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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4 로마·피렌체·볼차노·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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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7일 (토) : 산티시마 안눈치아타와 산조반니 세례당 새벽 5시가 넘어 눈뜬 토요일.밤새 전기모기향이 작동했건만 다리엔 모기에게 뜯긴 자국들이 선명하다.다른 집들도 창가에 소용돌이형 모기향을 켜놓은 걸 보면 모기가 많은 것은 이 숙소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아침 일찍 아들과 톡을 하며 안부를 묻고, 된장찌개 성찬을 차려 식사를 했다.납작복숭아와 아이스커피까지 챙겨먹고는 오전 8시 20분, 지난 이틀간 신었던 운동화 대신 높지 않은 통굽 샌들과 함께 나선다. 산마르코 수도원 앞을 지나 산티시마 안눈치아타 광장에 도착했다.산티시마 안눈치아타 성당과 피렌체 고아원이 자리해 있는 이 광장은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배경이기도 하다.이른 아침부터 청바지와 흰색 티셔츠를 입은 한국인 4인 가족이 스냅사진을 찍는지 사진기사와 함께 아주 분주하다. 산티시마 안눈치아..
8월 16일 (금) 2 : 우피치미술관 후반부 우피치 미술관 계단을 내려가 1층으로 이동한다.준비해온 자료를 살펴보니, 우리를 기다리는 작품들이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1층에서 처음 만난 작품은 나란히 전시되어있는 3개의 조각상으로, 성프란체스코와 성카타리나 그리고 Fama 여신이다.파마Fama-영어fame-는 그리스로마신화 속 소문과 명성의 여신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는 소문을 의인화한 것이다.카톨릭 성인들과 그리스로마신화 속 여신이 곁을 나누며 가지런히 놓여있으니 참 흥미롭다. 이 방대한 작품들을 모두 눈에 넣을 순 없으니 우린 선택을 해야 한다.B4 전시실에서 조반니 벨리니가 그린 성히에로니스를 만난 후 B8 전시실에서는 베르니니가 만들어낸 라우렌시오를 만났다.'성 라우렌시오의 순교'는 타오르는 불꽃에 놓인 석쇠 위에서 순교하는 라우렌..
8월 16일 (금) 1 : 우피치미술관 전반부 시원한 새벽 공기 속에 눈을 떴다.낡고 오래된 거실에서 이른 아침식사를 한 후 오전 7시 20분, 우피치미술관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성 라우렌시오-석쇠 위 순교-를 명명한 산로렌초성당 앞을 거닐고 랜드마크인 산타마리아델피오레-두오모-대성당 옆을 지난다.그리고 시야를 완벽히 트이게 하는 곳, 베키오궁전-시청사-이 있는 멋스러운 시뇨리아 광장도 소요한다.구시가를 걷다보니 피렌체에 온 실감이 난다. 나는 작년에 이어 4번째지만, 남편은 무려 17년만에 맞이하는 피렌체다. 아르노강변에 자리잡은 우피치미술관에 입장하기 위해 우린 8시 15분 오픈런타임으로 예약을 했다.예약은 했으나 명소이니 긴 줄은 피할 수 없다. 예약시간 10분전부터 미술관 앞 대기줄에 서서 기다리는데, 바로 뒤 일본인 가족 4명 중 20대..
8월 15일 (목) : 한여름의 피렌체 밤새 뒤척이다 깨기를 여러 번, 옆집 문 여는 소리에 핸드폰을 보니 새벽 5시도 안된 시각이다.좋아하지 않는 도시긴 해도, 폭염이 우리를 가로막긴 했어도, N번째 로마이기에 트레비 분수나 스페인 광장은 마다했어도오랜만에 외관이나마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아쉬운 곳이 콜로세움-입장은 남편1번, 나3번-이다.그래서 간다. 3일간 신은 샌들 대신 운동화를 장착하고, 무려 아침 6시에 말이다.  숙소에서 콜로세움까지는 1.4km 내외.여러 길 중 베드로 쇠사슬과 미켈란젤로 모세상이 있는 산피에트로인빈콜리성당-2006년 입장-쪽 길도 있으나 이른 시각이라 미오픈.들어가고 싶은 곳이지만 어차피 갈 수 없으니 그쪽 말고 더 가까운 길을 골라 목적지로 가면 된다.콜레오피오 공원 어귀에 자리한 산티실베스트로 에 마르티노..
8월 14일 (수) : 보르게세 미술관 속으로 아주 오래 잔 듯했으나 눈을 떠보니 새벽 3시 조금 넘은 시각. 일찍 깬 김에, 어제의 폭염을 교훈 삼아 보르게세 가기 전 산타마리아마조레성당엘 먼저 들르기로 오늘 일정을 수정했다.6시반, 계란과 요거트, 샐러드와 과일 등으로 아침식사를 한 후 7시반, 길을 떠난다. 산타마리아마조레성당은 숙소에서 300m 거리라 이른 아침부터 문 닫는 초저녁 무렵까지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다.한여름 눈 내리는 곳에 성당을 지으라는 계시에 따라 건립된 마조레성당은 성모마리아에게 최초로 봉헌된 성당이다.마조레성당은 로마에 올 때마다 외관만 보았었고 나는 작년에 이어 두번째 입장, 남편은 처음 마주하는 성당 내부다.실외는 시원했으나 성당 안은 아침인데도 많이 더워-지속된 폭염, 환기 미비-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땀이..
8월 13일 (화) 2 : 로마 폭염에 주저앉다 우리는 발걸음을 테베레강으로 옮겨 산탄젤로성과 산탄젤로다리를 바라보면서 비토리오에마누엘레다리를 건넌다.그새 기온은 더 올라 그늘마저 시원하지 않은 시각, 여름 고온 때문인지 강물은 바싹 말라 녹조 현상까지 나타나 있다.날씨만 좋다면야 천천히 거리를 산책하듯 걸어도 좋으련만, 긴 시간동안 야외를 걷기는 쉽지 않은 날씨다. 강을 건너 동쪽으로 조금 더 이동하면 86년 도미치아노경기장으로 사용되었던 나보나 광장이다.실외는 이미 너무 뜨거웠기에 우선 광장 앞 산타녜세인아고네성당으로 후다닥 들어갔으나 성당 내부마저 매우 덥다. 당대 최고 건축가인 보로미니가 설계한, 성녀 아녜스-아그네스-의 이름을 명명한 산타녜세인아고네의 돔 천장화가 환상적으로 멋지다. 성당 내부엔 화살형에도 살아난 강한 생명력-투석형 순교-의 ..
8월 13일 (화) 1 : 산피에트로 대성당에서 새벽 4시, 눈이 떠졌다.유럽 땅에 와서 몸이 시차를 따라가려면 1주일쯤 걸리기에 이 정도 이른 기상은 뭐, 그러려니 한다. 아들과 톡을 하며 그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6시도 안된 시각에 열무김치, 김, 멸치볶음, 깻잎 등으로 근사한 아침상을 차렸다.아침 6시-위도가 낮아 여름 해가 늦게 뜸-가 되자 날이 밝아오고 6시반, 우린 테르미니역 앞 광장을 향해 숙소를 나섰다. 낮 최고기온이 36도로 예보된 날, 이른 시각이라 아직은 덥지 않다. 오늘의 첫 일정은 바티칸의 성베드로-산피에트로-대성당이다.성베드로대성당으로 가는 가장 쉬운 길은 테르미니역에서 지하철 A선을 타고 Ottaviano역에서 하차하여 이동하는 방법이지만,오타비아노역이 폐쇄된 기간이라 테르미니역 앞 500인광장에서 64번 버스로 움직이는 방법..
8월 12일 (월) : 또다시, 로마 작년 봄에 이어 올 여름, 다시 로마로 향한다.나는 5번째이고 남편은 2008년 12월 이후 16년 만에 3번째로 만나는 로마다.어제 오후, 반찬거리를 만들었고 캐리어도 꾸려두었으며, 막내-강아지-를 보살펴줄 아들까지 귀환했으니 우린 가뿐히 출발만 하면 된다.지지난주 남편이 옮겨준 코로나19를 세게 앓아버린 탓에 체력은 완전히 방전된 상황이었지만 여행 출발은 늘 그렇듯 설렘 만발이다. 공항버스를 타러 집을 나서니 이른 아침임에도 후텁지근하다.공항버스 정류장 근처엔 통근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아주 길다. 나의 과거가 투영되듯 아침 출근 모습은 늘 그저 짠하다.버스 내부는 한산했으나 월요일 출근시각과 맞물려 올림픽대로가 많이 막혔기에 2터미널엔 예정보다 20분 늦게 도착했다. 대한항공 프리미엄체크인카운터인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