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한국인들의 작은 음악회가 있었다.
어느 대학 연주홀에서 잔잔하게 진행된, 가곡과 아리아 중심의 성악 콘서트였다.
사실 난, 유독 쇼팽만 좋아할 뿐, 성악이건 기악이건 클래식 음악에 별 관심이 없다.
게다가 작년 봄에 갔던 음악회에선 중간에 연주회장을 뛰쳐나온 전력도 있기에 이번 역시 비상의 경우까지 짐작하고 간 터.
시간이 임박하여 연주홀에 들어가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관객이 되어 자리하고 있다.
간혹 다른 나라 사람들이 눈에 띄긴 하지만 대부분은 우리나라 사람이다.
낯익은 분들과 손인사, 눈인사를 나누다보니 어느 새 시작 시간.
깔끔하게 정비된 무대에서 주인공과 반주자가 첫인사를 한다.
무대 주인공과는 아는 사이, 평상시의 화술과 농담은 사라지고 성악가로서만 무대를 채우고 있다.
잠시 후, 특별 연주자가 등장한다. 소년 첼리스트다.
정적을 헤치고 가슴에 품은 첼로 위에서 손가락 맺힌 현이 미끄러진다. 미끄러짐은 물결이 되고, 물결은 전율로 퍼진다.
그 전율 속엔 바늘처럼 꽂히는 그리움이 있다. 심연의 저끝 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슬픔이 있다.
첼로 연주가 끝나는 순간, 심장이 열리며 나오는 진짜 박수 소리가 연주홀 구석구석을 진동시킨다.
어제, 치르지도 않는 명절이 빌미가 되어 큰밥돌과 한판. 누구나 즐거울 권리가 있는 명절은 언제나 그들만의 잔치일 뿐.
며느리라는 허울로 휘어지는 현실은 얼마의 세월이 지나야 달라질 수 있을지.
네 줄의 깊은 어우러짐처럼 모두가 정답게 엮이어 어우러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날의 첼로 소리가 '마음과 네 줄'의 조화임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텐데 말이다.
깊이 스며든 첼로 소리가 지금도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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