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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4 로마·피렌체·볼차노·빈

8월 14일 (수) : 보르게세 미술관 속으로

산타마리아마조레대성당

아주 오래 잔 듯했으나 눈을 떠보니 새벽 3시 조금 넘은 시각. 

일찍 깬 김에, 어제의 폭염을 교훈 삼아 보르게세 가기 전 산타마리아마조레성당엘 먼저 들르기로 오늘 일정을 수정했다.

6시반, 계란과 요거트, 샐러드와 과일 등으로 아침식사를 한 후 7시반, 길을 떠난다.

 

산타마리아마조레성당은 숙소에서 300m 거리라 이른 아침부터 문 닫는 초저녁 무렵까지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다.

한여름 눈 내리는 곳에 성당을 지으라는 계시에 따라 건립된 마조레성당은 성모마리아에게 최초로 봉헌된 성당이다.

마조레성당은 로마에 올 때마다 외관만 보았었고 나는 작년에 이어 두번째 입장, 남편은 처음 마주하는 성당 내부다.

실외는 시원했으나 성당 안은 아침인데도 많이 더워-지속된 폭염, 환기 미비-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산타마리아마조레대성당 신랑(네이브)
바오로채플
바오로채플 : 성루카 '로마 백성의 구원'

와 소리나게 호화로운 신랑-네이브, 신자석-엔 성모승천 대축일인 내일 미사를 위한 의자가 배치되어 있다.

왼쪽 측랑의 바오로 채플엔 복음사가 성루카가 그린 '로마 백성의 구원'이라는 모자이크화가 있는데, 흑사병 치유의 기적을 발현했다 한다.

바오로 채플에선 내내 아침 미사 중이었기에 들어가진 못하고 멀리서만 모자이크화를 볼 수밖에 없었다.

 

발다키노와 중앙 제대 그리고 앱스(후진)
예수 베들레헴 구유
베르니니 묘

발다키노를 세워진 중앙 제대 아래쪽엔 성자 히에로니무스와 새로운 사도 성마티아-베드로 제안-의 유해가 안장되어 있고

제대 오른편 바닥에는 바로크 최고 조각가의 것이라기엔 너무나 소박한 베르니니 묘가 있다.

그리고 마조레성당의 하이라이트인 예수의 베들레헴 구유는 중앙 제대에서 반층쯤 내려가면 만날 수 있다.

 

산타마리아마조레성당 내부를 30-40분쯤 둘러본 다음, 운행 시간을 절대로 지키지 않는 로마 버스를 타러 간다.

곳곳의 공사 때문인지 원래 운행 노선과 달라지기까지한 360번 버스에 올라 6~7정류장 후 보르게세 앞에서 하차했다.

 

보르게세 미술관
보르게세 공원
보르게세의 악사

입퇴장 시각과 관람시간-2시간-까지 정해져있는 보르게세 미술관은 관람객 수를 제한하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다.

예약시간인 10시까지는 1시간 가량 남아있었기에, 아직 더위가 덮치지 않은 보르게세의 그늘 벤치에 앉아있기로 했다.

사람들과 강아지들은 드넓은 공원을 평온히 오가고, 트럼본 악사의 멋스러운 연주는 녹음과 어우러져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보르게세 미술관은 교황 바오로 5세의 조카 시피오네  보르게세 추기경-17C-이 수집한 작품이 중심이 된 미술관으로,

시피오네 추기경은 작품들을 보관 전시하기 위해 당시엔 로마 외곽인 이곳에 빌라 보르게세를 지었다.

시피오네는 베르니니와 카라바조 등의 후원자였으나 부정하거나 강압적인 방법으로 작품을 받아낸 이력도 있는 인물이다.

 

1808년 카밀로 보르게세는 처남인 나폴레옹의 압력으로 보르게세 소장품 중 344점-또는 695점-을 프랑스에  판매했고 현재 루브르

박물관에서 보르게세 컬렉션으로 전시되고 있다. 1891년 보르게세 가문이 파산하고 경매 나온 빌라 보르게세와 작품들을 1902년,

이탈리아 정부에서 구입하였고 1903년, 보르게세 미술관을 개관하였다.

 

잔 로렌초 베르니니, 페르세포네의 납치, 1622 : 4전시실

오전 9시 55분, 최고의 작품들을 감상하러 보르게세 미술관으로 입장한다. 

예약확인서를 내밀어 입장 스티커-입퇴장 시각 따라 스티커 색상 다름-까지 받았으나 입구에서 나를 붙잡는 직원.

크지 않은 내 크로스백을 보관소에 맡기란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내 크로스백은 결코 크지 않다 항변했으나 직원은 단호했다.

여권과 지갑은 남편 백에 넣고 미러리스디카와 도난방지줄 붙은 핸드폰과 보르게세 설명서는 손에 든 채 내 백을 맡긴 후 진짜 입장이다.   

 

0층에서 계단을 올라 1층에서 처음으로 마주친 작품은 베르니니가 23세에 완성한, 이곳의 대표작 '페르세포네의 납치'다.

'페르세포네의 납치'가 있는 이곳은 황제의 방이라 불리는 4전시실로, 로마 황제들의 흉상과 로마시대 조각상도 전시되어있다.

제우스와 곡식의신 데메테르의 딸인 페르세포나가 저승신 하데스에게 납치당하는 신화 속 에피소드를 바로크의 역동성을 담아 표현했다.

페르세포네의 허벅지를 잡은 하데스의 손, 떨어지는 페르세포네의 눈물은 단연 압권이다.

 

마리아노 로시, 제우스에게 환영받는 로물루스, 1778 : 마리아노 로시 홀
검투사의 모자이크, 320~330 (각28m) : 마리아노 로시 홀
피에트로 베르니니, 마르쿠스 쿠르티우스, 1617 : 마리아노 로시 홀

4전시실을 먼저 보고 계속 앞으로 가면 동선이 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장 앞 전시실부터 차례대로 관람한다.

1전시실에 앞서 있는 첫 공간은 '마리아노 로시 홀'로, 로마 문명의 위대함과 영광을 찬양하기 위해 18세기에 리모델링을 한 곳이다.

마리아노 로시가 제작한 천장화 '제우스에게 환영 받는 로물루스'는 고대 로마 영웅 마르쿠스 카밀루스가 BC4세기에 갈리아족과의

전투에서 승리하는 장면과 로물루스가 제우스에게 로마를 도와달라 간청하는 장면을 묘사한 프레스코화다.

 

전시실의 바닥을 가득 채운 '검투사의 모자이크' 는 로마 외곽에서 발견하여 1839년 빌라 보르게세로 옮겨온 작품이다.

검투사들이 싸우는 모습을 묘사했으며 검투사마다 이름이 표기되어 있고 죽은 검투사에게도 특별한 표식을 부여했다.

'마르쿠스 쿠르티우스'는 그리스 청동상의 BC2세기 로마 복제품인 말 조각상에, 잔 로렌초 베르니니-우리가 흔히 아는 베르니니-의

아버지 피에트르 베르니니가 고대 로마 영웅 마르쿠스 쿠르티우스의 조각을 추가로 붙인 작품이다.

원래 빌라 보르게세의 정면 파사드에 있었고 1776년에 내부로 옮겨왔다.

 

안토니오 카노바, 비너스로 분장한 파올리나 보르게세 1808 : 1전시실
베르니니, 다비드, 1624 : 2전시실

파올리나의 방인 1전시실엔 안토니오 카노바가 제작한 '비너스로 분장한 파올리나 보르게세'가 있다.

카밀로 보르게세가 나폴레옹의 여동생인 파올리나와의 결혼을 기념하기 위한 조각상으로, 비너스가 된 파올리나의 왼손에는

파리스로부터 아프로디테가 받은 사과를 들고 있다.

다비드의 방으로 불리는 2전시실엔 베르니니가 25세에 만든 '다비드'가 전시 중이다.

입술을 굳게 다물고 몸을 돌려 골리앗에게 돌을 던지는 순간을 살아움직이는 듯 극적이고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베르니니, 아폴론과 다프네, 1625 : 3전시실
아폴론과 다프네 : 3전시실 천장화
잠자는 헤르마프로디토스 : 5전시실

보르게세 미술관의 전시실은 방 이름-주제-에 따라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3전시실은 아폴론과 다프네의 방이다.

이곳에도 그리스신화 속 짝사랑남 태양신 아폴론과 아폴론기피녀 강의 신 딸 다프네의 에피소드가 천장화와 조각으로 표현되어있다.

다프네에게 아폴론의 손이 닿자 다프네는 아버지에게 자신을 월계수로 만들어달라 간청하고 베르니니는 공포에 질린 다프네의 얼굴,

잎이 돋고 있는 다프네의 손끝, 나무껍질로 변해가는 다프네의 다리를 섬세하고 생생하게 제작하였다.

 

5전시실은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 사이에서 태어난 헤르마프로디토스의 이름을 딴 방이다. 

원래 이곳엔, 베르니니가 제작한 대리석침대 위에 올려놓은 2세기 로마 조각 '보르게세의 헤르마프로디토스'-현재 루브르-가 있었으나

현재 전시된 작품은 2세기 로마시대 복제 조각상에, 18세기 안드레아 베르곤디가 침대를 제작한 '잠자는 헤르마프로디토스'다.

 

요정 살마키스의 일방적 짝사랑과 신들에게 올린 기도에 의해 양성공유자가 되는 열다섯 소년 헤르마프로디토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살마키스의 사랑을 거절하고, 살마키스는 순식간에 호수로 뛰어들어 그를 껴안으며 미친 듯이 기도를 한다.

'신들이시여, 이대로 있게 하소서. 영원히 함께 하게 하소서.'

호수에서 나온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살마키스의 몸과 합쳐져 남녀추니가 되어 있었다.

 

베르니니, 아이네아스와 안키세스와 아스카니우스, 1619 : 6전시실
베르니니, 시간이 지나 밝혀지는 진실, 1652 : 6전시실

6전시실은 검투사의 방이지만 전시실 명칭의 이유가 된 '보르게세의 검투사'는 현재 루브르에 있다고 한다.

'아이네아스,안키세스,아스카니우스'는 트로이 왕자 아이네아스가 아버지, 아들과 함께 트로이를 탈출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아이네아스는 아프로디테와 트로이왕 안키세스 사이에서 태어난 트로이의 영웅으로, 트로이 함락 후 생존자들을 이끌고 이탈리아

라티움으로 왔으며 로마 건국 시조인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아이네아스의 16대 후손-참으로 억지 포장-이라 한다.

한편, 이 작품은 시피오네 추기경이 베르니니가 20세일 때 처음으로 주문한 석상이다.

 

6전시실에 있는 또다른 베르니니의 작품은 '시간이 지나 밝혀지는 진실'로, 일부는 미완성인 조각상이다.

이 작품은 '시간'을 상징하는 천사가 천을 걷어내어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을 상징하는 여인이 드러나는 장면을 묘사하려 했으나

하늘을 향한 천 위에 있어야 할 천사는 만들지 못했다.

 

성베드로대성당 파사드에 금이 간 것을 보고, 보로미니를 비롯한 반대파들은 베르니니가 설계 시공한 종탑 무게 때문이라 몰아갔다고 한다.

교황 인노첸시오 10세는 종탑을 철거한 후 베르니니에게 벌금을 부과하였고 베르니니는 이후 명예와 재정에 큰 타격을 입는다.

'시간이 지나 밝혀지는 진실'은 이 시기에 만들었고,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인노첸시오 11세 때인 1680년, 종탑 문제를 재조사했고 대성당 파사드의 금은 전임자가 만든 종탑 기초가 문제였다는 결론을 낸다.

 

카라바조, 병든 바쿠스, 1595 (67*53 /세로*가로) : 8전시실
카라바조,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있는 다비드, 1610 (125*101) : 8전시실

바로크 회화의 문을 연 천재 카라바조의 회화는 모두 8전시실에 모여있다.

'병든 바쿠스',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비드', '성모자와 성 안나', '과일바구니를 든 소년'. '성 히에로니무스', '세례자 요한'.

테네브리즘-키아로스쿠로,명암법-을 극대화시켜 사실적으로 묘사힌 직품들이다.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있는 다비드'는 살인 후 도피 중에 그린 그림으로, 다윗은 젊은 날의 자신을, 골리앗은 현재의 자신을 표현했다.

 

카라바조, 성모자와 성 안나, 1606 (왼쪽 292*211) : 8전시실
카라바조, 세례자 요한, 1610 (152*125) : 8전시실

 

'성모자와 성 안나'는 성베드로대성당 성안나 제대에 봉헌된 작품이었으나 노파의 모습으로 표현한 성안나-성모마리아 모친-,

매춘부 막달레나 안토네티를 모델로 그린 성모마리아, 소년 예수의 누드 등의 논란으로 철거되었다.

1610년 카라바조가 사망했을 때 지니고 있던 그림 '세례자 요한'은 사면 요청을 위해 시피오네 추기경에게 선물하려던 것이라 한다.

 

천재성과 파탄적 성향을 함께 지닌 카라바조.

인성은 바뀌지 않는다고는 하나 혹여 카라바조가 나이듦에 따라 철(?)도 들었다면 미술사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아니, 천재성을 핑계삼아 사고칠 때마다 사면을 남발해주던 교황과 주교가 아니었다면 카라바조의 삶은 달라졌을까.

행운처럼 주어진 수많은 기회들을 긍정적으로 바꾸지 못한 카라바조를 보면 제아무리 천재라 해도 인간은 역시 고쳐쓸 수 없다는 게

만고의 진리인 듯하다.

 

라파엘로,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1507 (179*174cm /세로*가로) : 9전시실
페루지노, 성모자, 1498 (44*34) : 9전시실
핀투리키오,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그리스도와 성히에로니무스,성크리스토퍼, 1473 (59*40) : 9전시실

9전시실부터는 2층으로 올라가서 관람해야 한다.

9전시실은 피렌체와 이탈리아북부에서 활동한 화가들의 그림이 주를 이룬다.

라파엘로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와 그의 스승 페루지노의 '성모자', 핀투리키오의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와 성히에로니무스

성크리스토퍼' 등은 전시되어 있으나 라파엘로의 '유니콘을 안고 있는 여인'을 비롯한 라파엘로의 회화들, 보티첼리의 회화들은 없다.

 

코레조, 다나에, 1630 (161*193) : 10전시실
프란체스코 알바니, 비너스와 아도니스, 1617 (154cm) : 10전시실

10전시실에서는 그리스신화를 소재로 한 회화들이 눈에 띄었다.

외손자에 의해 죽을 것이라는 신탁 때문에 아르고스왕 아크리시오스는 자신의 딸 다나에를 탑에 가두고, 황금소나기로 변신해

탑을 찾은 제우스 사이에서 페르세우스를 낳는다.

페르세우스는 어머니 다나에와 함께 버려지고, 옮겨간 도시 세리포스 왕의 계략에 맞서 메두사의 머리를 참수해 돌아온다.

이후 페르세우스는 아르고스로 귀향하고, 던진 원반에 외할아버지 아크리시오스가 맞아 죽게 된다.

 

아프로디테의 노여움과 저주에 의해 태어난 아도니스는 미소년으로 자라나고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는 사랑에 빠진다.

이를 질투한 아레스는 멧돼지로 변신하여 아도니스를 절명하게 하고 아도니스가 죽은 자리엔 아네모네가 피어난다. 

이승을 떠난 아도니스는 지하에서 페르세포네-스토리가 긺. 대충 삼각관계-와 연인이 되어 저승 생활을 영위한다. 

삶이란 참으로 덧없고 사랑과 시샘은 더욱더 부질없는 것이다.

 

베르니니, 시피오네 보르게세의 흉상, 1632 (이마에 금 간 작품) : 14전시실
베르니니, 시피오네 보르게세의 흉상, 1632 : 14전시실

그리고 찾을 수 없는 11~13전시실, 확인해보니 폐쇄되어 들어갈 수 없고 이어 입장한 14전시실에도 전시작이 상당히 빠져있다.

베르니니가 만든 시피오네 보르게세의 흉상은 2개로, 흉상 이마에 금이 간 것을 알고 단 며칠 만에 새 흉상을 조각했다는 일화가 있으며

한쪽엔 역시 베르니니가 제작한, 루이 14세의 대리석 기마상을 만들기 위한 작은 테라코타 모형이 있다.

전시실 천장을 가득 장식한 '신들의 화합'에는 올림포스 모든 신들이 대거 출연하여 화려함과 화사함을 더하고 있다.

 

베르니니, 루이14세 기마상 테라코타, 1670 : 14전시실
조반니 란프란코, 신들의 회합, 1625 : 14전시실 천장화

이제 남아있는 전시실은 15~20전시실인데 가는 길이 아예 막혀 있다.

남편이 직원에게 물어보니 이곳들은 공사로 인해 개방하지 않으며 이곳에 있던 작품들은 바르베리니 미술관에서 관람할 수 있는데

보르게세 티켓이 있는 경우 5유로에 입장할 수 있다고 한다.

여행 전에 보르게세 홈피를 통해 공사를 인지하긴 했으나 공사가 막 끝난 시기라 작품이 돌아와 있으리라는 기대를 했었다.

바르베르니엘 가고픈 마음도 있었으나 건강을 위해 과감히 포기하고, 보르게세공원 더 둘러보는 것 또한 마다한 채 숙소 행 버스에 올랐다.

 

보르게세공원

2024년 8월 로마는 폭염과 공사-내년 희년-로 여행하기 너무나 불편하다.

저렴한 시민의식은 여전하여 보행자가 건너고 있는 횡단보도에서도 자동차들은 너나없이 속도를 내어 쌩쌩 달린다.

 

큰일이 아니라 뭐 별로 신경쓰진 않지만, 숙소로 돌아오는 360번 버스에선 이런 일도 있었다.

옆 좌석에 작은 짐을 놓아둔 여자-영락없는 이탈리안-에게 익스큐즈미했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날 쏘아보더니 짐을 치운다.

거긴 사람 앉는 좌석이거든, 게다가 바로 다음 정류장에 내릴 거면서 뭐하러 스스로에게 쓸데없는 에너지를 붓는건지.

 

암튼 그렇게 시원한 숙소에 도착하여 컵라면과 애플쿠키, 납복, 아이스커피로 든든한 점심을 챙겼다.

불볕을 피해 숙소에서 휴식하는 중, 볼차노 숙소 호스트로부터 메시지가 왔는데 게스트 정보와 도착 시간을 묻는다.

혹시 체크인 전 캐리어보관이 가능한지 질문했더니 감사하게도 오후 2시에 얼리체크인이 가능하다는 답을 보내왔다.

 

여전히 더운 오후 7시-34도-즈음, 피자를 사러 숙소 근처 가게에 갔으나 구글맵 안내와는 달리 문이 닫혀 있다.

영업을 아예 안하는 가게는 아닌데, 내일이 성모승천일이라 오늘 문을 안 연 건지 아니면 일찍 닫은 건지는 알 수 없다.

케밥 가게를 제외한 근처 식당이 대부분 문 닫은 상황이라 Penny로 가서 납작복숭아와 크루아상을 구입했다.

피자가 없어 살짝 아쉽긴 하나 크루아상, 바나나, 요거트, 주스만으로도 충분한 저녁식사다. 

 

내일은 이번 여행의 가장 중요한 목적지인 피렌체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