못하니 아쉬울 따름이다.
대성당 정면엔 알렉산드리아에서 마르코 유해를 빼돌리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828년, 이집트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무역업에 종사하던 베네치아 상인들은 동네 사제로부터, 알렉산드리아를 통치하던
아랍 총독이 성당을 허물어 석재를 빼앗아가려 하는데 그 안에 마르코의 유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두 베네치아 상인은 사제를 설득하여 성자의 유해를 베네치아로 옮기기로 하고, 마르코의 유해를 양배추와 돼지고기를 실은 상자 안에
숨겨서 알렉산드리아를 탈출한다.
산마르코 대성당 건너편에 있는 종탑 대기줄은 다행히 짧다.
종탑으로 오르는 엘리베이터 안내 직원의 한국어가 유창하다. 한국인이 남겨둔 흔적은 넓고도 길다.
15세기에 세워진 약 99m의 산마르코 종탑은 1912년 재건되었으며, 첨탑 꼭대기엔 대천사 가브리엘이 조형되어 있다.
우리를 향해 열린 종탑의 사방을 360도로 둘러본다.
산마르코 대성당의 돔, 두칼레 궁전 지붕, 산마르코 광장, 산타마리아살루테 성당, 산조르조섬 등 베네치아를 다 내려다볼 수 있다.
올 때마다 최고의 조망이고 환상적인 풍경이다. 정말이지 지구에 이런 세상은 없다.
산조르조마조레 성당으로 가기 위해선 2번 수상버스를 타야 한다.
이곳엔 베네치아 르네상스의 대표이자 마니에리스모를 보이기도 하는 화가 틴토레토의 '최후의 만찬'이 있다.
1594년에 완성한 이 그림은 인물들이 수평적 위치에 배치되어 있고 강렬한 명암의 대비로 역동성을 표현했는데,
틴토레토 회화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그리고 이곳에 와야 할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섬에서 보이는 본섬 정경이다. 형언할 수 없이 너무 아름답다.
S. Zaccaria 선착장 앞에는 이탈리아를 통일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청동상이 있는데, 조금 더 안쪽으로 가면 산자카리아 성당을
만날 수 있다. 미술관 같은 이 성당엔 나도 처음이다.
천장은 물론 성당 벽면 전체가 성화로 뒤덮인 이곳엔 베네치아 미술의 거장 조반니 벨리니의 작품이 있다.
조반니 벨리니는 베네치아 화파의 창시자로, 티치아노와 조르조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온화하고 감미로운 색채 표현으로 서정성을 표현했고, 템페라화에서 탈피해 북유럽회화에서 유입된 유화 기법으로 그림을 그렸다.
16세기 베네치아 제단화의 걸작인 '자카리아의 성모'는 고대와 카톨릭, 르네상스, 비잔틴의 융합-고대그리스 기둥, 4명의 성인, 원근법,
돔 천장-을 표현하여 교역의 중심지였던 베네치아의 개방성을 나타냈다.
성수기가 따로 없는 듯 5월 평일인데도 베네치아 어딜 가나 사람으로 넘친다.
중간 중간, 눈에 띄는 샵에서 기념품과 선물을 구입하기도 하고 7시, 숙소로 이동했다.
중심지에서 야경을 보기로 한 밤, 대운하 물결에 비친 불빛이 영롱하게 일렁이고 있다.
산마르코 광장엔 오래된 카페들이 여럿 있는데, 오직 카페 플로리안만 붐빈다.
1720년에 영업을 시작한 카페 플로리안은 그랜드투어로 베네치아를 방문한 괴테, 베네치아 토박이인 카사노바가 자주 드나들던 곳이다.
특히 카사노바가 플로리안을 자주 찾은 이유는 이곳이 여성의 자유로운 출입을 허용했기 때문이라 한다.
산마르코 광장에 플로리안 악사들의 연주가 울려퍼진다.
운하를 보고 광장을 벗하고 밤빛을 바라보면서 2시간을 쏘다니다 숙소로 가려 바포레토를 탔는데, 4일 전 친구들과 함께 바티칸투어를 한
대가족-외할머니, 엄마, 아빠, 이모, 아이 2명-을 배 안에서 우연히 만났다.
밤 10시반도 넘은 시각에 말이지, 세상 참 좁다.
별로 한 일도 없는데 베네치아에서의 이틀이 훅 지나가버렸다.
그래도 내일 오전까진 베네치아를 즐길 수 있으니 다행이라 할까.
5월의 베네치아는 새벽도 매우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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