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그림자
내 입김이 애써 놓아주었던
너의 그림자가 다시 보인다
숱한 계절이 내 앞을 스치며
옅어가던 네 반쪽짜리 그림자
가을은 나뭇잎을 숨기고
내 창 앞 연못을 숨기고
내가 걷던 골목을 숨기러 왔을 뿐인데
머무는 가을 등 뒤로
시린 어스름 같은 너의 그림자가 비친다
돌아온 너의 그림자는
마음 걷는 곳마다 나를 따르고
내 눈빛에 잠시 뒤척일 뿐
여전히 나를 에워싸는데
가을 내음이 멀리 날아가야
너의 그림자도 돌아서려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