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적인 상상력으로 추억을 되돌리고 사랑을 다시 퍼올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착하기만 한 아버지의 빚 보증이 잘못되어, 대학을 포기하고 아버지와 같은 우체국에 근무하는 나영(전도연).
목욕관리사인 거칠고 우악스러운 엄마(고두심)에게 질려버린 그녀의 유일한 꿈은 며칠 후 떠나게 될 뉴질랜드 연수.
나영에게 부모는 미움의 대상일 뿐, 그녀의 미래에 '가정'이란 없다.
연수 전날, 쉬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아버지가 사라지지만 엄마는 평생 고생만 안겨준 아버지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
게다가 알고보니 아버지는 중병 환자.
연수 떠나는 항공기 안, 연락을 받은 나영은 아버지가 있을 어느 섬으로 향한다.
대학을 포기할 때 엄마가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되뇌면서. '여행은 나중에라도 갈 수 있다. 여행은...'
풍광 뛰어난 작은 섬.
아버지를 찾아 나영이 두드린 집에는 해녀인 젊은 시절의 엄마(전도연, 1인2역)가 있다.
당황하는 나영 앞에 밥상을 차려 내밀며 언니라 칭하는 과거의 젊은 엄마.
엄마가 좋아하는 집배원(박해일)은 편지를 전하러 매일 찾아오고....
사실 그 편지는 집배원 진국을 좋아하는 엄마 연순이, 읍내에서 학교에 다니는 동생에게 부탁해서 매일 쓰게 하던 것.
연순이 글자를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진국은 그녀에게 한글을 가르쳐주고 연순은 행복감으로 어쩔 줄 모른다.
그렇게 연순을 좋아하게 되지만, 전보 발령으로 섬을 떠나게 되는 진국.
그가 연순에게 건넨 선물 보자기 속엔 학용품과 동화 '인어공주'가 들어있다.
상심에 싸인 채 물질을 하던 연순은 바다에 빠지는 사고를 당하는데...
아름다운 판타지 로망이다.
과거의 엄마와 함께 지내며 엄마의 추억과 사랑을 소중히 여기게 되는 나영.
지금 현실 속의 아버지 김진국과 엄마 조연순에게도 순수하고 맑고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음을, 그것만으로도 젖을만큼
가슴이 시림을 알게 된 나영.
몇 년이 흘러, 나영이 그녀의 어린 딸과 바라보는 빛바랜 사진엔 젊은 날의 진국과 연순이 햇살처럼 웃고 있다.
시간이란 것이 무언지 전혀 모르던 어린 시절.
엄마는 내내 엄마로 세상에 있었고 할머니는 애초부터 할머니인 줄 알았다.
나는 늘 어린 아이로만 살아갈 줄 알았다.
그러나 세월은 이렇듯 급류처럼 흐르고... 마음 울리는 기억들은 깊어만 간다.
이제는 안다. 내 추억처럼 엄마에게도 추억이 있음을, 할머니에게도 여린 기억이 있음을.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을 보며 전도연에게 빠졌었는데, 그녀의 진수를 '인어공주'에서도 느꼈다.
연기엔 자질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하는 다채롭게 사랑스러운 그녀다.
인터넷이 안 되는 동안
CD로 영화들을 많이 섭렵했답니다.
꿩 대신 괜찮은 닭이었던 것 같죠?
인어공주,
가슴 찡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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