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 와서도 새벽 기상은 계속되고 있다.
이미 환한 새벽 5시, 오늘 일정을 확인한 후 간단히 아침식사 할 동네 카페를 검색했다.
아침으로 숙소에서 먹는 한식-물론 간단-을 선호하긴 하지만, 가끔씩은 간단한 현지식으로 먹어도 좋으니 말이다.
7시 반, 구글 평점 좋은 동네 카페 Fiore의 바깥 자리는 벌써 만석이다.
동네 사람들이 드나들 듯한 평범한 분위기의 내부 좌석에 앉아 카푸치노와 크루아상을 주문했는데, 역시 아주 맛있다.
다시 숙소로 들어와 나갈 채비를 하고 8시 20분, 바포레토 선착장으로 간다.
1번 수상버스로 1정거장을 이동해 Ca d'Oro에서 하선한 후, 12번 승선 정류장까지는 도보로 움직여야 한다.
12번 수상버스를 타면 유리 공예로 유명한 무라노섬과 레이스 및 알록달록한 원색의 집으로 알려진 부라노섬에 갈 수 있다.
9시 10분, 푸르른 하늘 아래 12번 바포레토가 출발한다.
바포레토 외부 좌석엔 햇살이 쏟아지고, 배 지난 자리마다 포말을 만들어내고 있다.
내부에는 한국인들이 정말 많았는데 이번 여행 중 한국인을 가장 많이 본 곳이 바로 12번 수상버스 안이다.
우리처럼 개인 여행을 온 듯한 사람들도 있고,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이동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베네치아 본섬에서 출발한 지 40여분 후, 우린 Burano B에서 내렸다.
여전히 화려한 향연의 부라노섬, 운하를 따라 집들은 화사하고 개성있는 각각의 빛깔을 내고 있다.
미션을 완성하듯 퍼스널컬러샷을 위해 K는 원색의 집들 앞에서 수십 차례 모델이 되고 R은 의리를 발휘해 기꺼이 사진작가가 되어준다.
본섬을 더 좋아하고 부라노엔 크게 흥미 없는 나는, 이 촬영 작업으로부터 완벽히 자유다.
날이 좋고 햇살이 밝다 못해 약간 덥기까지 하다.
휴식이 필요한 시간. 운하를 건너고 작은 성당에도 들어가 보고 광장을 가로질러 어느 카페에 앉았다.
자리값 없고 가격 착한 이곳에서 친구들은 에스프레소와 시원한 생수를, 난 탄산수를 청했다.
슬슬 본섬으로 가야 할 때다.
본섬에서 출발할 때보다 돌아가는 바포레토 안이 훨씬 한적하다.
수상버스는 확 트인 바다를 출렁이며 떠 가고, 뱃길 위에서 띄엄띄엄 마주한 섬들은 멋들어진 풍광을 선사한다.
대운하를 따라 운행하는 1번 수상버스로 갈아탔다.
바포레토는 리알토 다리를 지나고 아카데미아 다리를 지나며 선물 같은 추억을 나누어주고 있다.
산마르코에서 내린 우리의 행선지는 산마르코 광장 시계탑 안쪽의 좁은 골목길이다.
3년 전에 왔던 식당의 맞은편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았다.
대부분 여행객 대상이긴 하지만, 이 골목엔 자릿값 없이 2-3코스의 점심 메뉴를 균일가로 제공하는 식당이 많다.
우린 물과 함께 첫 코스로 오징어먹물 파스타와 해산물 파스타를, 두번째는 오징어튀김 그리고 R은 궁금했던 스프리츠 아페롤을 골랐다.
파스타류와 오징어튀김이 모두 양이 많고 메뉴마다 다 맛있었다. 빵도 물론이다.
아침이 살짝 빈곤했기에, 넉넉하고 풍부한 점심식사는 오후 활동에 커다란 기운을 북돋워주었다.
오후 일정은 산마르코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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