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만 되면 하늘에 심술통이 달리는지.
햇살이 쏟아지는가 하면 비가 떨어지고
다시 햇살 편인 듯하다가는 잠시 뒤엔 또 빗방울 소리가 들린다.
그라츠 가는 길~
그라츠는 비엔나에서 남쪽으로 200km 떨어져 자리한 도시로,
구시가는 잘츠부르크나 비엔나와 마찬가지로 유네스코지정 세계문화유산이다.
목적지를 30여분 남겨놓았을까.
눈에 익은 지명이 출현하자 잠시 멈추기로 했다. 블루마우다.
스페인 가우디에 비견되는, 화가이며 건축가인 훈더트바써가 설계한 휴양지가 있는 곳이다.
창문 하나 기둥 하나가 각기 다른 색깔과 형태로 지어져
동화 속에 서 있는 듯한 환상을 준다.
독특한 색채와 문양에 빠져 블루마우에 한참을 머물렀나보다.
예정 시간을 넘겨 그라츠에 안착했으니.
휴일이라 유난히 문 닫은 레스토랑이 많아 거리 헤매기를 30여분,
푹해진 기온을 핑계 삼아 야외에 앉았다.
식사 도중에도 오락가락 하는 봄비.
오스트리아 어디나 그렇듯 시내 중심은 시청사이다.
시청 앞엔 늘 광장이 있고 동상이 있다.
일요일인데도 광장 여기저기엔 먹거리 상점과 꽃 가게가 한창이다.
아이스크림이나 입에 물어볼까.
이 도시의 재미있는 눈요기를 발견했다.
트램마다 색과 모양이 제각각이고 가만 보니 일부를 제외하고는 트램 전체가 다 광고판이다.
어느 트램은 외부 전체가 마트 광고, 또 어느 트램은 통째 은행 광고.
시청을 지나 산성을 향해 걸으며 아름다운 외벽에 눈길을 던지고 있는데,
기타를 치며 애수 젖은 파두풍 노래를 부르는 나이 든 여가수가 왠지 애처롭다.
드디어 산성이다. 이곳에 오르는 방법은 도보, 엘리베이터, 열차.
얼핏 보기에도 만만해보여서 택한 길은 당연히 도보다.
그러자 최고령자 큰밥돌이 반발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산행 시작~
경사가 완만한 길을 천천히 오르니 도시가 시야에 밟힌다.
온통 붉은 지붕에, 축구화 밑바닥처럼 생긴 예술회관도 보이고
그 옆을 흐르는 무어강도 보인다.
그라츠 산성은 16세기에 세워졌으며 지금은 일부가 손실되고 철거된 상태.
산성의 상징인 시계탑은 처음엔 시침만 있는 채였고 후대에 분침을 만들어 부착했는데
특이하게도 시침이 분침보다 더 길다.
그래서 사진상의 시각은 3시 28분이다.
오호, 저기 벤치에 앉아있는 귀여운 뒤통수는 누구~
저쪽 하늘에선 천둥이 치고 이편 하늘은 맑다.
산성을 내려가는 길마다엔 개나리가 무리를 이루고 있다
.
그라츠 구시가엔 무어강이 흐른다.
강이라기엔 겸연쩍을 정도로 강폭이 좁다. 딱 개울 같다.
그 좁은 강에 다리 역할도 하는 작은 공연장이 떠 있고
강 저편엔 외관이 온통 투명 아크릴로 만들어진 예술회관이 있다.
다시 돌아온 시청사 부근에 위치한 시민회관.
화려한 외벽과는 달리 르네상스식 내부는 무척 낡아있다.
개미 한 마리 얼씬 않으니 스산해지고 있는 날씨에 맞춰 으스스하다.
하늘에 먹장 구름이 몰린다.
주차장 옆 광장의 자그마한 분수가 잠깐 멈칫하는 순간, 소낙비가 뿌린다.
돌아가는 차창엔 떨어지는 빗물따라 작은밥돌의 노래소리가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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