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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오스트리아 기억

왕궁 - 무기 박물관

빈 중심에 위치한 왕궁은 650여년 간 오스트리아와 중부 유럽을 지배했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궁으로,

13세기부터 합스부르크 왕가의 종말이 가까웠던 1913년까지 증축과 개축을 거듭하면서 만들어진 거대한 복합건물이다.

무기박물관은 1881년부터 1913년까지 지어진 네오바로크 양식의 신 왕궁에 자리잡고 있다.

이 신 왕궁의 2층 테라스에서 히틀러는 1938년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합병을 선포했다고 한다. 

 

프랑스의 부르봉 왕가와 더불어 과거 유럽의 축을 이뤘던 합스부르크 왕가.

화려하고 아름다운 신 왕궁의 실내, 마치 전쟁 중인 모습으로 말 탄 기사의 갑옷이 먼저 관람객을 맞는다.

 

전장을 묘사한 벽면 테피스트리엔 잔인한 전쟁 장면들이 전혀 잔인하지 않은 듯 펼쳐져 있다.

유심히 그리고 세심히 바라보는 우리 아들녀석.

여러 개의 전시실엔 다양한 갑옷과 투구, 창, 칼 등이 정교하고 굳센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예상보다 많은 무기들에 기가 질린 우리. 권력은 물리적인 힘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했던 것인지.

 

예상이 뛰어넘는, 견고한 투구와 갑옷을 만났다.

머리 끝부터 발가락 끝까지 창칼로부터 소중한 목숨을 온전히 보전해 줄 튼튼한 갑옷과 방패, 그리고 소년용 작은 갑옷까지.

 

무시무시하고 튼실한 갑옷과 창들의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안쪽 다른 전시실엔 전쟁 행렬처럼 세워진 갑옷과 투구들이 눈을 사로잡는데, 지나간 전쟁과 역사는 기록 될 뿐이지만,

그 전장이 떠나보낸 애달픈 숨결들은 지금까지 이곳에서 살아 떠도는 듯하다.

 

생명의 처음과 끝을 구해줄 강인한 갑옷, 창과 방패, 말 안장 그리고 테피스트리.

내 손가락과 내 발가락이 소중한 만큼 적들의 그것들도 못지 않게 귀한 것을...

피할 수만 있다면 비켜가야 할 첫번째가 전쟁이라는 것을, 이 공간을 걸으며 깨닫는다.

 

왕궁 밖은 여전히 흰 눈에 싸여 적막와 여백만이 가득하다. 

전쟁은 이미 과거에 종결했으나 절대로 현재엔 아니 후세에도 되풀이되지 않아야 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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