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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빈에서 부친 편지

아름다운 평등

며칠 내내, 심장마저 에는 바람이 불어대더니 오늘은 바람결이 더없이 부드럽다.

오스트리아에서 맞는 네번째 계절이다.

지금은 겨울이라 덜하지만 여름엔 공감의 깊이가 10배, 20배는 더해지는 생각.

천혜의 오스트리아라고 할만한 이유를 알아본다.

 

오스트리아는 지리적으로 유럽 중심이다.

동쪽과 동북쪽으론 헝가리, 체코와 접해 있고 서쪽과 서남북 방향엔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의 국경이 놓여 있다.

특히 오스트리아 서쪽에 위치한 잘츠부르크는 유럽의 한가운데라고 한다. 예부터 교통의 요지임은 말할 것도 없다.

 

또, 탁월하고 아름다운 자연 환경.

내륙 국가라 바다가 없는 대신 바다를 능가하는 아름다운 호수들이 많고 수확이 풍성한 옥토가 있다.

국토의 2/3가 알프스에 둘러싸여 있어 겨울이면 세계의 스키어들이 몰리기도 한다.

 

그리고, 선조들의 뛰어난 문화 유산.

중세유럽의 최강 가문인 합스부르크가의 유적과 유물이 즐비함은 물론,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조국이다.

이것들이 오늘에 이른 것은 그것을 보존하려는 후손들의 피나는 노력 덕분이다.

 

또한 오스트리아가 아름다운 가장 큰 이유는 평등이다. 남녀 차별이 거의 없다.

여자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남자와 동등하고,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처럼 남자는 해도 괜찮고 여자는 절대로 안 되는 것들은 없다.

유부녀이고 이혼녀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일들은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

 

오스트리아는 동거족이 많아 세금 혜택을 주어 결혼을 유도할 만큼 결혼률은 낮다고 한다.

물론 이곳의 결혼이 우리나라처럼 가족 간의 유대감을 아프도록 강화하는 장치는 아니다.

결혼식은 가족, 친구들과의 축제일 뿐이고, 형식일 뿐이다. 예단도 없고, 고부 간의 갈등도 적다.

 

우리나라의 맞벌이 아내가 직장 일과 가사와 육아에 치여, 깔리고 또 깔려도, 가족의 무심과 몰이해 속에 눈치까지

두리번거리며 살펴야 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나도 10년 이상 그렇게 살아왔기에- 가슴이 아프다.

지금이 문화적인 과도기라 믿고 있기에 개선이 되리라. 정신적인 변화는 물질적 변화의 속도를 따르지 못하긴 하지만.

 

아, 또 빼먹은 것들~

오스트리아는 유럽에서 인종 차별이 적은 나라이고, 사회 복지와 치안이 가장 잘된 나라 중 하나이고, 수돗물을

그냥 마셔도 되는 나라이고. 여러 가지로 부럽긴 해도, 아직은 우리나라가 더 좋은 이유는.

 

얼마 전, 비엔나 시청사 광장에 크리스마스 선물 시장이 개장되었다고 한다.

700년 전부터 열렸던 장이라니 초겨울 장바람이나 쐬러 가볼까나.

 

크리스마스 선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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