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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오스트리아 기억

마리아첼의 햇살

이른 아침부터 새 지저귀는 소리가 집 주변을 온통 들썩인다.

몇 주만에 보는 일요일 아침 햇살인지.

그저께 추천 받은 '마리아첼'로 흥겨운 출동이다.

 

푸른 빛을 띄는 초원과 낮은 산을 즐긴 지 1시간이 지났을 때,

남서쪽으로 160km 거리인 마리아첼을 50km 남겨놓은 지점에서 마주한 낯설지 않은 지명.

릴리엔펠트가 앞을 막는다.

 

어떤 곳인지 모르지만 일단 차를 세웠다.

그 앞 바로 눈에 드는 성당.

고요한 성당 내부를 숨 낮춰 걸으며 비치된 책자를 보니 수도원이란다.

 

릴리엔펠트 수도원

수도원 옆으로 비껴서니 멋진 정원이 보이고

그 곁 화원에선 봄꽃 향연이 즐겁기만 하다.

 

멈췄던 걸음을 다시 놓는다.이젠 완전한 산길.

미시령이나 대관령과는 비교되지 않는 부드런 구불거림이지만

현기증에 머리가 흔들리고 귀도 공명을 반복한다.

더구나 지나치는 산들마다 겨울 눈을 그대로 뒤집어쓰고 있다보니,

시간을 거스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마리아첼 성당

마리아첼 중심가에 이르자 눈에 잡히는 건 성당과 잔설들.

마리아첼 성당은 1156년에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고

17세기에 증축하면서 후면은 바로크 양식을 띠게 되었다.

 

로마 수도회의 명으로 마리아첼에 왔던 수도사의 성령 체험과

이어 방문한 성지순례자들의 기적 체험으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방문을 받고 있는 곳이라 한다.

 

성당 전반부의 호화로운 조각상은 건축 당시의 왕과 왕비를 상징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 주변에 여러 성인들이 자리하고 있다.

성당 뒷부분과 파이프오르간의 찬란함엔 마음까지 부시다.

 

마리아첼 성당

성당 뜰에서 바라본 파스텔빛 마리아첼 거리도,

철 모르고 남아있는 눈자국들도 햇살 아래 보얗게 빛난다,

 

엉덩이 댈 반 평만 있어도 의자를 내놓는 유럽 거리~

예쁜 호텔 앞에도, 넓지 않은 소박한 광장에도 해바라기 하는 사람들로 봄 대목이다.

 

마리아첼

한적한 마리아첼의 오후는 화사하고 따사롭게 흘러만 간다.

햇살 받으며 한없이 오수에 빠지고픈 이 철없는 나른함~

 

마리아첼

마리아첼 근처 자그마한 호수엔 봄을 시샘하는 눈이 수면을 채우고 있지만,

나무들은 불어오는 바람에 기대어 봄눈을 틔운다.

궁한 가슴에 그리움을 심듯 사랑을 짓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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