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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서유럽 이야기

영국 4 : 템즈강변에서

웨스터민스터 사원

사진에서 본, 또 멀리서 본 웨스터민스터 사원은 백자 같은 흰색이라 여겼는데, 가까이 보니 세월과 역사가 밴 빛깔이다.

영국 국교회의 대표 웨스터민스터 사원은 8세기에 세워졌으며, 여러 번의 개축을 거쳐 지금의 양식이 되었다고 한다. 

같은 고딕 양식이라 그런지 파리 시테섬의 노트르담 성당과 많이 닮은 느낌이다.

11세기 이후로 왕들의 대관식 장소로 쓰이고 있는 이곳도 가는 날이 장날이다. 크리스마스 행사로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국회의사당

비엔나엔 도나우강이 흐르고 파리엔 센강이 물결 치며, 템즈강은 런던을 가로지른다.

템즈강변에 자리한, 영국 의회 민주주의의 상징인 국회의사당. 런던의 당당함과 웅장함을 자랑한다.

국회의사당의 한쪽은 공사 중. 어수선한 자재들 틈에서도 청교도 혁명의 주역인 올리버 크롬웰의 눈매엔 의지가 번뜩인다. 

 

국회의사당의 시계탑인 96m 높이의 빅벤이, 흐리고 어둔 하늘에 가려 제 빛을 내지 못하고 있다.

공중을 나는 새들과 함께 나란히 템즈강을 건넌다.

건너편엔 런던아이가 거대한 수레 바퀴처럼 강 위 허공에 떠 있고, 지나온 저쪽 강변엔 국회의사당이 추억처럼 아득하다.

 

국회의사당
런던아이

여기서 커피 한 잔 마시자. 좋지, 그런데 어디 있어, 카페가.

런던아이 근처엔 패스트푸드점밖에 안 보인다. 물론 우리가 못 찾은 것이겠지. 

바람은, 부는 듯 불지 않는 듯 여리게 흐느적거리는데, 햇빛 없는 오후라 많이 싸늘하다. 

 

또 버스 타야지. 참말로 불친절한 버스 승차권 판매기네.

거스름돈이 없으니 요금에 맞춰서 동전을 주입하라는 엄명이다.

런던의 버스요금은 1회권은 1파운드이고 하루권은 3.5파운드인데, 지하철 요금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타워브리지

여기 타워브리지다. 타워브리지는 영국의 전성기였던 1894년에 완성된 가동교(可動橋)다.

대형 선박이 지나가면 다리가 八자 모양으로 열리는데, 요즘은 1주일에 2-3번 정도만 열린다고 한다.

폭 좁은 템즈강이라 다리를 건너는데는 긴 시간이 걸리진 않는다. 다리 주변을 새 떼가 곡예하듯 감싸 날아다닌다. 

 

타워브리지를 건너니 옛 성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여주는 런던타워가 나타난다.

왕실의 성이었지만 정치범의 처형장이 될 수밖에 없었던 런던타워엔 1000년 역사가 화려하게 또 아프게 묻어난다.

늦은 오후라 입장 시각이 넘어버렸다.

 

런던타워

오후 4시가 지나면서 거리엔 어둠이 들어온다.

거리마다 쇼핑하는 시민들과 차량들이 넘쳐나고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장식하는 불빛들이 참 따스하다. 

 

런던에도 차이나타운이 있다.

밥이 그리웠기에 괜찮아보이는 식당에 자리를 잡았는데, 종업원들이 정말 불친절하다.

지금 보니 사진에 찍힌 값도 훨씬 저렴한 이 부페식당엘 가는 편이 훨씬 나을 뻔했다. 

가끔 빈의 중국인들에게서 이해할 수 없는 무심함을 느끼곤 했는데 런던에서 겪은 중국인의 불친절은 최강이다. 

 

차이나타운
타워브리지

오늘의 마지막 행찻길은 다시 타워브리지다. 야경 보는 게 소원이라는데 안 들어줄 수도 없고.

그러나, 런던타워 쪽에서 건너가는 길은 이미 차단된 상태이고 멀리 보이는 타워브리지 야경도 기대만 못하다.

겨울 공기가 준 나른함이 온몸에 쏟아진다. 저녁 바람이 차다.

 

< 2006.12. 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