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 30분, 알람이라 생각했던 소음은 벨소리였다.
이곳 시각을 모르고 울린 번호에, 수신거부를 누르고 잠을 청했지만, 더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빈에서의 7박 중 벌써 4박이나 지났구나 하는 아쉬움에 내다본 5시의 하늘은 이미 밝아오고 있었다.
이 아파트 건물 측면의 저편 도로엔 철길이 있는데, 기차 지나는 소리가 아스라히 들려온다.
6시 40분, 조금 이른 시각이지만, 해는 이미 중천이고 할 일이 없으니 숙소 밖으로 나간다.
그런데, 길을 걷다가 허전한 느낌에 목걸이가 사라진 사실을 알고, 도보 길을 되밟아 숙소까지 들어가 찾아봤으나 오리무중.
오래지 않아 확인된 목걸이 발견지는 뜻밖에도 숙소 건물 0층-우리식으론 1층-의 출입문 발판 위였다.
비엔나 여행의 최고 교통수단은 트램이다.
지하철보다 이동 속도는 훨씬 늦지만, 천천히 거리를 둘러보고 느끼고 깨달을 여유를 준다.
트램 O를 타고 Renweg에 내려 다시 텅 빈 트램 71번으로 구시가에 다다른다.
빈 시청사 앞 광장엔 매년 여름 펼쳐지는 필름페스티벌의 세팅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여름에 2개월 가량 진행되는 이 행사는 매일 해질 무렵부터 연극, 오페라, 발레 등의 공연을 대형화면을 통해 상영한다.
또, 광장 입구 쪽에선 갖가지 음식과 음료의 향연이 벌어지는데, 음식은 정해진 장소에서만 섭취할 수 있고 화면 정면 좌석과
스탠드 좌석에선 식음료 섭취 금지다. 이른 아침, 인적 없는 객석 사이를 걷는 마음이 아주 상쾌하다.
시청사 광장 옆 작은 공원은 여름 아침의 싱그러운 풍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저 긴 벤치에 앉아 아이스커피 한 잔 마시며 평화로움에 빠져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
공원 앞, 출근하는 사람과 조깅하는 사람 사이로, 거리 청결에 힘쓰는 청소차 한 대가 천천히 지나가고 있다.
시청사를 지나자마자 마주치는 건축물은 오스트리아 국회의사당이다.
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된 것을 재건한 건 다들 아는 사실이고 그앞엔 '정의로운 전쟁과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자리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정치의 투명성에서 세계 최상위권을 지키는 나라니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자부심이 꽤 높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쯤 가능한 일일지,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국회의사당을 지나면 링 안쪽의 왼편엔 신왕궁이, 오른편엔 마리아테레지아 광장이 위치해 있다.
광장의 마리아테레지아 동상을 중심으로, 두 쌍둥이 건축물이 있는데, 왼쪽이 미술사박물관, 다른쪽이 자연사박물관이다.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미술사박물관엔 오늘 오후에 들르기로 마음을 정하고 신왕궁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신왕궁 정문에 들어서면 빈에 살 때 구시가에 올 때마다 그앞에 주차를 했던, 신왕궁 중앙 건물이 오른편에 보인다.
그곳엔 잠시만 눈길을 주고 더 오른쪽으로 향해 직진하여 음악에 심취해 있는 모차르트를 만난다.
모차르트가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상트막스묘지의 천사 표정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얼굴이다.
화려한 꽃들로 높은음자리표가 장식된 왕궁 정원, 그 정면에 상아빛의 모차르트 조각상이 있다.
이전에 왕궁 정원을 본 건 한두 번 정도다. 물론 정해둔 목적지는 아니었고 다른 곳으로 향하다 마주쳤을 뿐이었다.
신왕궁 정문에 비해 칙칙한 색상을 드러내는 정원 쪽 건물 방향으론 오락가락할 일이 거의 없었고 게다가 모차르트 조각상이나
높은음자리표 꽃장식에 관심이 가는 것도 아니었으니 일부러 찾을 일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여길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든 이유는 뭐지.
세상에 대한 심경의 변화인가. 자꾸만 내 마음 안에 쌓여가는 측은지심 때문인가.
천재음악가 모차르트를 뒤로 하고, 오전 임무가 끝났으니, 일단 숙소로 향한다.
숙소에서 조금 떨어진 Renweg의 EUROSPAR에 들러 몇 가지 식품을 구입하고 숙소로 돌아오니 오전 10시.
새벽부터 움직였더니 오전이 여유롭게 길다.
'표류 > 2015 빈' 카테고리의 다른 글
7. 29 (수) 전 : 쉼 그리고 시립공원 (0) | 2016.05.09 |
---|---|
7. 28 (화) 후 : 미술사박물관에서 (0) | 2016.05.08 |
7. 27 (월) 후 : 쉔브룬과 마욜리카하우스 (0) | 2016.05.06 |
7. 27 (월) 전 : 그라피티 천국, 도나우 (0) | 2016.05.06 |
7. 26 (일) 후 : 구시가를 걷다 (0) | 2016.03.05 |