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으로 가는 Westbahn
구시가 산책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시각은 10시20분, 빈에 사는 H의 아빠와 연락을 한 후 10시50분 호텔을 나선다.
호텔 앞에 있는 SPAR에서 음료수를 구입한 후, 중앙역까지 가는 길이 역시나 멀고 험하다. 게다가 살짝 헤매기까지.
호텔 위치가 여행하기엔 좋지만, 역에서 먼 게 단점. 역까지 가는 버스 노선을 미리 확인할 걸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11시 25분이 돼서야 잘츠부르크 중앙역에 도착했고, 3번 플랫폼에 대기 중인 빈 행 Westbahn 열차에 올랐다.
2009년에 운행을 시작한 Westbahn은 오스트리아 국유 철도청인 ÖBB와는 달리 오스트리아 사철이다.
역 내에 별도 사무실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승차권은 Westbahn 홈페이지에서 예약구매하거나 역 Tabak에서
구입하는 방법이 있고, 또 우리처럼 일단 열차에 승차한 후, 역무원에게 구입해도 된다.
Westbahn 열차의 2층이 텅텅 비어있다.
11시 50분이 되자, 한 시간에 한 차례씩 운행하는 Westbahn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출발한 지 5분도 안 돼
여자역무원이 우리에게 인사를 한다. 빈까지 가는 2인 승차요금 지불, 바로 승차권 발행, 끝~
Westbahn 열차는 ÖBB열차보다 가격면에서도 저렴-물론 조기예약 환불불가 요금은 OBB가 약간 더 저렴-하고
이번 여행에서 탔던 어느 열차보다 훨씬 쾌적했으며, 특히 남녀 칸이 분리된 화장실은 단연 깨끗했다.
잘츠부르크에서 빈까지 가는 풍경은 10년 전처럼, 또 6년 전처럼 여전히 푸르고 아름답다.
서울은 늘 바쁘고 여유 없이 쫓기듯 살아가는데, 이곳은 늘 같은 모습이다.
같은 칸에 승차하여 우리의 휴식을 방해하던 두 여인 중 하나가 아트낭푸크하임에서 내리자 평화가 찾아왔다.
린츠에 이르자 많은 사람들이 기차에 오르고, 14시 22분 드디어 빈 서역에 기차가 멈춘다.
# Spittelau 아파트먼트
서역으로부터, 예약한 아파트가 있는 Spittelau역까진 U6를 타면 8정거장, 15분 거리다.
Spittelau역은 지하철 4호선과 6호선이 교차하는 역인데, U4로는 3정거장만에 구시가의 링에 도착한다.
우리는 서역의 티켓 발매기에서 1W(16.2유로,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지하철, 트램, 버스 무제한 승차) 교통티켓을 발권했다.
파리에 머물던 3박 동안은 처음엔 1회권 10개가 한 묶음인 카르네를 구입했고 이후엔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마다 일반 1회권
6개를 구입했으며, 또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마다 티켓에 펀칭을 했었다.
그런데 빈의 1주일(1W)교통권은 날짜가 명시되어 나오니 별도로 펀칭할 필요가 없어서 아주 편리하다.
Spittelau역에 내려 약도대로 이동하여 금세 숙소를 찾았다.
건물 전체가 임대를 위한 아파트였고 1층엔 사무실이 있는데, 숙소 도착 하루 전에 숙소 측에선 내게 이메일을 보내 출입문
비번 및 이용에 대한 안내를 했지만, 난 확인을 하지 않은 상태였고, 이메일 확인을 하지 않았어도 사무실엔 상주 직원이 있어
체크인하는 데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참, 도착 당일 오전, 그러니까 잘츠를 떠날 무렵, 빈 숙소요금 잔액이 카드 결제되었다.
아파트에 들어서자마자 맑은 하늘에선 소나기가 쏟아진다. 말 그대로 지나가는 소나기~
아파트는 깨끗하고 환했으며 넓었다. 방엔 싱글침대가 둘, 거실엔 식탁으로 쓸 수 있는 큰 테이블과 소파베드, 부엌과 욕실엔
세탁기는 물론 커피머신과 캡슐커피, 빨랫대까지 우리가 원하는 대부분을 갖추고 있었다. 아쉽다면 선풍기가 없다는 것.
더위를 많이 타는 아들녀석이 선풍기를 빌리기 위해 사무실로 가봤지만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나는 남편, H의 엄마아빠와 카톡을 한 다음, 며칠 묵은 빨래들을 세탁기에 넣어 신나게 돌려댔다.
그리고 우린 숙소 근처의 반가운 EUROSPAR에 들러 탄산수, 맥주, 식용유, 야채, 치즈, 소시지 등을 구입했다.
# 반가워, 프라터
빨래를 널고 대충 짐 정리를 마친 6시, 우린 프라터로 간다.
우리가 프라터를 찾은 이유는 두 가지로, 하나는 추억 깃든 프라터 공원이고, 더 중요한 하나는 빈에 살 때 자주 들렀던 회전초밥
식당에 가기 위해서다. 여긴 2010년 빈에 왔을 때도 들렀던 곳인데, 2014년 여름에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식당 최고의 맛은 연어초밥이다.
배합초 섞은 밥 위에 연어를 가득 올린 초밥은 고급스럽진 않아도 늘 그리운 맛이다.
이 맛있는 초밥 덕에 엄청나게 과식을 한 건 완전무결한 당연지사다.
입장료가 무료인 프라터 공원은 다양한 놀이기구와 볼거리, 기념품샵과 식당들이 자리하고 있다.
프라터는 몇 년이 흘러도 늘상 같은 모습이기에 새로운 분위기는 없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주는 친구 같은 곳이다.
영화 '비포선라이즈'에 등장하는 대관람차도, 부드바이저맥주와 슈텔체로 유명한 슈바이처하우스도 같은 얼굴로 우릴 반긴다.
엄마, 인형뽑기 할래요~
그런데, 서울에서는 인형뽑기의 달인인 아들녀석이 영 맥없이 무너진다. 서울 것이랑 방법이 다르단다.
그러더니 공 세 번을 던져 쌓아놓은 탑 10개를 무너뜨리는 게임을 또 하겠단다.
말리는 내 말에, 그 게임 하는 사람들을 한참을 지켜보더니 이번엔 하지 않겠다고 한다.
20분 넘게 지켜보는 동안 성공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게 그 이유다.
프라터를 나와 숙소에 도착한 시각은 저녁 9시 무렵이었다.
EUROSPAR에서 산 Zipper 맥주와 Himbeersoda(Ohne Zucker)가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 스르르 잠겨버린다.
4년 만의 나들이, 빈의 첫날은 설렘과 추억이 한데 섞여 행복한 시간을 자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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