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린 아침, 잘츠를 거닐다
흐린 아침, 7시 반에 내려간 1층 조식당에 여행객들이 꽤 많다.
현대적이고 깔끔한 식당엔 그다지 많은 가짓수는 아니지만, 알차게 차려진 음식들이 그득하다.
오스트리아 전통빵인 셈멜-독일 남부에서도 볼 수 있긴 함-을 보니 너무나 반가워서 마음이 울컥하고, 커피머신이 쏟아내는
맛있는 카푸치노 역시 코 끝을 뭉클하게 한다.
아침 8시 반부터는 잘츠에서의 유일한, 그리고 마지막 나만의 자유 시간이다.
2박이었던 잘츠 여정이 1박으로 줄어들어 오늘은 빈으로 가야 하니 지금이 잘츠부르크를 둘러볼 마지막 시간이다.
물론 빈에서 머물 7박 중 하루를 잘츠에 양보하면 시간이 여유로워질 수 있었지만, 잘츠를 위해 빈을 줄이고 싶진 않았다.
잘츠부르크 주변의 호수지대인 잘츠카머구트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한다.
호텔 앞 린저가쎄를 걸어 구시가의 게트라이데가쎄까지 왕복해 보기로 한다.
흐린 아침의 린저가쎄는 잘츠부르크가 지닌 고유의 파스텔톤 빛깔과 한적한 운치를 잔잔하게 보여준다.
어제보다 짧아진 린저 거리의 끝엔 잘자크강이 기다리고 있다.
하늘 중턱에 걸린 어지러운 전선-신기하게도 절대 엉키지 않는-앞엔 슈타츠다리가 잘자크강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슈타츠다리를 건너며 내 눈높이보다 높게 걸린 건물들과 호엔잘츠부르크 요새를 눈에서 마음으로 스캔을 한다.
# 다시 게트라이데가쎄
다시 게트라이데가쎄다.
게트라이데가쎄로 드는 아치형 문을 지나고, 또 어제 보았던 모차르트 생가 앞도 지난다.
관광객 드문 아침 거리엔 하루를 준비하며 아침을 여는 사람들의 활기찬 표정이 가득하다.
게트라이데 가쎄 끝을 지나, 여러 번 잘츠부르크엘 머물렀지만 한번도 바라보지 못했던 곳,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에도
등장했던 말이 물 마시던 곳으로 왔다.
여긴 역대 대주교가 소유했던 마차를 끄는 말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만든 곳으로, 벽면엔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
그런데 오른쪽 벽면이 완전히 공사 중이다. 아쉬운 분위기만을 느끼며 그 앞을 서성이다 돌아선다.
# 호엔잘츠부르크
오늘은 화요일, 아침부터 체험학습을 나가는 듯한 귀여운 어린이들을 만났다.
인형처럼 예쁘고 귀여운 아이들을 보니 갑자기 아들녀석-물론 녀석이 귀여운 나이는 아니다-이 떠올랐다.
1시간을 약속하고 구시가로 왔는데, 호텔로 돌아오지 않는 나를 걱정하고 있는 건 아닐지. 서둘러야겠다.
잘츠부르크에선 어디서든 호엔잘츠부르크가 시야에 잡힌다.
11세기에 대주교의 은신을 위해 지은 이 요새는 여러 차례의 증개축을 통해 17세기에 현재의 모습이 완성되었다.
성이 있는 120m 정상까지는 걸어서도 갈 수 있고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도 있다.
10년 전인 2004년 여름, 처음 오스트리아에 여행 왔을 때, 남편과 둘이 열심히 요새까지 걸어올랐던 기억이 난다.
이번엔 짧은 여정상 거리에서 호엔잘츠부르크를 올려다보는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이 역시 다음을 기약하며.
시간에 쫓기긴 하지만, 어제도 외면했던 잘츠부르크 대성당을 오늘마저 냉담하게 내칠 순 없다.
대성당 맞은편엔 공연 무대가 설치되어있고, 대성당 앞엔 다른 나라에서 원정 온 걸인들이 세 아치를 점령하고 있다.
아, 예전의 잘츠는 정말 정결하고 청명한 곳이었는데 지금 이곳은 예전 같지 않다.
아쉬움을 안은 채 혼자만의 잘츠부르크 구시가 산책을 마치고 빠른 걸음으로 숙소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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