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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4 파리·스부·잘츠·빈

7. 28 (월) 후 : 다시 만난 잘츠부르크

미라벨 정원

# 미라벨 정원과 잘자크강

 

린저가쎄 끝에 위치한 호텔에서 이정표를 따라 미라벨 정원으로 향한다.

17세기에 완성된 미라벨 정원은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의 배경이고 이곳에서 보는 호엔잘츠부르크의 모습이 근사하다.

스트라스부르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던 한국어가 잘츠부르크에서는 심심찮게 들려온다.

수만송이 꽃들이 화려한 조화를 이룬 미라벨 정원에서도 가족 단위 한국여행객들이 정말 많다.

 

미라벨 정원
미라벨 정원

미라벨 정원의 입구를 지나 잘자크강으로 향한다.

잘츠부르크의 구시가와 신시가를 가르는 잘자크강에 이르기 전, 모차르트가 청년기의 7-8년을 지냈던 '모차르트하우스'가

인다. 10년 전인 2004년, 처음 모차르트 하우스를 보았을 땐 연분홍빛 건물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이제는 어제 보고 오늘

보는 듯이 익숙하고 친숙하다.

 

모차르트 하우스

잘자크강을 잇는 인도교(아마도 Makartsteg) 난간엔 다른 도시의 강처럼 연인들의 약속인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어느 도시엔 자물쇠 무게 때문에 난간이 무너져내린 다리도 있다고 들었는데, 여긴 아직은 위험해 보이진 않았다.

잘자크강은 여전히 뿌연 석회가 가득해 맑은 강빛과는 거리가 멀다.

누군가 잘자크강을 지칭해 수질오염을 거론하는데, 잘자크강의 석회는 자연발생적이기에 수질오염은 어불성설이다.

 

잘자크강
호엔잘츠부르크

# 게트라이데 가쎄와 모차르트 생가, 카라얀 생가 

 

Makartsteg를 지나면 동서로 뻗어있는 게트라이데 가쎄가 나타나준다.

세상의 어느 거리와 견주어도 아름다움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이 좁은 거리(Gasse)인 게트라이데 가쎄다.

게트라이데 가쎄의 특징은 가게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쉽게 알 수 있는 아름다운 간판으로, 문맹자들을 위한 것이다.

늘 느꼈던 사실이지만 정말 간판이 예술이다.

 

게트라이데 가쎄
게트라이데 가쎄

게트라이데 가쎄를 잠시 벗어나 대성당 쪽으로 거닐어본다.

잘츠부르크다운 건물들이 파스텔빛을 띠며 우애롭게 줄지어 서있고, 그 앞편엔 1705년에 개점하여 모차르트의 단골이기도

했다는 카페 '토마셀리'가 싱그러운 정취를 풍기며 자리하고 있다.

레지덴츠 광장 옆으로는바로크 양식의 진수인 잘츠부르크 대성당인데, 오늘은 잠시 대성당 옆태만 감상하고 돌아선다.

 

카페 토마셀리
잘츠부르크 대성당

근데, 모차르트 생가 어디 있더라. 분명 게트라이데 가쎄에 있었는데, 왜 안 보이지.

오스트리아의 도시나 마을을 여행할 땐 특별한 정보가 필요하지 않았기에 아무 생각없이 잘츠부르크 구시가까지 왔는데,

어찌된 일인지 모차르트 생가가 안 보이는 거다.

 

이상한 일이야, 정말 이상해.

그런데, 모차르트 생가는 게트라이데 가쎄에 잘 자리하고 있었다. 아까 봤던 1층에 SPAR가 있는 그 건물에 말이다.

SPAR는 봤는데, 생가는 안 보였다니 우리 둘 다 눈 뜬 장님이었나 봐, 사람들이 늘 바글거리는 곳인데도 말이지.

 

모차르트 생가
카라얀 생가
카라얀 생가

잘자크 강변엔 위대한 음악가의 생가가 또하나 있다.

무심히 지나치다보니 아, 카라얀 생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던 길을 되돌아와 그 앞에 잠시 멈춰섰다.

아주 예전엔 생가로 지정하지 않고 그냥 은행 건물로 사용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 보니 정확히 명시되어있다.

'Geburthaus 생가 Herbert V.Karajan 카라얀'이라고 말이다.

 

# 린저 가쎄, 여기도 좋아

 

구시가 탐험을 마친 후, 미라벨 정원을 거슬러 린저 가쎄 끝자락에 있는 호텔 객실로 들었다. 

저녁 먹을 고민을 하다가 호텔 근처의 작은 레스토랑에 앉았는데, 디카가 보이질 않는다.

정신줄 놓은 나 대신 아들녀석의 기억으로는 분명 호텔 객실 테이블에 두고 왔다고 하니 일단 믿어보자고.

슈니첼과 흑맥주를 주문해 맛있는 식사를 한 후, 객실에 들러 잘 쉬고있던 디카를 들고 동네 산책을 한다.

 

호텔이 있던 린저 가쎄
린저 가쎄

아, 여기 린저 가쎄도 참 맘에 든다. 깔끔하고 잘츠스럽고 아주 좋다.

이 거리를 따라 걷다보니 잘자크 강이 나오고, 강을 건너니 이런이런, 게트라이데 가쎄와 이어진다.

중앙역에서 걷기엔 꽤나 멀다고 여겼는데, 구시가와는 바로 연결되는 신기한 거리다.

어둑어둑한 하늘과 아련한 불빛이 아스라히 어우러지는 잘츠부르크의 여름밤은 깊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