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아무리 겨울이 일찍 찾아오는 나라라지만,
아무리 국토 대부분이 알프스에 둘러싸인 나라라지만,
우리나라 한겨울 같은 매서운 된바람과 모진 기온과
매일 같이 조금씩 혹은 된통 쏟아지는 눈을
오랫동안 대한민국 11월에 길들여진 몸이 따라가기는 참으로 쉽지 않다.
9월에도 바람만 불면 롱코트를 걸쳐대는 비엔나 사람들에게서
난 이미 깨달아야 했다.
그들의 겨우살이 채비는 그때 벌써 끝난 것이었음을.
그제 내린 눈은 어제의 맑은 햇살에도 아랑곳없이 남아있는데
오늘 아침 또, 팝콘처럼 퍼붓는 눈에 난 정말 울고 싶었다.
유난히 미끄러움에 약해 빙판길과 상극인 나.
다행히 1시간 만에 눈은 거의 그쳐주었고
그사이 재빨리 거리를 구르는 제설용+미끄럼방지용 작은돌들.
작은밥돌을 학교에 집어넣고 잠시 들른 도나우젠트룸(쇼핑몰)엔
장난감 블록으로 만든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기쁘게 반기고
트리 주변 카페엔 행복한 모닝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커피 향 좇아 내 안에도 싱그러운 기운이 흘러퍼지는 듯하다.
잘 견디어 주렴, 나의 겨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