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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4 로마·피렌체·볼차노·빈

8월 15일 (목) : 한여름의 피렌체

산타마리아마조레성당

밤새 뒤척이다 깨기를 여러 번, 옆집 문 여는 소리에 핸드폰을 보니 새벽 5시도 안된 시각이다.

좋아하지 않는 도시긴 해도, 폭염이 우리를 가로막긴 했어도, N번째 로마이기에 트레비 분수나 스페인 광장은 마다했어도

오랜만에 외관이나마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아쉬운 곳이 콜로세움-입장은 남편1번, 나3번-이다.

그래서 간다. 3일간 신은 샌들 대신 운동화를 장착하고, 무려 아침 6시에 말이다. 

 

산티실베스트로 에 마르티노 성당
콜레오피오 공원

숙소에서 콜로세움까지는 1.4km 내외.

여러 길 중 베드로 쇠사슬과 미켈란젤로 모세상이 있는 산피에트로인빈콜리성당-2006년 입장-쪽 길도 있으나 이른 시각이라 미오픈.

들어가고 싶은 곳이지만 어차피 갈 수 없으니 그쪽 말고 더 가까운 길을 골라 목적지로 가면 된다.

콜레오피오 공원 어귀에 자리한 산티실베스트로 에 마르티노 성당-'e에'는 and-앞에서는 노숙인이 기상 준비를 하고 있다.

혹시나 했으나 이곳 역시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드넓은 콜레 오피오 공원을 가로지른다.

밝아오는 아침, 인적 없는 이 공간에 고대 유적으로 여겨지는 몇몇 건축물들이 보였다.

 

콜레오피오 공원 : 유적들
콜레오피오 공원 내 Domus Aurea

알고보니 도무스 아우레아 Domus Aurea-황금의 집, 황금궁전-박물관이라 이름 붙인 로마 네로황제 때 건축물이다.

이곳이 당시의 황금 궁전 터이고, 황금 궁전에서의 조망을 위해 만든 인공호수가 있던 곳에 훗날 콜로세움을 세우게 된다.

64년 로마대화재 후에 건립한 네로의 황금 궁전 전체 면적이 현재의 바티칸보다 훨씬 넓었다 하니 백성들의 원성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콜로세움

드디어 콜로세움이 나타났다.

이리도 이른 시각에 이렇게나 사람들이 많다고. 더위를 피해 일찍부터 움직인 여행객들이 꽤나 많다.

콜로세움은 서기 80년에 정치적 계산과 기술이 완성한 건축물로 5만명을 수용했던 시민들의 놀이터였고 현재 로마 최고의 랜드마크다.

 

콜로세움과 콘스탄티누스개선문
비너스 로마 신전 : 포로로마노
콜로세움

콜로세움 주변을 반 바퀴쯤 둘러 천천히 걷는다.

2천년 전 8년 만에 지은 3중-내중외벽-으로 이루어진 콜로세움은 층마다 다른 양식의 기둥을 배치하여 멋을 더하고 있다.

주변엔 콘스탄티누스 개선문도 있고, 포로로마노의 높은 곳에 위치한 비너스 로마 신전도 보인다.

 

비토리오에마누엘레기념관(조국의 제단) : 오른쪽

콜로세움으로 올 때와는 다른 길을 잡아 숙소로 가는 길, 한 국가의 수도 중심부라기엔 거리가 정말 너무 지저분하다.

7시 20분에 도착한 숙소 다이닝에 앉아, 감자 곁들인 3분카레와 계란으로 식사를 하고 주스와 납복을 후식으로 챙겼다.

 

이제 기차 타러 갈 준비를 해 볼까.

그릇을 치워 정리하고 캐리어를 꾸리고,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처리한 후 체크아웃 기한인 10시가 되기 3분전, 집 밖으로 나갔더니

키박스 열린 문 앞에 청소부아저씨가 벌써 와서 대기 중이다. 키박스에 열쇠가 없으니 체크아웃 전이라 여겨 기다렸나보다.

 

이딸로 프리마좌석
Italo

테르미니역에 도착하여 잠시 앉아 쉬다가, 기차에서 점심으로 먹을 햄버거를 맥도날드에서 구입했다.

우리가 탈 이딸로는 10분 지연되었고, 이딸로가 사용하는 플랫폼이 대략 정해져있긴 하나 출발 10분 전에야 플랫폼이 확정되었다.

탑승객만 들어갈 수 있는 플랫폼 입구-로마 치안과 질서의 현실-에서 티켓의 큐알코드를 찍은 후 이딸로 프리마석에 올랐다.

 

이딸로 프리마석 3호차는 텅 비어있었으나 우리가 탄 4호차는 거의 만석이다.

이딸로 홈페이지에서 예약시 좌석의 무료 자동 배정이 4호차부터였음이 분명하다.

시원한 이딸로 내부, 승차한 지 30분 후 검표원이 지나가고 우린 이른 점심-햄버거와 바나나-을 먹었다.

승차 1시간 후 승무원이 커피-또는 음료-와 간식을 나누어주니 후식까지 완벽히 기쁘게 채웠다.

기차에 탑승한지 2시간여 후, 10분 지연 출발한 기차는 예정보다 5분 빨리 피렌체 산타마리아노벨라SMN역에 도착했다.

 

숙소 정원

SMN역에서 숙소까지는 900m. 로마보다는 조금 덜 뜨거운 듯하나 숙소 가는 길바닥이 패이고 깨져 엉망이다.

25분쯤 걸어 땀범벅으로 도착한 넓고 오래된 숙소에서 1시간 얼리체크인을 흔쾌히 수락해준 호스트를 만났다.

대낮 샤워를 하고 짐 정리를 한 후, 로마에서 3일간 묵힌 옷가지들을 모아서 낡은 세탁기를 돌려놓고는 오후 5시, 공휴일인데도

문 연 숙소 근처 까르푸에서 검은빵, 냉장피자, 계란, 버터, 우유, 주스, 천도복숭아, 사과, 요거트, 감자칩 등을 구입했다. 

 

오후 7시, 종이호일 깐 오븐에 구운 냉장피자가 진짜 맛있다.

지상층인 피렌체 숙소에는 작은 정원은 있으나 에어컨-미리 인지-은 없다.

로마와는 달리 다행히 아침 저녁이 서늘하긴 해도 한낮엔 낡은 선풍기 2대로는 견디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숙소 맞은편 성당
숙소 건물

두오모의 밤을 즐기려 했지만, 기차 탄 것 말고는 별로 한 일이 없음에도 체력이 소진되었으니 다른 날로 연기다.

그런데 노트북으로 넷플에 들어가니 로그아웃 상태, 우리나라 계정으로 들어가려 하니 규정이 변경되었는지 남의 나라에선 로그인 불가다.

 

넷플 대책이 시급한, 피렌체의 첫 밤이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