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처음 마을 이름을 들었을 때 뭐...하고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
독일어 알파벳도 읽을 줄 몰랐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운터는 아래, 슈팅켄은 냄새나는, 브룬은 샘.
자세한 설명을 듣고서야 겨우 지명을 머리에 남겼다.
작은 시골, 100년 된 낡은 집도 있고, 지은 지 오래지 않은 산뜻한 집도 많다.
놀랄 만한 것은 마을 인구의 상당 수가 노년층인데도 집 가꾸기에 열성이라는 것이다.
봄이면 페인트 칠을 하고, 정원 잔디도 깎아주며 꽃과 나무, 채소도 심는다.
토양이 좋아서인지 식물과 작물들은 무럭무럭 자란다.
시골 마을이라 울타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비엔나 부자 동네에 가봐도 높은 담장은 구경하기 힘들다.
집 빛깔들이 참 어여쁘다.
우리 아들의 제일 친한 친구인 벤하트의 집이다.
시골이라 아이들이 대부분 순박하고 착한데 그 중 특히 심성 고운 아이다.
마을 집들은 큰 길가보다 안쪽의 집들이 더 예쁘다.
외벽 빛깔은 파스텔톤으로 깔끔하면서도 환하다.
자기 집이라고 마음대로 외벽의 색을 정하는 건 아니다.
마을이나 도시의 조화를 위해서 허가 받은 색만 사용할 수 있다.
근사한 집 앞, 낡은 빨간색 승용차가 이채롭다.
오스트리아에는 자동차 제조 회사가 없다.
자동차는 다 외국에서 수입을 하는데 세금이 많이 붙다보니 차값이 매우 비싸다.
승용차는 구입해서 보통 10년 이상은 타며 20년 넘게 거리를 다니는 차들도 허다하다.
노란 색 집 앞의 은빛 차는 독일 폭스바겐이다.
오스트리아 승용차는 독일과 미국, 일본 차가 주를 이룬다.
가끔 우리 한국 차도 눈에 띈다. 반갑다~
자주색 차는 대우 넥시아, 빨간 차는 BMW.
한국인들이 무척 좋아한다는 벤츠.
독일과 가까운 이 나라의 버스나 택시, 트럭도 다 벤츠다.
마을 승용차 중 제일 새 차인 듯.
그리고 성당 쪽에서 본 우리 집.
왼쪽 아래층이 남편친구네 집이고, 오른편 아래가 우리집.
더 오른쪽으로는 마당이 있다.
집 입구, 가운데 문 열린 곳이 창고이고
왼쪽은 남편친구집, 오른편 계단을 올라 우리집 현관이다.
벌써 금요일 오후다. 생활에 제대로 적응이 되나 보다.
특별한 일 없이도 하루를 빨리 내리며 산다.
이번 주말엔 잠시 멈췄던 오스트리아 탐색을 하려 한다.
그런데 어디로 떠날까.
그냥 마음이 끌어주는 곳으로.
길은 어디든 있고 또 계속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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