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만나기 전에
안도현
그대를 만나기 전에
나는 빈 들판을 떠돌다 밤이면 눕는
바람이었는지도 몰라
그대를 만나기 전에
나는 긴 날을 혼자 서서 울던
풀잎이었는지도 몰라
그대를 만나기 전에
나는 집도 절도 없이 가난한
어둠이었는지도 몰라
그대를 만나기 전에
나는 바람도 풀잎도 어둠도
그 아무것도 아니었는지도 몰라
.
.
.
내 눈이 그를 맞던 어느 날,
세상 사면엔 온통
빛이 몽글거리며 부서져 흐르고 있었다.
그 빛에 가로막혀 아무 것도
구별할 수 없는 순간들은 영원처럼 이어졌다.
지금 큰밥돌과 작은밥돌로 우뚝 선 그들~
그래도 내가 그들은 만나기 전엔
난 정말 그 무엇도 아니었는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