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이유 12
조병화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울 정도로
사귀세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세
너만이라든지
우리들만이라든지
이것은 비밀일세라든지
같은 말들은
하지 않기로 하세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어디메쯤 간다는 것을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작별이 올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작별을 하며
작별을 하며
사세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후회하지 않을 정도만
사랑하자 라고.
사랑이란 게
위안보다 상처가 많을 수도 있지.
그렇다고 헤어날 수 있을 만큼만
재단하듯 정확히 머리로만
사랑한다면
그건 사랑이라 할 수 없겠지.
그런데, 누군가
애틋한 사랑을 기묘히 써먹으며
상대의 마음을 곤궁으로 씌우고
뒤통수에 생채기를 만든다면.
그렇다면
더는 후회하지 않도록
멈추고 돌아서야 하겠지.
친구야,
지금 거기서
한 발도 더 딛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