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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5 빈

7. 25 (토) 전 : 빈 3구 마트, 내 손 안에

빈 3구의 숙소

새벽 4시도 안 되어 눈을 떴다. 시차 적응이 안 되니 당연하다.

빈의 여름은 서머타임이 적용되더라도 해가 참 길다. 4시 반이 넘으니 하늘이 환해지기 시작한다.

1주일 머물자고 날아온 유럽, 그것도 빈에서만 미적거리려 선택한 이 작은 아파트가 썩 마음에 든다.

 

숙소 밖
숙소 밖
정말 맛있는 오스트리아 감자

카톡으로 남편과 아침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물으니,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상갓집에 있다 한다.

그렇구나, 나도 잘 아는 남편 친군데, 서울에 있었다면 나도 그곳에 갔을 텐데 말이지.

새벽부터 허기-혼자 있으니 배만 고프다-가 느껴져, 컵라면도 먹고 치즈 넣은 셈멜도 반 개나 뜯어먹은 후 감자까지 삶았다.

이게 뭐래, 이른 아침부터 뭘 이렇게나 많이 먹어대는 거지. 

 

드럭스토어 비파
호퍼
저렴한 마트, 호퍼

아침 7시반, 어제 저녁의 Penny에 이어 숙소 근처의 Hofer와 Billa에 가보기로 했다.

오스트리아의 마트는 우리나라에 비해 대체로 일찍 열고 일찍 문을 닫는다.

보통 아침 7시반에서 8시 정도면 오픈해서 저녁 7시면 문을 닫고, 토요일엔 당연히 더 일찍 마친다.

화장품과 생활용품 판매점인 Bipa를 눈도장 찍고, 맞은편에 위치한 Hofer 한바퀴 둘러보곤 스프레이생크림을 샀다. 

Hofer는 다음에 또 들를 것이고, 오늘 아침의 진짜 목적지인 Billa도 Hofer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마트 Billa
마트 Billa
마트 Billa

Billa는 질 좋은 상품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는 마트다.

가격대가 낮은 편은 아니지만, 상품의 품질이 가장 좋고 쇼핑하기엔 가장 쾌적한 마트 중 하나다.

필요한 먹거리들을 몇 가지 골라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는데, 계산원이 내게  Billa Karte가 있느냐고 묻는다.

순간, Billa는 회원카드가 없으면 행사 상품이라도 할인 안 되는 것이 많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회원카드 없지 물론.

 

결국 커피와 누들은 할인이 가능했지만, 피자 등은 할인이 불가능했다.

역시 내가 좋아하는 마트인 Spar-Interapar, Eurospar 포함-가 최고, Spar는 할인 행사면 그냥 다 할인해 주거든. 

 

아침 댓바람부터 장을 봐서 냉장고를 튼실하게 채워두고는 새벽에 이어 커피 한 잔을 더 마셨다.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다 오래지 않아 멈춘 하늘, 오늘의 빈 산책을 시작해 볼까.

숙소에서 벨베데레가 가까우니 교통권을 끊지 않고 그냥 천천히 걸어가보기로 했다. 

무언가 많이 해낸 하루인데도 이제 겨우 아침 10시다.

 

빈 3구 숙소 건물

숙소를 떠나 벨베데레를 향해 걷던 중, 작은 책자도 또 지도도 가져오지 않았다는 생각이 났다.

가다보면 보이겠지 하는 마음-참 편한 여행-에 그저 벨베데레 방향으로 가볍게 걷는다.

 

토요일의 한적한 주택가,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이 고요하기만 하다.

평범한 건물들 벽에 익숙한 표식이 보인다. 반갑구만, 반가워요~

이 표식은 가스관이 묻힌 위치와 방향을 알려주는 것으로, 빈 어느 건물에서든 흔히 볼 수 있다.

 

가스관 매설 위치

근데, 왜 보여야 할 벨베데레가 안 보일까.

나무와 이파리를 머금은 이 담장을 벨베데레라 여겼던 건 완전한 착각이었다.

담장 옆에 곱게 쓰여진 간판을 보니 빈 대학 관련 건물이었으니까.

벨베데레는 만나지 못했지만, 재활용품을 배출하는 익숙한 공간을 만난 것만으로도 즐겁다.

아이고, 그나저나 방향 감각없는 길치는 참말로 답이 없다. 방도가 없다.

 

재활용품 배출장소

책자와 지도 없는 산책은 엉뚱한 곳을 헤메다가 끝나버렸으니 다시 숙소로 가서 책자와 지도를 들고 나와야 했다.

그러지 뭐, 그리고, 이왕 숙소에 가는 김에 Hofer에 제대로 들렀다 가지 뭐.

Hofer엔 장보는 사람들이 아까보다 훨씬 많다. 북적이는 느낌까지 드는 Hofer 내부.

 

또, 호퍼

어제 저녁에 한 번, 오늘 아침에 두 번 , 이렇게 숙소 주변 마트를 세 번이나 순례했더니, 세상 어디에도 없는 길치인 나도

마트 가는 길은 완벽하게 다 익혀버렸다.

게다가 새벽에 깬 덕에 아직도 11시 반, 하루가 참 길어 고맙다.

검색하여 캡처한 지도를 지니고 또 여행 소책자를 들고 이젠 정말 벨베데레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