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2층 트램은 여느 나라의 트램이 그러하듯 아주 천천히 움직인다.
포트리스힐에서 타임스퀘어와 하이산플레이스가 있는 코즈웨이베이까진 느린 트램으로도 멀지 않다.
트램 정류장 바로 앞에 위치한 하이산플레이스엔 1층만 잠시 들렀다가 바로 타임스퀘어로 간다.
타임스퀘어, 2011년 여름과 비교해 하나도 변한 게 없다.
같은 조형물, 같은 내부, 비슷한 무리의 사람들.수박겉핥기식으로 쓱 훑어보기만하는 것도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1층과 2층을 오가다가 아까 잠시 발을 디뎠던 하이산플레이스로 이동한다.
하이산플레이스(Hysan Place)는 2012년 8월 문을 연 홍콩의 최신 쇼핑몰이란다.
당연히 이번이 첫 방문이고 그 목적은 何洪記 (Ho Hung Kee, 호흥게이)다.
점심 먹은지 2시간밖에 안 된 시점에 또 먹자고 이곳에 왔으니 이번 여행은 완전 식도락여행인 셈.
점심시간도 저녁시간도 아니어서인지 한산한 호흥게이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호흥게이 내부의 인테리어 색감은 세련되거나 감각 있어보이는 그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과는 조금 다른, 음, 이게 홍콩스타일인가.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는 직원의 표정은 팀호완처럼 아주 무뚝뚝하다.
음식 맛까지 별로였다면 심히 기분 나쁠만큼 말이다. 이것도 홍콩스타일인가.
다행히 호흥게이의 새우완탕면은 명성만큼 맛있었고 소고기볶음면은 정말로 최고였다.
맛있게 식사를 마친 5시 45분, 우린 하이산플레이스를 나와 지하철로 향했다.
지하철역 코앞까지 이르렀을 때 앗앗, 떠오른 생각. 직접 만든 홍콩여행책자를 호흥게이에 두고 온 것이다.
다시 호흥게이로 가야 했다. 그러나, 우리에게 서빙을 해 준 직원을 비롯해서 여러 직원에게 물어봤지만 그런 건 못 봤단다.
내 기억으론 앉았던 테이블 왼편 구석에 놓고온 듯한데, 그 자리는 물론 주변까지 찾아봤으나 흔적도 없었다.
길어야 달랑 15분의 시간이었을 뿐인데 책자는 단서도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사라져버렸다.
인천공항에선 예상치 못한 인파-물론 내 불찰이다-로 무지하게 뛰어다녔고, 캐리어의 비번도 문제를 일으켰다.
홍콩에 와선 두어시간 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하이산플레이스와 타임스퀘어 사이를 세 번이나 왕복했다.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여행책자는 끝내 찾지 못했다. 여행 다니며 책자를 분실한 건 처음이다.
하룻동안에 이렇게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다니 참으로 신기하다.
코즈웨이베이역에서 탄 지하철 객차는 오랜만에 경험하는 지옥철이었다. 새삼 홍콩의 인구밀도를 깨닫게 한.
출구가 헷갈리긴 했지만 포트리스힐역에서 호텔까지는 아주 가까웠다.
호텔 맞은편 아파트 1층의 웰컴마트에서 맥주와 음료를 구입한 후, 호텔 객실로 들어와 아들녀석에게 톡을 했다.
집 컴퓨터에 있는 홍콩여행책자 파일을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말이다.
겨울의 홍콩여행 첫날, 하루가 참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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