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다. 특별할 것 없는 아침을 들고 주말이라 붐빌 예상과 걱정을 하며 에펠탑으로 향했다.
지하철 출구를 빠져나오자 철골을 그대로 드러낸 에펠탑 기단이 보이고, 에펠탑 전망대의 탑승 차례를 기다리는
긴 줄로 늘어선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저길 올라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전망대에 오르기로 하긴 했었는데.
그런데 실제 본 에펠탑은 몇 시간을 기다려 오르고 싶을 만큼 특별히 근사하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았다.
물론 전망대에 오르는 것은 파리 시내 조망을 기대하는 것이기에 탑이 주는 감동과는 무관할 수 있지만.
아무튼 탑을 걸어 오르는 방법조차 외면한 채 기념품만 챙긴 뒤 제네랄 광장과 상드마르스 공원을 지났다.
상드마르스 공원 중앙의 투명 건축물 하단에 한글로 쓴 ‘평화’라는 글자가 반갑게 눈에 띈다.
파리 시내 안내도를 보며 계속 걷는다.
황금 돔 지붕이 눈부신, 기호가 좋아하는 앵발리드다.
17세기에 지어져 나폴레옹 묘와 군사박물관에 있는 곳으로, 기호는 세계대전의 흔적에 유난히 관심이 많다.
이제 퐁 알렉산드르 3세을 밟으며 센 강을 건넌다.
강폭이, 한강은 물론 도나우 강보다도 더 좁다. 100m나 될까.
물빛마저 탁한 센 강이 아름다운 이유는 강 주변 경관 때문이다. 고풍스럽고 정돈된 강 주변이 퍽 아름답다.
센강을 건너자 콩코드 광장이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단두대가 설치되었던 곳이라는데, 예상과는 달리 광장 사이사이에 차도가 있다.
광장에 도로가 나 있고 차들이 속력을 내는 상황이라, 광장이 주는 특유의 활기와 자유를 찾아볼 수 없이 어수선하다.
콩코드 광장 중앙엔 이집트에서 들고 온 오벨리스크가 있고 네 모퉁이엔 8개의 여인상이 자리하고 있다.
콩코르드에서 바로 샹젤리제 거리로 가지 않고, 북쪽으로 방향을 옮겼다.
1842년에 완공된 그리스 신전 양식의 마들렌 성당, 한쪽이 보수 공사 중이다.
내부에 들어서자 성수를 찍어 성호를 긋는 기호. 헌금을 하고 초에 불을 붙여 경건한 자세로 소원을 빈다.
오, 샹젤리제, 흥얼거리며 샹젤리제 거리로 간다.
샹젤리제 거리는 콩코드 광장과 샤를드골 에뚜알 광장을 연결하는 1.9km의 대로.
마들렌에서 다시 콩코드로 가지 않고 샹젤리제 거리로 들어가려하니 헤매지 않고는 다른 수가 없다.
샹젤리제, 명성과는 달리 그저 넓디넓은 거리다. 중앙 차도엔 차들이, 보도엔 사람들은 큰 물결을 이룬다.
거리 양쪽엔 명품을 비롯한 크고 다양한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이른 점심 탓에 5시도 안 된 시각인데 출출하다.
맥도널드가 보인다. 지쳐 짜증내던 기호에게 햄버거는 명약이다.
생각보다 파리 중심부는 넓지 않다. 지역별로 코스를 정하면 도보로도 충분히 여행이 가능하다.
게다가 지하철도 한 정거장이 500m도 안 되는 곳이 허다하니 -1.9km인 샹젤리제 거리가 지하철 4구간-
계단 오르내리는 고초보다는 평지를 걷는 수고가 나을 듯. 그건 그렇고, 많이 걸어 아픈 다리와 발바닥은 어쩌나.
오늘 마지막 순서는 샤를드골 에뚜알 광장의 개선문이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라 사람 구경이 먼저다.
개선문은 나폴레옹의 명으로 건축 시작 30년만인 1836년에 완성되었으며 그 높이가 50m에 가깝다고 한다.
개선문 아래쪽에 앉아 피로를 식히고 있으니 낯익은 한국말이 들린다.
숙소에 누워 오늘을 손꼽아보니 부지런히 움직였다.
볼거리들의 간격이 가까운 편이라, 계획보다 많이 다녔다. 몸 전체가 나른하다.
금세 잠기운이 찾아든다. 감은 눈 위로 센 강이 흐른다.
( 2005년 8월 13일 토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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