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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서유럽 이야기

프랑스 1 : 파리의 하늘 밑

입 밖으로 새어나갈세라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면 영화 속 그 거리가 떠오르는 곳.

드디어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항공기 출발 시각은 오후.

 

오늘도 남편은 출근을 했고, 나도 아침부터 분주하다.

아침 일찍, 그저께 VIS 지정병원에서 실시했던 기호의 알레르기 반응검사 결과지를 받으러 가야 했다.

저께는 병원과 VIS엘 다 들르느라 남편이 동행을 했었지만 오늘은 기호랑 둘이 움직여야 했다.

 

오스트리아에 온 지 5개월.

그동안 시골에 살아서 지하철을 탈 일이 없었고 빈으로 이사한지 며칠 지난 오늘에야 처음으로 지하철을 탄다.

출입문 손잡이를 수동으로 당겨 열어야 하는 지하철을 한번 갈아타고 병원엘 갔다.

의사소통 문제로 약간 걱정스러운 상황이었으나 무리없이 의사로부터 이상 없다는 소견과 함께 결과지를 받았다.

 

오후, 남편이 퇴근하고 짐을 꾸려 집을 나섰다.

공항까지는 20분 거리. 파리행 탑승권을 받아 항공기에 올랐고 2시간을 날아 드디어 파리다.

 

파리 오페라극장

우선 루아시 버스를 타고 파리 중심가로 들어갔다.

버스가 멈춘 곳은 오페라극장. 규모면에선 빈 오페라극장과 비슷한 듯하지만 외관은 빈보다 화려한 듯하다.

헤아릴 수 없는 인파가 오페라극장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우리도 그 무리에 끼여 사진을 찍어댔다.

 

그리고는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늦은 저녁의 한인민박.

프라하의 깔끔하고 환한 민박집을 떠올렸기 때문일까. 북적거리고 누추하다.

하루의 분주함과 고단함 때문인지 무거운 공기가 눈꺼풀을 짓누른다.

기호는 가족실 2층 침대가 재미있는지 여러 번 오르내리며 1층은 비운 채 2층을 택한다.

 

파리 첫날의 밤바람이 상쾌하다. 높은 창문으로 서늘함이 흘러와 온몸에 감돈다.

내일 첫 나들이는 어디로 가야 할까. 여름에 지는 자그마한 나뭇잎들이 보도를 구른다.

 

 

( 2005년 8월 12일 금요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