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요기가 아닌, 몸 놀리기 목적으로는 처음 찾는 오스트리아 스키장.
지난 번 답사를 마친 셈머링 스키장에 바로 아웃한 슈툴렉 스키장에 이르자, 눈가루들이 연신 인사를 건넨다.
비엔나 남쪽으로 1시간을 달려 도착한 그곳 주차장엔 벌써 차들이 그득하다.
스키 장비를 빌리러 대여점에 들렀는데, 대여비용이 만만치 않고보니 우리나라에 고이 모셔두고 온 스키가 아쉽다.
대여점 입구에 전시된 나무 재질의 골동품 같은, 오래된 스키 플레이트가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다.
리프트권을 받고 스키를 챙겨 신은 다음, 이제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볼까.
오스트리아는 국토의 2/3가 알프스 자락으로 둘러싸여 있어 겨울엔 춥고 눈이 많이 내린다.
그러다보니 스키장 슬로프는 당연히 쉴 새 없이 퍼부어대는 천연 눈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키장의 리프트나 스키 장비도 오스트리아 기술이며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고 한다.
용감하게 근사한 슬로프를 택하여 리프트에 올랐지만, 2년의 공백을 극복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작은밥돌.
그 사이, 스키 안 타는 난 레스토랑에서 여유있게 카푸치노 한 잔~
하는 수 없이 두 남자는 조금 쉬운 슬로프로 이동을 하는데, 옮겨가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그냥 걸어가면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천연 눈으로 뽀드득 미끌. 주변엔 장대처럼 크고 굵은 나무들이 가득하다.
드디어 패밀리 리프트를 탄다.
그런데, 이런, 이건 리프트가 아니고 T자 모양의 바를 잡고 서서 올라가는 형상.
기계에서 튀어나오는 T바를 잡고 올라가는 슬로프가 무시무시하다.
다들 어찌 그리 자연스럽게 잘들 잡고 가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하늘에선 여전히 눈이 흩뿌린다.
스키장 주변의 하얀 풍광을 천천히 살펴보니, 야외 레스토랑에서는 눈을 벗삼고 안주삼아 먹고 마시는 사람들이 보이고,
이 눈더미 속에서 어찌 살아갈까 걱정 주는 일반 주택들도 많이 눈에 띈다.
주차장엔 오스트리아 차량뿐 아니라 헝가리와 독일에서 달려온 차량들도 넘치게 많다.
시원스레 내리는 눈 속에서 천연 눈의 울퉁불퉁한 슬로프와 함께 한 하루.
밥돌들은 무릎 통증과 발목 염좌를 호소한다. 그래도 화려한 눈 잔치에 동참하고 온 기분이 아주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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