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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4 파리·스부·잘츠·빈

7. 27 (일) 후 : 노트르담과 마카롱

#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성당은 11세기에 공사가 시작되어 350년에 걸쳐 완성된 성당으로, 일반적인 고딕양식의 건축물과는

달리 첨탑이 하나다. 첨탑의 높이는 142m. 오후의 노트르담 성당은 성당 전체 모습이 카메라에 들어오지 않을만큼 거대하다.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성당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성당

성당이 뭐 성당이지, 뭐, 아니겠어.

'꽃보다 할배'에 등장하는 할배들은 파리 시테섬의 노트르담 성당보다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성당에 대해 대단한 찬사와

감탄사를 쏟아냈지만, 유럽 여러 도시의 성당을 수없이도 많이 봐온 짝퉁 신자인 아들녀석과 무신론자인 내게 있어 성당은

그저 웅장하고 장엄한 건축물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장대함이나 위엄, 탁월한 가치를 외면하는 건 물론 아니다.

다만, 성당도 다른 건축물과 같은 선상에서 보고, 또 생각하고 느낄 뿐이라는 것이다.

 

성당에서 나와 그 앞을 거닐고 있으니 대만사람인 듯한 동양인이 아들녀석에게 카메라를 맡긴다.

제법 어른스럽게 사진을 찍어주는 녀석, 많이 컸네~

성당 바로 앞엔 구걸하는 남녀가 있고, 성당 주변엔 멀쩡한 개를 빌미삼아 구걸하는 더 멀쩡한 젊은 여인이 있다.

성당이 무슨 죄고 동물이 무슨 죄겠어, 사람이 문제라니까.

 

성당 옆 광장
바게트
마카롱

# 바게트와 마카롱

 

프티트프랑스도 둘러봤고 점심도 먹었으며 또 성당도 보았으니 이젠 구시가를 거닐어 숙소 방향으로 향한다.

어, 참새가 많네, 저기도 참새, 조기도 참치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대며 한산한 거리에서 소리내어 깔깔거렸다.

내가 녀석을 닮나 봐, 말이 마구 꼬여서 참새를 참치라 하네, 참말로 뭐래.

 

일요일인데도 영업 중인 빵집 두 군데를 차례대로 들러, 처음엔 바게트를, 다음엔 마카롱을 구입했다.

그러나 스트라스부르 바게트는 파리 시청사 부근에서 산 바게트보다 맛이 덜했고,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파리에서조차

먹지 않았던 마카롱은 음, 아주 맛있다.

코코넛맛과 로즈맛, 둘 다 달콤하고 부드러워 입 안에서 스르르 솜사탕처럼 녹는다.

 

350년 역사를 지닌 프랑스 1664 맥주

구시가를 가로질러 숙소로 돌아온 시각은 오후 3시.

스트라스부르 여정이 2박으로 늘어나면서 사실 오늘은 스트라스부르에서 30분 거리인 독일 국경도시 Kehl에 가려 했다.

트램 C나 D를 타고 Jean Jaures에서 하차하여 21번 버스를 타면 금세 프랑스 국경을 넘어 독일로 갈 수 있다.

 

Kehl이 유명한 도시나 마을은 아니지만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해서 경험해 보고 싶었다.

어제 장을 안 봐도 되고 날씨가 화창하여 프티트프랑스를 제대로 둘러보았다면 오늘 당연히 Kehl로 향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제 제대로 못 본 스트라스부르를 오전 내내 다니느라 Kehl에 갈 수 없었고, 이젠 오후가 되었으니 마음을 접는다.

 

# 스트라스부르 거리

 

평상시엔 잘 안 자는 낮잠을 2시간 동안 잤나 보다. 꽤나 고단했던 게 분명하다.

저녁식사를 한 후 8시반쯤 또다시 프티트 프랑스로 간다. 이거 중독인가, 숙소만 나서면 프티트프랑스니.

저녁 8시반이라 해도 서머타임이라 햇살이 아직 살아 밝다.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골목길을 걷다보니 프티트프랑스 아닌 다른 길인데, 프티트프랑스 못지 않게 아주 예쁘다.

 

악마의 풍차
프티트 프랑스

다른 곳들은 일요일이라 한적한데, 프티트 프랑스만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낮에 보았던 골목과 건물들이 저녁이 되니 새롭고 운치 있고 따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 참 좋다.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래도록 눈에, 귀에, 마음에 안아 가득가득 넣어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