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심심한 하루다. 더이상 표현할 수 없을만큼 심심하고 적막하다.
늘 집 안을 시끌벅적 활기있게 만들던 기호가 어제 오후부터 1주일짜리 캠프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일요일 오후. 동양이라고는 한 명도 없는 낯선 캠프장에 기호를 들여보내고 돌리는 걸음이 얼마나 버거웠는지.
그런데, 인솔교사를 따라 수영장에서 헤엄을 치며 기호가 던진 말은 달랑 "토요일 아침에 데리러 오세요."뿐.
기호는 아직 독일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상태라 우린 내내 걱정하며 마음이 어지러운데, 오늘 오후 전화 속 기호 목소리는
마냥 신나고 즐겁고 흥분된 음성이다. 같은 텐트에서 자는 오스트리아 친구들과도 친해진 눈치다.
기호 전화에 이제는 좀 마음이 놓인다.
그래도 이렇게 긴 시간동안 아이를 품에서 놓아둔 적이 없어서인지 기호 얼굴이 자꾸만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그렇게 우리 부모님들도 그러셨겠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우리를 그리워하셨겠지. 갑자기 가슴이 저민다.
우리를 그리워하실 하늘 저편, 우리나라에 계신 부모님 얼굴이 겹겹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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